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이어지는 ‘적자의 늪’…유니콘 기업이란 호칭 무색

[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밤 11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7시에 배송을 해주는 ‘새벽배송’붐을 만들었던 마켓컬리가 최근 곳곳에서 잡음을 내면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잦은 오배송과 제품 품절 문제로 인해서 ‘처음과 달라졌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마켓컬리가 ‘마케팅과 TV광고’를 통한 홍보와 신규가입자 통한 외연확장에 치중하면서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는 형국이다.
 

뿐만아니라 마켓컬리의 독점 시장이나 다름없었던 ‘새벽배송’에 신세계, 롯데, CJ등 대기업들까지 몰리면서 대내외적으로 악재가 겹치고 있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도 “마켓컬리가 시장 선점을 했다고 하더라도, 대기업들이 들어와 경쟁하면 밀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봤다. 


출범 4년 만에 매출액 50배 증가, 누적가입자수 200만명 돌파 등으로 벤처기업의 유니콘으로 불렸던 마켓컬리가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이에 <스페셜경제> 측은 위기에 봉착한 마켓컬리에 대해서 낱낱이 살펴보기로 했다.
 

‘잦은 제품 품절과 오배송’ 등으로 소비자 불만 폭주
마켓팅 뿐 아니라 TV광고까지…‘과도한 투자’ 지적

마켓컬리 서비스는 지난 2015년 처음 출시됐으며, 첫해 매출액은 29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출시 4년 만인 지난해 매출 1560억을 기록하는 고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출시 첫해와 비교해서 매출액이 무려 50배나 뛴 것이다. 이렇게 고공성장할 수 있다는 가장 큰 이유는 ‘새벽배송’ 때문이었다. 밤 11시에 주문하면 아침 7시 집 앞에 배달을 해준다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큰 메리트였다.  

 

그동안 유통기업들의 배송은 보통 시간대가 정해져있고, 이처럼 밤늦게 주문해서 아침 일찍 배송을 해주는 경우가 없었다. 이 같은 서비스가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탔고, 이제는 국내 ‘예비 유니콘 기업’으로 선정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마켓컬리가 올해 들어서 계속 잡음에 시달리고 있다.
 

마켓컬리는 빠른 ‘새벽배송’을 통해서 성장한 기업인데, 잦은 오배송과 계속되는 제품 품절로 인해서 초기부터 마켓컬리를 사용했던 소비자들에게 원성을 사고 있는 것이다. 기존 소비자들은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서 “마켓컬리가 신규 가입자를 모으기 위해서 기존 가입자를 등한시 하고 있다”면서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마켓컬리는 출시 이후부터 지금까지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서 ‘신규가입 시 인기상품을 100원 판매’ 이벤트나 ‘회원가입 후 첫 구매 시에는 하나만 구매해도 무료배송’, ‘첫 구매 후에는 한 달 동안 결제 금액의 5% 적립과 무료배송’ 등의 혜택을 제공해왔다. 이를 기반으로 창업 4년 만에 매출액이 훌쩍 뛴 것은 물론, 누적 가입자가 200만 명을 넘어선 상황이다.
 

문제는 이렇게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인기있는 제품은 대부분 ‘품절’인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또한 제품이 품절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앱에서는 제 때 적용되지 않아서, 소비자들 품절된 지 모르고 제품을 구매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제품이 계속 품절돼 물건을 살 수 없다”, “주문은 도대체 언제 가능하냐”, “물건이 빠져서 오는 경우도 있다”는 등의 불만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기존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마켓컬리가 신규 가입자를 늘리는데 치중하다보니, 제품의 재고나 배송 문제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마켓컬리를 초장기부터 이용해온 소비자들의 사이에서는 이러한 불만이 점점 커지고 있다.

‘고공성장’으로 인한 부작용?

현재 마켓컬리는 외부적으로는 품절이나 오배송 등의 문제를 안고 있으면서, 내부적으로는 만년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마켓컬리는 설립 초기부터 현재까지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온 적이 없다. 


지난 4년 동안의 마켓컬리의 영업손실액을 보면 ▲2015년 54억원 ▲2016년 88억원 ▲2017년 123억원 ▲2018년 336억원으로, 매출이 매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적자폭이 매워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바로 새벽배송만의 높은 포장‧운반비와 광고‧마켓팅 비용이다. 이로 인해서 마켓컬리가 대외적으로는 ‘유니콘 기업’이라는 호칭을 달고 있음에도 수익성 악화라는 고질병을 덜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마켓컬리의 포장비 지출 금액은 177억원으로 전체 매출 1561억 가운데 약 11%를 차지했다. 운반비는 150억원으로 약 10%를 차지했으며, 이는 직전해보다 각각 4배 2.7배가 증가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마켓컬리는 설립부터 지금까지 공격적인 마켓팅을 꾸준히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TV방송광고까지 진출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마켓컬리의 TV광고가 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마켓컬리 TV광고에는 탑 배우들 중에서도 광고비가 비싼 축에 속하는 전지현이 출연하고 있다. 물론 전지현의 출연 덕분에 마켓컬리의 인지도가 ‘더’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너무 과한 투자라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마켓컬리는 이전에 없었던 배송시장을 열어준 것이긴 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새벽배송이 옳은가?’라는 질문이 계속 나오고 있다. 어쨌든 포장‧배송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밤에 주문한 상품이 새벽에 도착하기 위해서 그 시간에 깨어서 일을 해야하는 근로자들이 있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도의적인 부분에서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정도 인지도가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마케팅과 TV광고 등에 열을 올리는 결국 외연확장 때문이 아니겠냐”면서 “그런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공하고 있는 제품이나 배송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면 홍보에 열을 올리는 것이 좋게 보일 수 없다. 더욱이 전지현이라는 배우는 연예계 탑배우 중 탑이다. 당연히 광고비가 비싼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이렇게 비싼 배우로 광고하면서, 질이 떨어지면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는 등한시 하고 있다는 식의 생각이 들 수박에 없다”고 지적했다.

‘마켓컬리’가 키워놓은 새벽시장에 대기업 몰린다

마켓컬리의 상황이 더 좋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마켓컬리 ‘독점 시장’이나 다름없었던 새벽배송 시장에 점점 기업들이 발을 들이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는 기업들은 롯데를 비롯한 신세계, CJ 등 유통업의 강자들이다. 또한 쿠팡과 같은 이커머스 업체들도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마켓컬리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 신세계, CJ 등이 홈쇼핑이나 온라인 법인 등 계열사를 통해서 새벽배송을 도입하고 본격적으로 시장 진출에 나섰다. 롯데홈쇼핑은 롯데아이몰에서 ‘새롯배송’을 론칭했고, 신세계는 이커머스 전문법인 쓱닷컴에서 지난달부터 새벽배송을 진행하고 있다. 


CJ는 오는 9월부터 CJENM 오쇼핑 부문의 CJ몰에서 새벽배송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렇게 마켓컬리가 선점했던 시장에 대기업들이 하나둘씩 참여하면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마켓컬리의 경우는 오로지 ‘새벽배송’이라는 이전에 없었던 색다른 서비스를 통해서 소비자들을 끌어모았었다. 하지만 이러한 새벽배송 시장에 유통 대기업들이 참여하게 되면 당연히 마켓컬리만의 메리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신세계, 롯데 등은 이미 이마트나 롯데마트라는 ‘대형마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마켓컬리에 비해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더 많이 그리고 더 빠르게 공급할 수 있다. 만약 이렇게 되면 새벽배송만으로 소비자들의 각광받았던 마켓컬리의 장점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유통업계 관계자는 “마켓컬리는 새벽배송을 처음 시작했던 만큼 브랜드력이나 인지가 많이 쌓인 것은 맞다”면서도 “자체 인력이나 인프라가 없기 때문에 시스템적인 강점이 크지 않다. 이에 반해서 롯데나 신세계 등은 이미 깔려있는 인프라가 어마어마하다. 거기다가 새벽배송을 시작한다고 하면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이쪽으로 몰릴 수박에 없다. 지금가지 마켓컬리의 장점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마켓컬리의 경우 새벽배송이 서울과 경기 그리고 인천 등에 한정돼 있으며, 핵심 운영 기반인 택배와 배송 인력 역시 외주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대기업들의 경우 이미 물건을 조달할 수 있는 기반이 지방에도 깔려 있으며, 롯데와 CJ의 경우에는 롯데택배와 CJ대한통운 등 택배회사까지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는 실정이다. 모든 면에서 대기업들이 새벽배송 시장에 더 유리한 상황이다. 결국 마켓컬리와 대기업의 경쟁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인 셈이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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