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사냥’ 위해 무리한 주담대 실행…“개미 등 터져”

▲ [사진출처=뉴시스]

[스페셜경제=이인애 기자]일명 ‘조국펀드’ 관련해서 주가조작 이슈가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가운데 지난해에 이어 상상인그룹 계열 저축은행들이 다시 국정감사장에 불려나왔다. 지난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태규 의원은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무리한 주식담보대출에 따른 반대매매 과다 문제를 꼬집어 냈다. 반대매매로 인해 시장에 나온 매물의 양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주가가 하락해, 비교적 정보가 부족한 개인투자자들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들은 지난해 국감에서도 거론됐는데, 당시 무자본 M&A 자금줄 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던 바 있다. 이들은 지난 2016년부터 3년 동안 약 1조9000억원에 달하는 다소 많은 양의 주식담보대출을 시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의심의 불씨를 제공한 것은 2016년 이후 상장이 폐지된 코스닥 기업 11개 가운데 9개사가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에서 주담대를 받았던 사실이 확인된 부분으로 보인다.

무자본 M&A나 주담대 실행 자체가 법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나, 이로 인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야기될 수 있어 지속적으로 지적사항이 나오고 있다는 게 전문가 등의 분석이다. 이 같은 의혹을 받고 있는 상상인그룹 회장은 일명 ‘슈퍼개미’로 불리는 큰 자산규모를 가진 개인투자자였다가 지난 2009년 코스닥 상장사 인수를 시작으로 저축은행과 증권사까지 인수에 성공하며 증권사 회장이 된 인물이다.

슈퍼개미였던 그가 현재 시세차익만을 위해 부정거래나 허위공시 등으로 일반 개미투자자들의 피해를 외면하고 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업계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무자본 M&A ‘쩐주’ 노릇?…“사채시장 역할인데”
논란에도 ‘증권사 인수심사’는 어떻게 통과했나?


무자본 M&A란, 말 그대로 자기 자금 투입 없이 해당 기업의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해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방식은 기업 인수 시 비교적 흔하게 행해지고 있는 방법이기는 하지만 기업사냥꾼들이 이를 악용해 큰 시세차익을 노리고 부정거래, 분식회계 등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경우가 있어 경계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기업사냥꾼이 무자본 M&A를 실행하려면 먼저 대상 기업과 자금줄이 필요하다. 통상 이 자금은 사채시장을 통해 융통하는 모습이었는데, 복잡한 절차 없이 원하는 때 돈을 대줄 수 있다는 점 때문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같은 사채시장 역할을 상상인그룹 저축은행이 맡아서 기업사냥꾼의 무자본 M&A를 도왔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주식만 가질 수 있다면’, 아무나 대출?

지난해 국감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상장이 폐지된 코스닥 기업 11곳 중 9곳이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에서 주담대를 받았다는 사실만 가지고는 이들이 불법적인 목적을 가진 무자본 M&A 자금줄 역할을 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일명 ‘조국펀드’ 운용사로 알려진 코링크PE가 무자본 M&A 방법을 악용한 불법 기업사냥꾼 세력이라는 의혹을 강하게 받고 있는 가운데, 이들에 인수된 상태인 WFM에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이 주식 110만 주 담보에 금리 17%라는 조건으로 20억원을 빌려준 사실이 확인되면서 상상인그룹이 이들의 불법 행위를 돕고 있는 자금줄이 아니냐는 의혹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측은 “같은 계열 회사인 상상인저축은행에서 받았던 대출을 대환하기 위한 목적이었으므로 특별한 문제는 없다고 봤다”고 전했지만, 해당 대출 실행 시점엔 이미 WFM 관련 이슈가 한창 불거지고 있었는데 이처럼 불안한 상태인 기업에 거액의 대출을 허가했다는 점이 의아하다고 전문가 등은 입을 모으고 있다.

게다가 상상인플러스는 해당 대출 실행 후 8일 만인 지난달 28일, 각종 의혹에 WFM 주식이 최소담보유지비율인 160% 아래로 떨어지자 해당 주식 63만5000주를 시장에 내놨다.

엎질러진 물 주워 담을 수도 없고…시장 반응 ‘냉랭’

이 같은 반대매매 물량이 시장에 갑자기 풀리자 WFM의 주가는 전날 대비 27%나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 되면 사전에 정보가 없던 일반 개인투자자들이 손해를 고스란히 가져가게 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돈을 빌려준 입장에서 계약서상의 내용을 이행했을 뿐이라고는 하지만, 만일 상상인 측이 불법 주가조작 세력과 손을 잡고 시세차익을 위해 함께 움직인 것이라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서민금융기관 자격이 없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부정적 여론으로 인해 상상인그룹 측은 지난 16일 경영권 변동 후 1년 이내 기업에 대한 주담대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미 피해를 입은 시장 반응은 여전히 냉랭한 분위기다.

이처럼 꾸준한 의혹을 받아온 상상인그룹은 지난해 5월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인수를 위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던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유준원 회장이 주가 조작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면서 심사가 중단됐다. 금감원 조사 결과 ‘참고사항’ 정도로 혐의가 마무리 되면서 11월 심사가 재개돼 올해 2월 적격성 심사가 승인된 것이다.

이에 지난 4일 국회 정무위원회 김종석 의원은 이 문제를 국감장에서 꺼내들었다. 통상적으로 이처럼 주가 조작 등 불공정거래 의혹을 받았던 자가 대주주로 있는 회사는 적격성 심사에서 통과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상상인그룹이 문제없이 심사 승인을 받은 것에 대해 고위층 관계자 등의 부당한 압력이 들어간 것이 아닌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상상인그룹 측은 이에 대해 적법한 절차를 통해 승인을 받은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금융위원회에서는 끊이지 않는 지적에 검찰조사를 감안해 다시 한 번 확인해 보겠다는 뜻을 전했다.

 

 

스페셜경제 / 이인애 기자 abcd2inae@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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