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희상 국회의장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일명 공수처법)' 및 표결 방법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반대에도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2019.12.30.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자유한국당이 9일 열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검경 수사권 조정안(형사소송법·검찰청법)과 유치원3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유아교육법)에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신청을 고려중인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당은 이날 쟁점법안과 함께 상정될 민생·경제법안에 대해서는 필리버스터를 풀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수사권 조정안과 유치원법에 대해서는 뚜렷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비록 여야가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의견일치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한국당이 예산안과 선거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통과를 ‘날치기’로 규정하며 이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필리버스터를 이어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7~8일 이틀 간 진행되는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종료되면 헌법에 따라 국회의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점도 민주당에게는 고민거리다.

올 4월 총선에서 상징적인 역할을 맡게 될 이낙연 총리가 정 후보자의 지역구인 종로에 출마할 것이 유력시 되는 가운데 출마를 위해서는 16일까지 총리직에서 사퇴해야한다. 그러나 자칫 한국당이 정 후보자의 임명까지 반대하고 나설 경우 민주당은 쟁점 법안에 이어 총리 임명까지 강행처리 하는 무리수를 둬야 한다.

또 다시 남는 나쁜 선례…‘쪼개기·다단계 국회’

특히 선거법, 공수처법 처리 과정에서 한국당의 필리버스터를 소진시키기 위해 감행해온 ‘다단계 임시국회’는 여당으로서 국회에 안 좋은 선례를 남긴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국회법상 회기가 정해진 2·4·6·8월 임시국회를 제외한 나머지 임시국회는 별도의 회기 규정이 없다는 이유다.

실제 민주당은 정기국회가 종료된 다음날(12월 11일) 임시국회를 열어 23일 본회의에서 선거법을 상정했고, 한국당은 이날부터 25일까지 필리버스터로 맞섰다. 이어 26일 새 임시국회를 연 다음날 본회의에 선거법을 통과시켰다. 같은 날 민주당은 공수처법을 상정하며 한국당의 필리버스터를 소진시켰고, 30일 열린 새 임시국회에서 공수처법을 통과시켰다.

이는 필리버스터가 해당 회기 내에서만 유효하다는 국회법을 역이용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필리버스터로 지정된 안건은 다음 회기에 다시 필리버스터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오는 10일을 데드라인으로 설정해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어 13일 다시 임시국회를 열어 정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표결을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먼저 9일 본회의에서 민생법안 처리에 이어 임시국회 회기결정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민주당은 2018년 12월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또 다른 법안인 유치원3법에 대해서도 의결정족수 확보에 문제가 없는지 재확인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수사권 조정 접점 찾았지만…마냥 찬성은 억울한 한국당


한국당은 이번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를 진행할지 여부를 고민 중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의 경우 민주당과 상당 부분 의견일치를 보이고는 있지만 극구 반대하던 공수처법이 통과된 마당에 여기에 힘을 보태주는 수사권 조정안에 협조하기는 꺼려진다는 이유다.

게다가 수사권 조정안에 반대 토론을 진행할 명분이 부족하다는 이유도 있다. 선거법 반대 필리버스터 당시 민주당이 참여한 찬성토론을 비판한 것이 불과 2주 전이다. 이에 따라 내부적으로는 필리버스터 찬반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당은 9일 본회의에 앞서 의원총회를 열고 최종 방침을 정할 예정이다.


▲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권성동 의원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하는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을 찾아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2019.12.24. (사진=뉴시스)

반면 한국당은 정 후보자 임명 동의안에는 분명한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입법부 2인자가 행정부 2인자로 가는 것이 삼권분립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정 후보자가 개인정보 등을 이유로 자료제출 일부를 거부한 것과 제대로 해명되지 않은 일부 의혹 등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며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인사청문특위 한국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상훈 의원은 적격·부적격이 정해진 건 아니지만 일단 오늘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는 입장을 전했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정 후보자 표결문제와 관련해 “상식과 양심에 기초해 판단하는 의원들은 정 후보자 청문요청안을 부결할 수밖에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의석수 부족으로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저지하지 못했던 점은 한국당에게 불안요소지만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때와 달리 국무총리 임명동의는 여야 공조가 형성돼 있지 않은 점은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한국당은 정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을 무기명 투표로 진행하는 방안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민주당은 기존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공조가 느슨하게만 유지되더라도 의결정족수(재적 과반이상) 확보에는 무리 없을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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