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저지 위한 한국당 여론카드는 ‘조정위 불법’?…국회법 들여다보니

김수영 기자 / 기사승인 : 2019-11-27 18:5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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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27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며 그동안 선거법 개편에 반대해오던 자유한국당이 궁지에 몰린 형국이다.

비례성·대표성을 강화한다는 명목의 선거법 개정논의는 지난해부터 이어져 왔지만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포함) 등 여야4당과 자유한국당의 좀처럼 이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

현 개정안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을 각각 225석·75석으로 조정하고 정당 득표율의 50%를 총 의석으로 배분하는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지만, 한국당은 오히려 비례대표제를 폐지하고 지역구로만 270석을 구성하는 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여야4당의 공조로 인해 의석수에서 밀리던 한국당으로서는 이를 법리적으로 저지할 수단이 없다.

지난 8월 선거법 개정안이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서의 의결을 앞두고 있던 당시 한국당 정개특위 위원들은 안건조정위원회(조정위) 구성을 요청했고, 조정위는 즉시 선거법을 의결, 이튿날 정개특위 전체회의에서 법안을 최종 의결해 법사위로 넘겼다.

최근 한국당은 당시 조정위를 구성했음에도 정개특위가 조정위의 법정 활동기한을 무시하고 선거법을 의결했다며 이를 날치기로 규정하고 불법·원천무효임을 주장하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27일 의원총회에서 “정개특위에서 우리가 명백히 조정위에 회부한 그 안건을 날치기 통과시켰다”며 “그 날치기 통과가 적법하다는 전제로 이제는 본회의에 부의하겠다는 통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만희 원내대변인도 “이번 선거법 부의는 국회법상 최대 90일의 활동기한이 보장된 조정위 회부도 무시하고 민주당에 의해 일방적으로 날치기 강행 처리됐을 뿐 아니라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까지 청구되어 본회의 부의는 90일을 더하거나 헌재 결정 이후로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조정위 활동기한은 90일로 한다

국회법 제57조의2(안건조정위원회) ① 위원회는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안건을 심사하기 위하여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로 안건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원회’라 한다)를 구성하고 해당 안건을 제58조제1항에 따른 대체토론(大體討論)이 끝난 후 조정위원회에 회부한다. 다만 조정위원회를 거친 안건에 대해서는 그 심사를 위한 조정위원회를 구성할 수 없다.

② 조정위원회의 활동기한은 그 구성일로부터 90일로 한다. 다만 위원장은 조정위원회를 구성할 때 간사와 합의하여 90일을 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활동기한을 따로 정할 수 있다.
국회법에 따르면 조정위의 활동기한은 최장 90일이며, 위원장과 간사협의로 활동기한을 단축시킬 수 있다. 지난 8월 정개특위에서 조정위를 구성할 당시 활동기한에 대한 협의는 이뤄지지 않은 관계로 활동기한은 최장기간인 90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문제는 선거법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며 정개특위에서 최장 180일 간 논의될 수 있었다는 것과 정개특위의 활동기한이다.

선거법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것은 4월 30일. 국회법에 따라 정개특위에서 논의할 수 있는 최장 기간은 180일로 10월 26일까지다. 하지만 정개특위는 비상설 특별위원회로 활동기한 종료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당시 여야는 정개특위 위원장을 심상정 의원에서 홍영표 의원으로 바꾸는 대신 8월까지 활동기한을 연장하자는 한국당 제안에 합의했다. 그러나 8월 말이 되도록 정개특위는 합의는커녕 제대로 된 논의조차 갖지 못했다.

8월 중 정개특위 내에서 선거법을 의결하지 못하면 행정안전위원회로 넘어가 10월 26일까지 논의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 민주당 등 여야4당으로서는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선택지였다. 게다가 토요일(30일)과 일요일(31일)을 감안하면 활동 데드라인은 사실상 29일이었다.

여야4당이 선거법을 끝내 의결할 조짐을 보이자 한국당은 28일 조정위를 구성했다. 활동기한에 대한 별도의 위원장-간사 협의는 없었다.

하지만 조정위는 구성 당일 선거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쳐 원안 통과시켰고, 그대로 정개특위 전체회의에 회부돼 다음날 의결됐다. 한국당이 현재 문제 삼는 부분은 바로 여기다. 90일의 보장된 활동기한이 있음에도 이를 강행처리 한 것은 불법이라는 것이다.

● 패트안건을 심사하는 조정위는 법사위·본회의 부의 시 활동기한이 남았어도 활동을 종료한다

제57조의2 (안건조정위원회) ⑨ 제85조의2제2항에 따른 신속처리대상안건을 심사하는 조정위원회는 그 안건이 같은 조 제4항 또는 제5항에 따라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되거나 바로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보는 경우에는 제2항에 따른 활동기한이 남았더라도 그 활동을 종료한다.

제85조의2 (안건의 신속처리) ④ 위원회(법제사법위원회는 제외한다)가 신속처리대상안건에 대하여 제3항 본문에 따른 기간(각 180일·90일) 내에 심사를 마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그 기간이 끝난 다음 날에 소관 위원회에서 심사를 마치고 체계·자구 심사를 위하여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된 것으로 본다. 다만, 법률안 및 국회규칙안이 아닌 안건은 바로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본다.

⑤ 법제사법위원회가 신속처리대상안건(체계·자구 심사를 위하여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되었거나 제4항 본문에 따라 회부된 것으로 보는 신속처리대상안건을 포함한다)에 대하여 제3항 단서에 따른 기간 내에 심사를 마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그 기간이 끝난 다음 날에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사를 마치고 바로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본다.
여야가 현재 공방을 벌이고 있는 선거법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이다.

패스트트랙 법안은 소관 상임위에서의 180일이 경과하면 자동으로 법사위로 넘어가 90일간 체계·자구심사를 거친다. 법사위에서 90일이 지나면 그 다음날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간주된다. 이 기간은 모두 최장기간이다.

하지만 조정위가 구성됐다 해도 국회법은 법사위 회부 또는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보는 경우 잔여기간을 불문하고 활동을 종료하도록 규정한다.

선거법 개정안이 정개특위를 통과해 법사위로 회부된 것은 9월 2일이다. 조문에 따르면 조정위의 활동은 아무리 늦어도 9월 2일자로 종료된 셈이다.



27일 여야 4당(대안신당 포함)은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방향 논의를 위한 첫 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각 당 대표의원들은 선거법과 관련해 의원정수를 유지하고 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을 규정한 원안의 내용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원안대로 본회의 표결에 들어갈 경우 부결 가능성이 남아있어 여야 간 이견 조율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당으로서는 의석수가 부족한 관계로 저지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내부적으로 의원직 총사퇴, 총선 불출마, 필리버스터(무제한 발언) 등의 대책이 제시되고 있지만 실효성은 없어 보인다.

한편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부의된 선거법 개정안을 검찰개혁안과 함께 본회의에 상정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상정 일자 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여야 간 협의를 최대한 장려하기 위해 검찰개혁안이 부의되는 3일부터 정기국회가 종료되는 12월 10일까지 약 일주일 사이를 유력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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