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비방·고소 잇따라..입찰 후유증 우려

▲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전경.

 

[스페셜경제=홍찬영 기자]공사비만 8100억원에 달하는 서울 반포주공아파트 1단지 3주구 재건축사업을 두고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의 경쟁이 뜨겁다. 
 

반포 3주구 재건축 사업은 재건축시장 최대어로 꼽힌다. 역세권과 학세권을 갖춘 서울 강남 중심지인 반포에서 펼쳐지는 사업인 만큼 대형 건설사들로서는 놓칠 수 없는 사업지이기 때문이다.


다만 수주를 확보하기 위한 두 건설사간의 경쟁이 과열돼 논란이 일고 있다. ‘클린수주’ 사업지라는 말이 무색하게 두 건설사간 비방·고소가 잇따르는 등 온갖 의혹과 잡음이 일고 있다.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된 반포3주구 수주전을 스페셜경제가 들여다 봤다.


삼성물산 vs 대우건설고소·비방으로 얼룩

서울시, 1회 주의·경고3회면 자격 박탈

2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과 삼성물산은 오는 30일 진행되는 2차 합동설명회 및 시공사 선정 총회를 앞두고 전면전을 치르고 있다.

 

반포주공 1단지 3주구 재건축은 반포동 1109번지 일대 1490가구를 지하 3층에서 지상 35층 아파트 17개 동으로 새로 짓는 사업으로 총공사비는 8100억원에 달한다.

 

당초 반포3주구 재건축 조합은 지난 20187월 시공사로 HDC현대산업개발을 선정한 바 있다. 그러나 현대산업개발과 재건축조합(조합) 측은 특화설계와 공사비 등을 두고 이견차를 좁히지 못해 현대산업개발의 시공사 지위가 박탈됐다.

 

이후 삼성물산, 대우건설,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롯데건설 등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입찰에 참여한 결과,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최종적으로 새 시공사 후보에 올랐다.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은 최근 조합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각각 수주 공약을 내놨다.

 

두 건설사의 공약 핵심은 오는 7월부터 본격 시행되는 민간 분양가 상한제에 대한 대응 방법이다. 분양가 상한제는 재건축 사업에서 가장 큰 돈이 되는 일반분양 물량의 가격을 통제하는 제도로, 조합원의 분담금이 늘어나는 문제가 있다.

 

제안서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100% 후분양을 제안했다. 후분양을 할 경우 공사기간 중 공시가격, 시세 등이 오르면서 선분양보다 높은 수준으로 분양가가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대신 후분양은 그동안의 사업비를 조달하기 위한 금융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삼성물산측은 건전한 재무구조로 덕으로 후분양을 하더라도 안정적인 사업비 조달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우건설은 일반분양분을 리츠에 출자한 뒤 임대하고, 임대기간이 끝나면 매각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다만 리츠의 경우 서울시가 반대 의견을 내세운 바 있어 추가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물산은 새로운 아파트 단지명으로 구반포 프레스티지 바이 래미안, 대우건설은 트릴리언트 반포를 제시했다.

 

상호 비방 들끓어클린사업지 무색

 

앞서 서울시는 반포3주구를 클린수주 시범사업장 1호로 지정했다. 조합원 개별 홍보, 허위과장, 부정행위 등을 금지한 것이다.

 

하지만, 두 건설사는 상호 비방, 불법 개별홍보, 소송 등 얼룩진 경쟁을 하고 있다.

 

반포3주구 조합에 따르면 두 건설사는 20일부터 29일까지 각각 공식 홍보관을 운영키로 했다. 홍보관을 짓는 과정에서 양사 모두 가설 건축물 축조 허가 신고를 하지 않았다. 이에 서초구는 원상복구 명령을 내고 홍보관을 1층 규모로 설치하거나 반포주공아파트 회의실 사용을 권고했지만, 두 회사는 예정대로 홍보관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대우건설은 외부업체(OS)의 홍보활동과 관련해서도 잡음이 일었다. 한 여성이 반포3주구 주민들에게 삼성물산의 제안서를 비판하는 불법 홍보활동 추정 동영상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우건설 측은 해당 직원이 자사의 직원이라는 증거가 없다고 반발했다.

 

양사간 고소 건도 불거졌다. 대우건설 측 주장에 따르면 신반포1차 재건축정비사업 조합장인 한 모씨와 삼성물산이 공모해 자사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는 것이다. 한 모씨는 반포3주구 조합원에게 대우건설을 비방하며 시공사로 선정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에는 아웃시켰던 현대산업개발보다 못한 최악의 시공사’, ‘삼성보다 최소 수백억원 손해인 제안서를 제출한 대우건설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우건설은 지난 7일 삼성물산과 한 모씨를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등으로 고소했다. 삼성물산은 조합장과의 만남 자체를 부인하는 등 이같은 의혹에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19일에는 서울 서초구 엘루체컨벤션에서 개최된 반포3주구 재건축 시공사 1차 합동홍보설명회에서 기호1대우건설과 기호2삼성물산은 사업 조건을 상대 사와 비교분석하며 치열한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서울시, 양사에 경고 처분

 

반포3주구 수주전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면서 서울시 역시 난처한 입장이다.

 

양사는 서울시로부터 주의와 경고를 모두 각 1회씩 받았다. 경고를 3차례 받게 되면 해당 건설사는 입찰자격을 박탈당하게 된다.

 

경고 처분을 받은 대우건설과 삼성물산은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합동설명회 이후엔 공정경쟁을 펼치기로 했지만 여전한 과잉 논란 대응 등의 잡음은 시끄럽다.

 

이에 서초구청이 담당자를 파견해 관리감독을 실시했고, 서울시는 양사 홍보활동에 법적 위반사항이 없는지 검토하고 있다.

 

과열되는 경쟁에 조합원 측도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한 반포3주구 조합원은 더 좋은 아파트를 만들기 위한 건설사들의 경쟁은 당연한 것이지만, 상호를 헐뜯는 양상은 보기 좋지 않다면서 시공사 선정 후 불법 홍보 행위로 발목 잡혀 무효화 되지는 않을 까 염려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반포3주구 조합은 30일 총회를 열고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당초 서초구 세화고등학교에서 총회 개최 예정이었지만, 학교측의 요청으로,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 / 홍찬영 기자 home217@speconomy.com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