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 = 원혜미 기자] 일본산을 배제하자는 ‘탈(脫)일본’ 움직임이 전 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막상 산업계‧학계에서는 이를 무조건적으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관련 기업들은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강화 가능성과 현지 거래선과의 거래 가능성을 둘러싼 복잡한 이해관계로 인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13일 학계에 따르면, 전날 열린 한국경제연구원의 ‘소재·부품산업, 한일 격차의 원인과 경쟁력 강화방안’ 세미나에서 기업들의 ‘탈 일본’이 실현 가능한 카드가 아니라는 점이 지적됐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는 “소재의 수입은 거부하면서 완제품은 수출하겠다는 발상은 자유무역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이라면서 “한국은 국가간 분업과 협업을 기반으로 하는 자유무역 체계 선도국가로서의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홍배 동의대 무역학부 교수도 일본의 고부가가치 기술을 단기간에 대체하긴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일본의 소재‧부품 산업은 고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비해 우리나라의 소재‧부품 산업은 중기술 개발에 치우쳐있다”며 “10년 안에 한국의 기술 수준이 일본의 99.5%까지 높아져도 남은 0.5% 차이가 일본의 핵심 경쟁력으로 존재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간에 반도체 국산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은 사실 너무나 낭만주의적”이라면서 “지금 시장에서 바라는 것은 결국 냉정한 출구 전략 수립과 외교적 솔루션을 통해 리스크를 점진적으로 낮춰가는 방향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탈일본 얘기는 아직 일본의 수출규제의 파장에서 벗어나지 못한 시점에서 일본 협력업체뿐 아니라 일본 정부에도 반감을 줘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면서 “이번 일본 수출 규제가 생산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삼성전자의 탈일본 TF 구성 여부에 대해 “탈일본만을 위한 TF를 구성한 적이 없다”면서 “삼성전자가 모든 반도체 소재에서 ‘탈일본’에 나섰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원혜미 기자 hwon06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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