[스페셜경제 = 김영일 기자]종합편성채널 JTBC가 추진해 오던 ‘무상감자’ 계획을 최근 철회하는 과정에서 회사채를 발행한 것과 관련해, 사기죄에 해당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JTBC가 여러 제반 여건으로 무상감자가 불가능할 것을 알면서도 왜곡된 정보로 51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한 것은 형법 347조 ‘사기죄’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2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박성중 의원실이 ‘JTBC 증권(회사채)발행실적보고서 및 이사회회의록’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JTBC는 지난 10일 510억원 상당의 회사채를 발행하고 이에 대한 투자설명서를 발간했다.

투자설명서에는 ‘누적결손금해소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감자를 진행했다. 무상감자가 단행되면 자본잠식상태에서 벗어나 재무 안정성 개선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JTBC는 불과 6일 뒤인 지난 16일 이사회를 열고 당초 계획했던 무상감자 계획을 철회했는데, 이는 JTBC가 당초 무상감자가 불가능할 것을 인지했으면서도 왜곡된 정보로 회사채를 팔았다는 게 박성중 의원실의 지적이다.

자본잠식 JTBC…무상감자 추진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JTBC 무상감자’ 사안에 대해 모른다면 도통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시계를 지난 6월과 7월로 돌려보자.

JTBC는 지난 6월 19일 이사회를 열고 1억 1501만 5000주의 보통주를 무상감자하기로 결정했다.

무상감자란 회사가 ‘감자(자본금 규모 및 주식수가 줄어드는 것)’를 할 때 주주들이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채 결정된 감자 비율만큼 주식수를 잃게 되는 것을 말한다.

무상감자는 통상적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기업들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시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회사의 누적 손실이 커질 경우 자본금 규모를 줄여서 회계상의 손실을 털어내기 위한 방편이다.

당시 JTBC는 자본금 5751억원, 자본총계 605억원의 자본잠식 상태였다

이어 지난 7월 11일 국회 대정부 질문. 박성중 의원은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를 상대로 “최근 JTBC가 기존 주식 10주를 1주로 병합(감자)하는 식으로 회사 주식 1억 1501만 5000주를 1150만 1500주로 감자하는 결정을 내린 것은 방송계에서 전무후무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JTBC의 (방송통신위원회)감자 신청은 종합편성채널 부실 경영에 대한 면죄부, 경영권 편법 승계 승인, 소액주주 590여 명에 대한 배임, 친정부 언론사 비호 등 여러 문제가 내포돼 있다고 본다”며 “2011년 최초 종편 승인 조건은 최소 자본금이 3000억원이었고, 5000억원 이상이면 배점 100점이 부여됐는데, 현재 JTBC는 부실 경영으로 자본금을 다 까먹었다”고 질타했다.

이어 “부실 경영에 대해 최대주주인 중앙홀딩스 회장과 등기이사인 손석희 대표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다”면서 “JTBC는 감자 사유를 ‘결손금 보전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라고 밝혔으나, 방송계 안팎에서는 JTBC가 감자 후 연말쯤 오너일가 또는 우호적 지분 약 500억원을 투입, 대주주 지분율 제고로 경영권 승계를 해결하려 한다는 소문이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JTBC의 감자 결정은 자본잠식 된 회사가 대주주 지분 포기 없이 감자해서 결손금을 다 털고, 대주주 출자로 지분율을 높인 뒤 회사를 견실하게 포장해 상장하는 ‘신종 분식회계’”라며 “이번 감자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액주주에게 돌아간다”고 덧붙였다.

 

▲ 자유한국당 박성중 의원실 제공

 

회사채 발행과 일감몰아주기 의혹

소액주주들의 피해는 물론 ‘대주주 지분 포기 없이→감자로 결손금을 턴 뒤→대주주 출자로 지분율을 높여→상장’ 수순의 신종 분식회계란 지적에도 JTBC는 무상감자를 추진해 나갔다.

JTBC는 지난 8월 29일 ‘금융위원회’에 회사채 발행 계획을 신고했고, 지난 4일에는 회사채 발행조건 확정, 9일 금리(연 이자율 3.276%)를 확정한지 하루만인 10일 회사채 510억원 발행했다.

해당 회사채 발행은 신한금융투자가 대표주관사로 참여해 18개 기관투자자가 전액 인수했다.

JTBC는 증권(회사채)발행실적보고서를 통해 510억원 가운데 78%인 400억원을 프로그램 제작비에 투자할 것이라 밝혔는데, 박성중 의원실은 이를 두고 ‘일감몰아주기’라 지적하고 있다.

실적보고서에 담긴 ‘자금의 세부사용 내역’을 보면 JTBC는 프로그램 제작을 명분으로 ‘제이콘텐트리’ 등에 올 하반기 중으로 400억원을 집행할 계획을 세웠다.

이에 대해 박 의원실은 “제이콘텐트리는 JTBC의 최대 지주사인 중앙홀딩스(JTBC 지분 25%보유)가 33.32%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며 “이러한 지분 구조를 고려하면 중앙홀딩스 그룹의 관계사에 대한 ‘일감몰아주기’로 볼 여지가 상당하다”고 했다.

즉,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 대부분이 그룹 관계사에 투입됨에 따라 일감몰아주기가 아니냐는 것.

 

▲ JTBC 증권발행실적보고서(2019.9.10.)

 

무상감자 계획 돌연 취소…사기죄 성립 가능?

재무안정성 개선의 일환인 회사채 발행까지 이어지면서 JTBC의 무상감자 계획은 예정대로 진행되는 듯 했으나, JTBC 이사회는 지난 16일 무상감자 계획을 돌연 철회했다.

JTBC 이사회는 “감자를 통해 누적결손을 해소하고 신규 투자유치와 상장(IPO) 등으로 재무구조를 개선, 콘텐츠 투자금을 확보해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했으나 예정했던 주주총회(8월 2일)를 진행하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이어 “(6월 20일 방통위에 감자)승인 신청서를 제출한 이후 방송산업 환경은 나빠졌고 국내외 정치적 상황으로 내수 시장이 위축돼 방송광고 시장은 더욱 어려워 졌으며, 또한 방송·미디어 관련 주식의 폭락 등 2019년 상반기와 비교해 급변한 환경으로 JTBC가 감자 이후 추진하려 했던 재무적 투자유치나 IPO 등에 대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내부 의견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에 JTBC의 무상감자 계획을 철회하기로 결의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사회에는 홍정도·손석희 공동대표이사 등이 불참하는 등 총 7명 중 4명이 참석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JTBC 이사회의 무상감자 철회와 관련해, 박성중 의원은 사기성 회사채 발행 가능성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JTBC는 회사채 발행에 따른 ‘투자설명서(2019년 9월 10일)’에서 ‘누적결손금 해소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감자를 진행, 재무안정성 개선도 가능할 것’으로 밝혔는데, 투자설명서에 감자가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단서를 달기는 했으나, JTBC 측은 감자를 통해 재무개선이 가능함을 강력히 피력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제 회사채 발행 완료 후 6일 후 JTBC는 감자를 철회하는 등 JTBC가 당초 여러 제반 여건으로 감자가 불가능한 것을 알면서도 ‘누적결손금 해소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감자를 진행, 재무안정성 개선도 가능할 것’이란 내용으로 (회사채)투자설명서를 제시했다면 형법 347조 사기죄 성립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형법 347조(사기) 1항은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으며, 2항에는 ‘전항의 방법으로 제삼자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고 명시돼 있다.

 

▲ 자유한국당 박성중 의원실 제공

 

박성중 “손석희, 언론계 조국?…소액주주들 손해 ‘나몰라라’”

아울러 박 의원은 이사회 당일 홍정도·손석희 대표이사가 불참한데 대해서도 의구심을 내비쳤다.

박 의원은 “(무상감자 추진이라는)경영상의 중요한 결정에 공동대표 2사람 모두 불참한다는 것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면서 “손석희 대표는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처럼 웅동학원 이사였으나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아 모른다’하는 ‘언론계 조국’이 되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JTBC 회사채 발행과 감자철회까지 일련의 과정을 범법으로 볼 부분이 상당히 많다”며 방통위가 이 부분을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JTBC 이사회가 감자 계획을 철회하면서 ‘신규 투자유치와 상장(IPO) 등으로 재무구조를 개선, 콘텐츠 투자금을 확보해 경쟁력을 강화하려고 했으나’라고 밝힌데 대해선 “590여명에 이른 소액주주들의 손해는 ‘나몰라라’하며 회계적 방법을 통해 결손금 처리와 상장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는 부실 경영에 대한 손석희 사장 등 경영진에 면죄부만 주는 것”이라고 질책했다.

박 의원은 “510억원에 이르는 회사채 발행이 가능한 것은 JTBC가 투자가치가 있다는 시장의 반응인데, 다만 지금까지 적자누적의 주원인이었던 콘텐츠 투자에 회사채 발행 금액을 상당부분 배분하겠다는 것은 ‘밑 바진 독에 물 붓기’이며 ‘부채 돌려막기’”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거기에 더해 시장에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고 채권을 판매한 것과 자본잠식 상태인 부실 회사임에도 상장을 추진한 것은 손석희 사장을 비롯한 JTBC경영진의 부도덕성을 여실히 증명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 JTBC 이사회 무상감자 철회 회의록(자유한국당 박성중 의원실 제공)

 

스페셜경제 / 김영일 기자 rare0127@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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