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김종갑號, 실적악화로 ‘비상경영’ 선포하더니…부족한 ‘예산’ 펑펑?

선다혜 기자 / 기사승인 : 2019-10-24 10:40:53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관리부실·방만한 물품 구매·모호한 성과’ 삼박자 다 갖췄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올해 국장감사에서도 한국전력(이하 한전)이 또다시 질타의 대상이 됐다. 상반기 때부터 계속된 적자로 인해서 한전이 ‘비상경영’ 체재까지 선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전혀 맞지 않은 경영 실태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초점이 맞춰진 부분은 한전의 ‘예산 낭비’ 부분이다. 제대로 확인 절차 없이 물품을 과도하게 발주시켜 천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보거나, 산양사업으로 접어든 해외석탄 사업을 신규로 추진하는 등 예산을 물 쓰듯 써온 것이다.

그러면서 한전 측은 올해 유가 상승 등으로 인한 적자 문제가 심해지고 있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때문에 국정감사에서는 이전까지 예산 관리는 소홀하게 해오던 한전이 적자폭이 커지자, 전기료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더욱이 이러한 적자와 예산 문제는 한전이 강행하고 있는 ‘한전 공대’ 설립과 맞물리면서 논란이 더 커지고 있다. 지금 적자폭도 메우기 급급한 상황에서 1조원이 투입돼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전공대를 설립한다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한전의 적자가 ‘탈원전’이나 ‘유가상승’보다는 방만한 경영 때문이라는 지적마저도 나오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방만경영으로 인해 또다시 국감장에 서게 된 한국전력에 대한 문제점들을 낱낱이 파헤쳐보기로 했다. 


‘수요조사’ 없이 과다 발주 후 방치…‘손실 수천억’
적자임에도 ‘한전공대’ 설립 위해 1조원 투입한다?


지난 11일 나주 한전 본사에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에너지 분야 국정감사가 진행됐다. 이날은 ▲한전 적자 ▲전기요금제 개편 ▲방만 운영 등의 문제가 거론됐다. 특히 이 중에서 ‘적자’와 ‘전기요금제 개편’이 뜨거운 감자였다. 


한전의 경영악화와 적자에 대한 문제는 올해 초부터 꾸준히 제기됐던 부분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한전 실적을 보면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영업손실은 9천 28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천 138억원이 늘었으며, 같은 기간 순손실은 1조 1천 733억원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176%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적자의 요인으로는 두 가지가 꼽히고 있다. 하나는 유가상승, 다른 하나는 바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다. 다만, 한전 측은 ‘탈원전’ 보다는 ‘고유가 영향’이라고 초점을 맞추고 있다. 원전 가동률 역시도 수지에 영향을 미치지만 이 보다는 유가와 석탄 가격 인상이 적자에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적자의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한전이 현재로서는 ‘전기료 인상’ 외에 해결책이 없는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종갑 한전 사장은 “전기는 누구든지 원가를 내고 사용하는 서비스 였다면 좋겠다. 현재는 90% 정도 밖에 원가 회수가 안 되는 상황”이라며 “전기요금을 지금 내가 안내면 언젠가 누군가는 내야한다”면서 우회적으로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필요성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김 사장은 연료비 인상·인하에 따라 전기요금을 상이하게 적용하는 연료비 연동제 도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적자의 늪’에서도 예산 관리 안 돼?

이에 국회 일각에서는 적자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전기료를 인상할 것이 아니라, 세어나가는 ‘예산’부터 잡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전의 주장대로 ‘고유가’나 ‘탈원전’ 등의 외부적인 요인들도 적자에 영향을 미쳤겠지만, 내부적인 문제 역시도 적자를 키우는데 한몫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만큼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한전 예산 낭비’가 심각한 수준이었다.

김상화 바른미래당 의원이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재고관리 실태 자체 감사 결과에 따르면 배전기자제의 재고가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입찰을 진행해 수천억원에 달하는 예산낭비가 발생했다.

한전은 통상적으로 연간 1조원 이상의 배선기자재를 구매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고효율주변 상변압기·전자식전력량계 등 일부품목은 재고가 충분한데도 불구하고 1000억원이 넘게 입찰을 진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전기상용량을 검침하는 전력량계 재고량은 225만대 달하며, 이 역시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938억원에 달한다.

이 중 대부분인 검정기한(유통기한)을 지났고, 오는 2021년부터 새로운 방침이라 써보지도 못한 채 폐기될 예정이다. 이밖에도 변압기 1만 9000개(282억원), 개폐기(208억원)의 재고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재고 관리 부실’로 11년 동안 940억원 손해

문제는 한전의 ‘재고 관린 소홀’로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 하루이틀 일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11년 동안 한전이 관리 부실 부실 또는 과다발주로 손해를 본 금액이 940억원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인 품목을 살펴보면 ▲G-type 전력량계 과다주문(98억800만원) ▲지능형 전력계량시스템(AMI) 잔여자재 방치(158억원) ▲전력케이블·합성수지 파경관 등 배전자재 방치(677억원) 등이었다.

특히 지난 2015년 한전이 발주시킨 G-type 전력량계의 경우 제대로 된 수요조사 없이 19만 4000대(155억원)을 주문했다. G-type 전력량계는 낮은 저압으로 공급받는 일부 고객에게만 사용할 수 있어 사용빈도가 낮은 품목이다. 따라서 해당 제품의 사용량은 한 해 평균 1만대 정도로, 한전이 구매한 물량은 19만대에 달하는 것이다.

해당 제품의 사용량은 한 해 평균 1만대로, 한전이 구매한 물량은 19배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올해 8월 기준 재고량은 17만4천대다. 또 이 중에서 78%에 해당하는 13만 7천대는 유효기간 만료로 폐기해야 한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98억 8백만원을 버리는 셈이다.

또 보안성 미비 문제로 사용하지 못한 158억원 규모의 스마트계량기 잔여 자재 역시도 방치돼 있는 상태다. 뿐만 아니라 생산업체에 장기간 방치된 배전자재는 11년간 677억원 규모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재고가 쌓인 원인은 ▲설계 물량 외 청구 ▲소요시기를 고려하지 않은 발주 ▲소요 물량에 대한 검증절차 부재 등으로 인해 과다 청구됐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는 11년째 방치된 케이블도 있었다.

재고 관리 부실로 인한 손실이 수천억원에 달한다는 것은 일반 기업으로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다. 하지만 한전의 경우 ‘공사’라는 점을 이용해 예산을 마치 물 쓰듯 ‘낭비’를 일삼아왔던 것이다.

‘필리핀·인도네시아’ 석탄화력발전 신규 추진…왜?

심지어 한전은 다른 분야에 비해 ‘예산’이 월등히 많이 투입되는 해외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서도,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산양산업에 접어들면서 투자 가치가 거의 제로에 가까운 석탄화력발전소를 필리핀과 인도네이사에 추가 설립을 추진 중에 있기 때문이다.

김성환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한전은 8개 사업 9.1GW의 석탄발전소 사업에 진출했으며, 무산 위기에 놓였지만 아직 철수 선언을 하지 않은 2건을 포함할 경우 10.75GW에 이른다. 이에 반해서 대안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재생에너지 사업은 총 7개로, 1.76GW에 불과한 상황이다.

그나마 태양광 보급 초기인 지난 2005년에 지어진 중국 사업을 제외하면, 지난 14년간 해외 재생어너지 투자용량은 425MW로 석탄발전 대비 3.9%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한전이 예산은 물론 세계적인 흐름도 고려하지 않는 ‘배짱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석탄화력발전소 진출 중단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언급된 바 있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한전은 올해 1GW급 필리핀 수알 석탄화력발전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성환 의원은 “한전은 발전자회사들의 석탄발전 수출으 막아야 하는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저지하기는커녕 먼저 나서서 틈새시장을 공략하듯 선제적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금 추진되고 있는 사업은 남아공의 타바메시(0.6GW), 인도네시아의 자와 9&10호기(2GW), 필리핀의 수알(1GW) 등으로 양해각서 체결 단계다. 따라서 아직 예비타당성 조사 단계이기 에 사업 철수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김 의원은 “기후위기가 심화되고 있어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범 중 하나인 석탄발전은 이미 퇴출 단계에 접어들었다”면서 “동남아시아에서도 2020년대 후반이면 석탄화력발전과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이 역전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지금 석탄화력발전소를 짓는 건 수년 후부터는 손해가 되는 좌초좌산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석탄화력발전이 좌초좌산화되면 배당금이 지속적으로 낮아져서 결국 투자원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며 “낮은 경제성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해외석탄발전사업에 뛰어드는 건 한전의 적자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면 재검토해야한다”고 요구했다.

‘한전공대’ 설립 취지는 좋지만...

이러한 문제들을 고려할 때 한전의 적자는 단순이 외부적인 요인만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앞서 언급된 재고 관리나 해외사업 투자 외에도 한전의 곳간이 세는 부분이 더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전은 최근 ‘한전공대 설립 강행’ 함으로서 논란에 불을 붙이고 있다.

적자로 인해서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예산 1조원 가량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 한전공대 설립을 강행하고 있다. 물론, 세계 최고의 전력‧에너지 특화 공대를 설립함으로서, 전문 인력들을 양산하겠다는 한전의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한다면 지금 당장 추진하기엔 무리가 있다.

한전공대설립 용역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토지 비용을 제외하고 대학 설립 비용만 5000억원 이상이 든다. 또 학생 1000명 모두 학비와 기숙사비가 무료로 제공되며, 학교에 초빙되는 총장과 교수들의 연봉은 각각 10억원, 4억원 이상이 지급될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연간 운영비 역시도 600~700억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누적 부채가 114조 8000억원에 달하는 한전이 학교를 설립한다한들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 셈이다. 결국 학교를 설립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부담’은 전기료 인상과 함께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럼에도 한전은 지난달 27일 서울 한전아트센터에서 ‘학교법인 한국전력공과대학교’(가칭)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10월 중으로 교육부 학교법인 설립을 신청하는 등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행보로 인해서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누적 적자 114조원을 끌어안고 학교를 설립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수라는 것이다.


또한 일각에서는 곳곳에서 세어나가는 예산을 제대로 바로잡지도 못하면서, 무조건 외부에서 끌어오는 자금으로 적자폭을 막으려고 하는 것 자체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한전의 대학교 설립 취지는 누가 들어도 좋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설립을 강행할 시기가 아니다. 매분기 적자로 인해서 허덕이는 상황에서, 미래를 위해 투자하겠다는 이야기에 동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욱이 전문 인력양성에 대한 투자는 당장의 성과가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 당장의 문제는 젖혀두고 무조건 학교 설립먼저 하자고 하니 반대를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욱이 한전은 적자로 인해서 초부터 계속해서 전기요금 개편을 이야기해왔다. 김종갑 사장은 개편이 요금인상은 아니라고 하지만, 결국은 요금 인상이다. 더욱이 한전의 전기요금 개편에 대해서 부정적일 수박에 없는 요인은 세어나가고 있는 ‘눈 먼 돈’ 역시 많은데 이를 제대로 잡지도 않고 무조건 적으로 외부에서 자금을 마련하려는 심보로 비춰지기 때문”이라며 “지금의 상황에서도 적자로 인한 요금인상이 필수라고 하는 상황에서 학교까지 설립하고 나면 어떻게 되겠나. 거기서 발생하는 비용 역시 한전이 대부분 감당해야하고, 그 역시 부채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부담이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 부채를 줄일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는데, 빚만 늘리는 사업만 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서 <스페셜경제>는 한저 측의 입장을 듣고자 취재를 시도했으나 "관련 부서에 확인하고 연락을 주겠다"고 답변만 남기고 연락이 오지 않았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사진제공 뉴시스>

[저작권자ⓒ 스페셜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선다혜 기자
  • 선다혜 기자 이메일 다른기사보기
  • 산업 전반을 담당하고 있는 선다혜 기자입니다. 넓은 시각으로 객관적인 기사를 쓸 수 있는 기자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의 이슈

뉴스댓글 >

주요기사

+

이슈포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