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1년 7월 6일 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왼쪽 세 번째)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 최종 개최 확정 소식을 듣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스페셜경제=최문정 기자]25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향년 78세로 별세했다. 지난 30여년 동안 삼성을 이끌어 온 이 회장의 사망 소식에 관련된 스포츠‧문화계의 발자취도 주목을 받고 있다.

25일 재계 등에 따르면 이 회장의 스포츠‧문화사랑은 남달랐다. 이 회장은 지난 1996년 1월 신년사를 통해 “다가올 21세기는 문화의 시대이자 지적 자산이 기업의 가치를 결정짓는 시대”라며 “기업도 단순히 제품을 파는 시대를 지나 기업의 철학과 문화를 팔아야만 한다”고 문화의 가치를 강조한 바 있다.

더욱이 운동성수를 했던 경험이 있어, 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애정도 남달랐다. 이 회장은 서울사대부고 재학 시절 직접 고교 레슬링 선수로 활약했다. 이후 그는 1982~1997년에 걸쳐 대한레슬링협회 21~24대 회장을 지냈다. 이 회장 재임 당시 한국 레슬링은 올림픽,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등 굵직한 세계대회에서 총 40여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일본 유학시절, 야구에 빠진 이 회장은 지난 1982년 한국 프로야구 원년부터 2001년까지 프로야구단 삼성라이온즈 구단주를 지냈다.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의식이 없던 지난 2014년 5월에는 넥센과의 경기 중 이승엽의 3점 홈런 소식에 잠시 눈을 떴다는 일화가 널리 퍼져 있을 정도다. 이 회장은 이 기간 동안 초‧중‧고 야구대회를 열고, 아마추어 야구 저번을 확대하는 등 국내 야구 확산에 앞장섰다. 지금도 삼성라이온즈의 전설로 기록되는 홈런왕 이승엽과 투수 배영수 등을 발굴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현재 삼성은 이 회장의 주도로 프로야구, 프로축구, 남녀 프로농구, 프로배구단, 탁구, 레슬링, 베드민턴, 육상, 태권도 등의 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러한 스포츠 사랑을 인정받아 대한올림픽위원회(KOC)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오랫동안 활동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삼성그룹 회장에 오른 지난 1987년부터 KOC 상임위원으로 활동했으며, 1993~1996년엔 KOC 부의장을 걸쳐 IOC 위원으로 선출됐다.

이 회장은 IOC 문화위원회(1997년), 재정위원회(1998~1999) 위원을 두루 걸쳤다. 삼성전자도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두 차례 계약 연장을 걸쳐 오는 2028년 로스엔젤레스 하계올림픽까지 최고 레벨 후원자의 자리를 지킨다.

이 회장은 자신의 IOC 활동으로 얻은 인맥과 친분을 바탕으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해내기도 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11년 남아공 IOC 총회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최종 유치 성공 후 “전부 나보고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했다고 하는데 이건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이 이렇게 만든 것이다. 평창 유치팀들이 고생이 많았다. 나는 조그만 부분을 담당했을 뿐”이라는 겸손한 발언은 당시 소소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회장과 미술계와의 인연도 이목을 끌고 있다. 이 회장은 비디오아트의 창시자이자, 세계적인 예술가로 이름이 높았던 백남준의 공식 후원자를 자처했다. 백남준은 삼성전자의 공식 후원을 받았고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소장한 1,003대의 TV모니터 설치작품 ‘다다익선’ 등 대형 작품을 제작해냈다.

이 밖에도 서울시 한남동에 국내 최대 사립 미술관인 ‘리움 미술관’을 건립해 전 국민에게 현대미술을 각인시키기도 했다.

 

스페셜경제 / 최문정 기자 muun09@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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