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빅테크‧마케팅 기업으로 도약 선언
사업부문 5개로 개편…내부 정비 완료
내년에 IPO 본격 추진…전담조직 신설
SK하이닉스 지분 10% 획득해 자회사화
물적분할 뒤 IT 담당 중간 지주사 탈바꿈

▲ 발언 중인 박정호 SK텔레콤/SK하이닉스 부회장 (사진=SK텔레콤)

 

[스페셜경제=최문정 기자]‘최태원의 남자’로 불리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3일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박 부회장은 향후 SK하이닉스 부회장직도 겸임하게 된다. 현재 SK그룹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SK텔레콤 IT 중간지주사 전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3일 진행된 SK그룹 임원인사와 조직개편 등으로 인해 SK그룹 내에서 SK텔레콤이 차지하는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이날 SK텔레콤은 “통신회사를 넘어 AI(인공지능)빅테크‧마케팅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SK텔레콤이 SK그룹 전체에게 ICT(정보통신기술)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업자가 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미 SK텔레콤은 AI 관련 사업을 위해 SK하이닉스와 긴밀한 협업을 진행한 사례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달 25일 공개한 데이터 센터 등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AI반도체 ‘사피온’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AI반도체가 작동하기 위해선 (정보를 저장하는)메모리와 (정보를 저장하는)클라우드 관련 기술이 필요하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관련 기술력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협력이 이뤄졌다”라고 설명했다.

박 부회장이 연임에 성공한 첫 해인 올해, SK텔레콤은 ‘통신사업자’에 국한된 이미지를 벗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SK텔레콤은 사업부문을 ▲MNO(무선통신사업) ▲미디어(SK브로드밴드, 웨이브) ▲쇼핑(11번가) ▲보안(ADT캡스, SK인포섹) ▲모빌리티(T맵, T맵택시 등)의 5개로 개편했다. 또한 해당 분야의 자회사를 두고, 신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 방위의 협업‧기업결합 등의 수단이 활용됐다.

이날 SK텔레콤은 “올해 마이크로소프트(클라우드게임 분야, 미디어), 아마존(11번가와 협력, 쇼핑), 우버(티맵모빌리티 합작법인, 모빌리티)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과 굵직한 사업 제휴를 성사했다”고 정리했다.

올해가 SK텔레콤의 내부 조직을 정리하는 해였다면, 내년은 기업공개(IPO)의 해가 될 전망이다. 이날 발표된 조직 개편에서 SK텔레콤은 코퍼레이트 센터(협력 센터) 산하에 ‘IPO추진담당’을 신설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국내외 투자를 활발히 유치하고, 자회사들의 IPO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 밝혔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내년 원스토어를 시작으로, ADT캡스, 11번가, SK브로드밴드, 티맵모빌리티 등을 순차적으로 IPO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윤풍영 SK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도 “최근 원스토어 IPO를 위한 주간사 선정을 완료했다. 내년 하반기 상장 완료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다섯 자회사의 IPO를 진행해 금융시장서 인정받으려고 한다”고 말한 바 있다.

SK텔레콤이 공격적으로 사업규모를 불리는 이유는 SK그룹의 중간지주사로 전환을 염두해 둔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 목표는 여러 경영진의 입을 통해 확인된 바 있다.

실제로 박정호 부회장(당시 사장)은 작년 세계기업전시(CES)에서 “올해(2019년) 중간지주사 전환을 꼭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고, 윤풍영 코퍼레이트센터장(CFO)도 지난해 5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중간지주사 전환은 자회사 포트폴리오가 마무리될 때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초 지난해 마무리될 예정이었던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이 늦어진 이유는 SK하이닉스 지분 확보 때문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라 신규 지주회사 전환 기업진단이나 지주회사에 편입되는 자회사의 경우, 지주사 의무지분율이 자회사 30%, 손자회사 50%로 각각 10%씩 올랐다.

현재 SK텔레콤이 소유한 SK하이닉스 지분은 20.1% 정도다.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선 약 10%의 지분이 더 필요하다. 이날 기준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81조원 수준으로, 10% 가량을 획득하기 위해선 단순 계산으로 8조1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당초 중간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던 시점보다 코로나19로 인한 반도체 업계의 호황 등으로 SK하이닉스의 가치가 커진 결과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이 부족한 지분 10%는 자회사의 IPO 과정에서 유입되는 현금 자산으로 매입할 것이란 그림이 나온다. 중간지주사 전환에 필요한 SK하이닉스 지분 10%를 모두 획득한 뒤엔 SK텔레콤을 통신사업부문과 지주사로 물적분할해, 지주사 쪽이 SK그룹의 IT담당 중간지주사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SK텔레콤은 현재 사명 개명도 논의하고 있다. 업계에서 거론되는 이름으로는 T스퀘어, SK투모로우, SK하이퍼커넥터, SK테크놀로지 등이 있다. 통신에 국한되지 않는 기업임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SK텔레콤을 인적분할하는 것보다 물적분할하는 것이 규제당국이나 정치권, 언론으로부터 비판받을 부담이 적다"며 “지배구조 개편은 물적분할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이러한 청사진에 향후 SK그룹의 지배구조 전체의 지각변동도 예상된다. 현재 SK그룹은 SK(주)의 자회사로 SK텔레콤을 두고, 그 아래 손자회사로 SK하이닉스를 두고 있다. 만일 SK텔레콤이 통신부문을 따로 물적 분할하고, 나머지 부분을 SK그룹의 중간지주사로 전환하면, 이 중간지주사가 SK하이닉스, SK브로드밴드 등을 자회사로 두는 구조다.

SK그룹의 주력 사업도 선경 시절부터 이어진 정유, 화학 등에서 IT 기술 등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 최태원 SK 회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해 기업의 새로운 역할을 제시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드러냈다.

이와 관련, SK텔레콤은 “(회사 내) ‘ESG혁신그룹’을 통해 SK ICT 패밀리의 ESG 활동을 전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페셜경제 / 최문정 기자 muun09@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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