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국내 굴지의 대형병원이 해외 이민과 유학 비자 발급에 필요한 신체 검사 비용을 담합으로 책정된 사실이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캐나다·호주·뉴질랜드·미국·중국 등 5개국 이민·유학 비자 발급 과정에서 신청자가 받아야 하는 신체검사 가격을 동일하게 결정한 의료기관 15곳(17개 병의원)에 대해 시정명령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3일 밝혔다.

이는 의료 서비스 분야 중 비자 신체검사 수수료 결정 과정에 공정거래법을 최초 적용한 사례다.

시정명령 대상 병원은 ▲학교법인 연세대학교(신촌세브란스, 강남세브란스) ▲의료법인 하나로의료재단 ▲재단법인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 한국연합회유지재단(삼육서울병원) ▲학교법인 가톨릭학원(여의도성모, 서울성모) ▲부산대학교병원 ▲사회복지법인 삼성생명공익재단(삼성서울병원) ▲재단법인 천주교부산교구유지재단(부산메리놀병원) ▲강원대학교병원 ▲학교법인 조선대학교(조선대학교병원) ▲혜민병원 ▲재단법인 한국의학연구소 ▲사단법인 대한산업보건협회 ▲사단법인 정해복지(한신메디피아의원) ▲학교법인 대한예수교장노회총회고려학원(고신대학교복음병원) ▲제주대학교병원 등이다.

공정위는 “대사관의 새로운 검사항목 추가 요구 등 신체검사료 변경 사유가 발생할 경우 가격 변경안을 대사관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지정병원들이 공동으로 가격 수준을 동일하게 결정하는 담합 행위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해외 이민과 유학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의 국내 주재 대사관이 지정한 병원, 검진전문기관에서 신체검사를 받아야 한다.

비자 신체검사 과정에서 이민·유학 등 비자를 신청하면 신청자들은 각국 대사관으로부터 지정병원 명단을 포함한 검사 안내문을 받아 본인 부담으로 지불한다.

신체검사료를 각국 대사관이 지정한 병원과 협의해 결정하는 구조로 검사 항목은 결핵·에이즈·간염·성병검사 등 나라마다 상이하다.

각 국 대사관은 비자 신체검사료가 다른 유사서비스 가격보다 높아 민원이 제기되는 문제, 지정병원간 가격 차이로 인한 수검자 쏠림 현상으로 검사 결과의 정확성‧신속성이 담보되지 않는 문제 등을 예방하기 위해 개별 병원들 가격 결정에 관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병원은 지난 2002년 1월부터 2006년 5월까지 5개국 비자 신체검사 담당 지정병원들은 국가별로 1~2차례씩 신체검사료를 동일한 수준으로 결정하는 합의를 하고 이를 실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에서 각각 2차례, 미국, 중국에서 각각 1차례 지정병원 간 담합이 이뤄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조치 수준은 비자 신체검사 분야가 검사 대상 병원이나 수수료 수준의 각국 대사관 관여 등으로 일반적인 시장 수준에서 경쟁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 등을 감안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시정조치로 인해 앞으로는 보다 경쟁 친화적이고 소비자 이익이 제고될 수 있는 방향으로 비자 신체검사 수수료가 결정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92ddang@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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