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불위의 칼…체제강화 위한 대통령 친위부대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9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과 기념촬영을 마친 후 다음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스페셜경제 = 김영일 기자]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당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로 인해 ‘조국 블랙홀’에서 다소 빠져나오는 감이 있다. 돌아보면 지금 우리나라 경제와 안보 상황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오신환 원내대표의 언급대로 두 달 넘게 이어진 ‘조국 블랙홀 정국’ 탓에 대한민국 경제와 안보의 심각성은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아 있었던 게 사실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엄중하다’고 지적할 정도로 경기침체에 대한 심각성은 우려할만한 수준이 아닐 수 없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0.04%)를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Deflation-경제 전반적으로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경기 침체를 동반하는 현상)’ 공포가 엄습해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기준금리를 1.50%에서 0.25%포인트 인하(1.25%)했고, 국제통화기금 IMF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6%에서 0.6%포인트 인하(2.0%) 했으며,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그보다도 낮은 1.8%로 낮춰 잡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자리 대통령’을 표방했지만 요식업과 숙박업 등의 단기일자리와 세금으로 만드는 고령층 일자리만 증가하고 있고, 제조업과 금융업, 30~40대 일자리는 여전히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쯤 되면 문재인 정권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폐기하고 경제정책 대전환을 통한 경제회복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판임에도, ‘검찰개혁’이란 그럴듯한 포장으로 상처만 남은 ‘조국 사태’에 대한 뒤집기를 시도하는데 사활을 거는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법무부 차관 등을 불러 ‘강력한 검찰 감찰 방안을 직접 보고하라’고 주문했고, 법무부에선 조 전 장관을 ‘검찰개혁의 영웅’으로 미화시키려 하고 있으며, 여당에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국회 본회의 통과로 방점을 찍으려 한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문재인 정권이 검찰개혁과 검찰개혁의 화룡정점으로 지목되는 공수처 설치에 그토록 목매는 이유에 대해 짚어봤다.
 

목매는 집권당 VS 반대하는 제1야당
대통령이 실질적 임명권 갖는 공수처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고 했던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퇴할 때까지만 해도 두 달 넘게 이어져오던 ‘조국 블랙홀 정국’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 것 같았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은 ‘검찰개혁’이란 그럴듯한 포장지로 상처만 남은 조국 정국에 대한 뒤집기를 시도하는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다.

법무부는 사퇴 직전 ▶검찰 특별수사부 축소 ▶특수부→반부패수사부 명칭 변경 ▶소환 조사 시간 축소 ▶심야조사 제한 ▶법무부 검찰 감찰 확대 ▶피의사실공표 금지 등 검찰개혁안을 발표한 조 전 장관의 사퇴 관련 영상을 제작해 홈페이지 게재하는 등 ‘검찰개혁 영웅’으로 미화시키려 하고 있고, 문재인 대통령은 법무부 차관과 검찰국장을 청와대로 불러 ‘강력한 검찰 감찰 방안을 직접 보고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검찰개혁의 화룡정점으로 지목되는 공수처 설치 법안 국회 본회의 통과를 서두르고 있다.

특히 이인영 원내대표는 ‘하늘이 두 쪽 나도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 검찰개혁의 핵심 조치는 공수처 설치로, 공수처를 뺀 검찰개혁은 앙꼬 없는 찐빵’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같이 조 전 장관 사퇴 이후 검찰개혁과 공수처 설치에 목매고 있는 집권세력에 대해,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밀려오는 수사를 버티다 못해 도피성 사퇴를 한 실패한 장관의 명예회복, 그리고 정치적 부활을 위해 대통령께서 총대를 메고 모든 권력이 동원되고 있다”며 “범죄혐의 장관에게 개혁 이미지를 칠해주기 위해 조국 사퇴 후속조치가 참으로 대단한 수준”이라고 비난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어 “문 대통령이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를 못할망정 법무부 차관을 불러 ‘조국표 검찰 장악안’을 다그쳤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공수처 역시 ‘조국 구하기’의 일환일 뿐”이라며 “공수처가 진즉에 설치됐다면 조국 수사는 어림도 없었을 것이다. 죄다 공수처가 채가지고 가서 모두 뭉개버렸을 것이 뻔하다”라고 꼬집었다.

황교안 대표 또한 “공수처는 결국 대통령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독재적 수사기관이 될 것”이라며 “문재인 ‘게슈타포(독일 나치 정권하의 정치경찰)’인 공수처를 만들어서 친문독재의 끝을 보려고 하는 것”이라 쏘아붙였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자유한국당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현안 관련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고위공직자 ‘저승사자’ 공수처

집권세력은 목을 매고, 제1야당은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는 공수처는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대통령을 비롯해 국회의원은 물론 대법원장 및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및 헌법재판관, 국무총리와 장·차관, 판사, 검사, 경무관급 이상 고위 경찰 등 고위공직자 및 가족(배우자·직계존비속, 대통령은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의 범죄를 수사하고 기소하는 ‘대통령 직속 권력형 비리 전담 기구’다.

고위공직자들의 ‘저승사자’라 할 수 있는 공수처장의 임기는 3년으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 중 1명을 지명한 후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는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집권당 추천 인사 2명 ▶야당 추천 인사 2명 등 모두 7명으로 구성된다.

이 중 법무부 장관과 법원행정처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집권당 추천 인사 2명이 더해지면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 내 집권세력 우호지분은 4명이 된다.

공수처장은 재적위원 5분의 4 이상의 찬성(7명 중 6명)으로 의결됨에 따라 집권세력과 친정권 성향 언론은 야당이 반대하는 인사는 공수처장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야당 추천 인사는 2명이지만 야당은 복수정당임에 따라 정의당이나 민주평화당, 대안신당(가칭) 등 정권에 우호적인 야당이 1명을 추천한다면 집권세력 우호지분은 5명으로 늘어난다.

그리고 제1야당 추천 후보가 공수처장이 될 가능성이 ‘제로(0)’에 가깝다는 점에서 대한변협이 대세를 따를 경우 정권 입맛대로의 공수처장 임명이 가능하다.

결국 공수처장에 대한 실질적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다는 얘기다.

친(親)정권 인사들로 조직 구성…檢 수사 무력화 우려

굳이 현직 검사가 아니더라도 변호사 자격이 있고 10년 이상 재판, 수사, 조사업무의 실무경력이 있는 인사라면 공수처 수사검사가 될 수 있다.

공수처 수사검사의 정원은 25명 이내로 하는데, 이 중 현직검사는 절반을 넘을 수 없다. 이에 따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친정권 성향 인사들로 공수처가 꾸려질 수 있다.

실질적으로 대통령이 임명권을 갖고, 친정권 인사들로 꾸려질 가능성이 높은 공수처는 대통령을 포함해 고위공직자들의 범죄 혐의가 포착되면 전방위적 수사가 가능하고,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이더라도 공수처로 이첩할 수 있다.

이를테면 현재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수사하고 있는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를 공수처가 가져가 검찰 수사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

 

법원·검찰·경찰 옥죌 대통령 직속 기구
이빨 드러내는 충견의 ‘습성’…두려움?


수사권과 기소권…패스트트랙에 태워진 두 개의 공수처 법안

수사를 벌였으면 수사 결과에 따라 재판에 넘길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는데,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은 수사는 할 수 있지만 기소는 할 수 없고, 공수처가 수사기록 등을 검찰에 넘겨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하게 한다.

다만, 판사와 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한해서는 공수처가 직접 기소권까지 행사할 수 있다.

판사·검사·고위 경찰에 대한 수사권 및 기소권을 행사하게 되면 법원 및 검찰, 경찰 조직은 공수처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데, 결과적으로 대통령은 공수처 하나로 법원 및 검찰, 경찰 조직을 옥죌 ‘무소불위의 칼’을 얻게 되는 셈이다.

그야말로 지금보다 더한 ‘제왕적 대통령’이 아닐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는 현재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태워진 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발의한 공수처 법안의 골자인데, 백혜련 의원 안과 함께 패스트트랙에 올라 있는 바른미래당 권은희 안은 대체적으로 백혜련 의원 안과 유사하지만 ‘기소심의위원회’라는 특징을 담고 있다.

기소심의위는 7명 이상 9명 이하로 구성하고, 만 20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 중에서 무작위 추출방식으로 선발된 인원을 공수처장이 위촉한다.

심의위는 공수처 검사에게 수사의 내용과 증거 및 적용법조, 피의자와 변호인 주장의 요지, 그 밖에 유의할 사항에 관한 설명을 듣고 공소제기 여부를 심사하며, 공수처 검사는 심의위 의결에 따라 공소제기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공수처는 ▶대통령이 실질적 임명권을 갖고 있고 ▶친정권 성향 인사들로 구성이 가능하며 ▶판사와 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한 수사권 및 기소권 행사로 법원과 검찰, 경찰 조직을 옥죌 수 있는 탓에 집권세력은 목을 매고, 제1야당은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 지난 4월 25일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간사와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운영위원장실로 들어가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의 게슈타포’…독재의 상징으로 변질?

공수처가 설치되면 대통령 외엔 이를 견제할 수단이 없다는 점도 집권세력이 목을 매고, 제1야당이 반대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공수처는 입법부·사법부·행정부 어느 부처에도 속하지 않는 대통령 직속기구다. 따라서 인사권자인 대통령 외엔 견제를 받지 않는 조직으로 볼 수 있다.

견제를 받지 않는데다가 고위공직자들은 물론 법원과 검찰, 경찰 조직을 수사할 수 있고 기소까지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통령 다음가는 ‘절대권력’으로 자리매김할 공산이 크다.

이렇게 되면 검찰개혁 일환이라는 당초 취지와 다르게 공수처는 살아있는 권력에게만 충성하는 ‘대통령의 게슈타포’ 즉, 체제강화를 위한 대통령 친위부대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제도의 취지가 선의라 하더라도 이를 사용하는 사용자에 의해 얼마든지 악용될 수 있다는 것.

공수처라는 무소불위의 칼을 손에 쥔 대통령은 어떨까. ‘절대권력은 절대부패 한다’는 말처럼 제왕적 권력에 취한 나머지 북한 김정은과 같은 독재자가 될 수도 있다.

결국 공수처 그리고 공수처를 손에 쥔 대통령이 ‘개혁’의 반대급부인 ‘부패’ 또는 ‘독재’의 상징으로 변질될 가능성을 간과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 2018년 9월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환호하는 평양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검찰에 대한 불신과 아쉬움, 그리고 두려움

문재인 정권 입장에선 검찰개혁은 반드시 실현해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검찰 조직은 그동안 구성원들이 범죄를 저지르면 솜방망이 처벌을 하거나 제대로 된 수사결과를 내놓지 않는 등 ‘제 식구 감싸기’를 자행해 온 게 사실이다. 수사 지휘권과 영장청구권, 기소독점권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진 ‘그들만의 봐주기’가 왕왕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살아있는 권력의 힘이 강할 때는 ‘권력의 충견’이란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충성심을 보이다가도 살아있는 권력이 레임덕을 맞거나 과거의 권력으로 물러나게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태세를 전환해 물어뜯기 바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검찰 수사를 받다 자살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검찰의 이러한 습성을 잘 알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자신의 자서전 ‘운명’에서 “민정수석 두 번 하면서 끝내 못한 일, 그래서 아쉬움으로 남는 게 몇 가지 있다”며 그 중 하나로 공수처 설치 불발을 꼽았다.

문재인 정권이 조국 전 장관 사퇴 전·후로 검찰개혁에 전력을 쏟으며 공수처 설치에 목매는 이유는 결국 검찰에 대한 대통령의 불신과 아쉬움 때문으로 읽혀진다.

이와는 좀 다른 시선으로 보자면, 조국 사태로 적지 않은 상처를 입은 문재인 정권인데 검찰이 과거에 그래왔던 것처럼 태세를 전환해 힘이 빠지는 권력에 칼을 겨눈 습성을 반복할까하는 두려움의 ‘발로(發露-숨은 것이 겉으로 드러남)’일 수 있다.

적폐청산 사냥을 훌륭히 소화한 충견이었지만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그 충견이 주인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는 습성이 반복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에 대한 발로가 아니냐는 것.

그래서 검찰개혁이란 미명 아래 검찰은 물론 나아가 법원과 경찰까지 옥죌 수 있는 공수처라는 무소불위의 칼을 대통령 직속으로 두고 싶은 게 아닐까.

그게 아니라 진정한 검찰개혁을 원한다면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하는 것 즉, 대통령이 검찰 인사권을 내려놓는 게 최우선일 것이고 그 다음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검찰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게 순서다.

공수처의 경우 이미 제도화된 특별검사 제도를 수정·보완해 활용한다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영일 기자 rare0127@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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