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엔 목소리 높이던 그들이 지금은

▲ 23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아크로 광장 인근에서 열린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에서 서울대학교 대학생들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촛불과 스마트폰 플래시를 들고 있다. 2019.08.23.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각종 의혹에 휩싸인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일부 친여 성향 인사들이 비호 발언을 쏟아내는 데 대해 2030세대들이 온라인에서 “조 후보자의 실상이 드러나자 같은 ‘386 출신 진보 꼰대들’이 집단적 위선으로 그를 감싸고 있다”고 비판했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등과 활동해온 지성용 신부는 지난 23일 서울대·고려대에서 열린 촛불 집회에 참석한 학생들을 향해 “시류에 편승해 나불거리지 마라. 사람 사는 세상, 과정이 공정한 세상을 위한 개혁의 최선은 조국”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본관에 걸렸던 촛불 집회 그림을 그린 임옥상 화가는 “(지금은) 수구 기득권과 진보 개혁 세력의 싸움”이라고 했다.

이외수 소설가는 “이명박·박근혜 시절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도 못 되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지난 24일 서울 광화문광장 자유한국당 장외 집회에서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조 후보자 딸 같은 호사를 못 누렸다”던 한 청년의 발언에 YTN 변상욱 앵커는 트위터에서 “반듯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면 수꼴(수구 꼴통) 마이크를 잡진 않았을 것”이라 말했다.

2016년 정유라 이화여대 부정 입학 사건을 ‘내란죄’라 비판했던 방송인 김제동 씨를 비롯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진중권 동양대 교수 등도 조 후보자 딸의 온갖 논란에는 침묵 중이다.

이들이 현 상황을 ‘보수 대 진보’의 진영 대결로 몰아 편 가르기에 나선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중 상당수가 2016년 최순실 딸 정유라 이화여대 부정 입학 사태 당시 평등과 공정·정의 등 ‘보편 가치’를 강조하며 “촛불을 들자”고 했지만 조 후보자 딸 문제가 나오자 약속이라도 한 듯 다른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2030세대들은 “역사상 가장 운 좋은 세대로 꼽히는 386세대가 우리의 입시·취업·결혼·주택 마련 기회를 다 막아놓고, 이젠 상식과 보편 가치에 입각한 비판마저 적폐로 몰고 있다”고 반박한다. 특히 “386세대 특유의 이중성, 진영 논리, 위선이 분노스럽다”고 했다.

2016년 11월 최순실 사태 당시 “사악한 질서를 확실하게 뒤집어엎어야 한다. 젊은이들도 다 모여서 논의해야 한다”고 외친 경희대 김민웅 교수는 조 후보자 반대자들을 향해 “적폐들에게 조국을 먹잇감으로 넘기겠다는 자들은 그가 누구든지 이제 적(敵)”이라고 했다.

정의구현전국사제단 등과 함께 세월호, 박근혜 정권 반대 관련 각종 시국 선언에 참여했던 지성용 신부는 지난 24일 서울대·고려대 학생들의 조 후보자 비판 촛불 집회에 대해 “역사의식, 공동체에 대한 공감 능력이 전무한 이기적인 녀석들”이라며 “너희들이 정의·자유를 나불거릴 자격이 있느냐”라고 했다.

조 후보자 딸이 SCI 논문 ‘제1 저자’가 된 것을 두고 “실습 보고서 성격의 ‘에세이’인데 뭐가 문제냐”고 발언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과거 정유라에 대해서는 “부모 영향력에 좌우되는 교육 불평등이 심하다”고 했었다.

2030세대들이 ‘이중적 태도’라 지적하는 이유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가 내걸었던 ‘공정’으로서의 가치가 조 후보자 논란으로 깨졌다고 비판한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대학 입시와 관련해 한국 사회가 공유하는 집단 트라우마와 한(恨)을 (조 후보자 딸의)‘황제 입시’ 논란이 제대로 건드렸다”고 지적했다.

성균관대 사회학과 구정우 교수도 “2030세대는 통일, 혁명 같은 ‘대의’만 중시하던 386 운동권 세대와는 달리 보편 가치와 상식에 입각해 사회를 바라본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사진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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