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 = 김봉주 기자] 금융감독원이 지난 1년 동안 재조사해온 은행과 중소기업 간 ‘키코(KIKO)’ 분쟁조정 절차가 내달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키코 사건은 지난 2013년 대법원 판결 등을 이유로 “전면 재조사는 어렵다”며 일단락됐었다. 그러다 작년 취임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재조사를 추진한 사안이다.

28일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 1년 동안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실시한 조사가 마무리 단계다. 다음달 중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기 위해 위원들과 날짜를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월 윤석헌 금감원장은 “올해 상반기 내에 키코 문제를 매듭짓겠다”고 밝혔다.

키코는 2008년 수출 기업들이 대거 가입했던 파생금융상품으로 환율 변동 위험을 피하기 위해 고안됐다. 은행이 정한 상한선과 하한선 내에서 환율이 변하면 기업이 약정한 환율에 달러를 팔 수 있는 방식이다. 다만, 환율이 폭등해 상한선을 넘기면 기업이 행사가격과 실제 환율 간 차액의 2배를 은행에 지불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실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환율이 폭등해 키코 가입 기업 700여곳은 3조원 규모의 피해를 봤다.

이에 피해 기업들은 키코를 판매한 은행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2013년 대법원이 “키코는 불공정한 계약이 아니다”는 판결을 내 논란은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후 금융위 자문기구인 금융행정인사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윤석헌 원장은 2017년 말 “키코 사태를 재조사 해야 한다”며 정책과제로 제시했다.

윤석헌 원장은 학자 시절부터 키코 상품에 대한 문제의식을 이어 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재조사 요구에 대해 “대법원 판결도 끝나 전면 재조사는 어렵다”며 불가 방침을 내세웠다.

그러다 윤 원장이 금감원장으로 부임하면서 작년 6월 금감원에 키코 전담조사반이 꾸려져 재조사하기 시작했다. 재조사 대상기업은 일성하이스코 등 4곳, 키코로 인해 약 1,500억원의 손해를 본 기업들이다.

쟁점은 불완전판매 여부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금융위의 불가 방침에도 금감원이 재조사에 나서 양 기관 사이 갈등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재조사 대상은 대법원도 인정한 부분인 은행의 불완전판매에 관한 것으로 판결로 결론 난 사안을 다루는 게 아니므로 금융위와 이견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앞전 소송의 쟁점은 키코 상품 자체가 불공정한지 여부였다면, 현재는 상품을 파는 과정에서 설명이 충분했는지를 가리는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은행업계에서는 기업에 복잡한 파생상품 구조를 전부 설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웠을지라도 최소한 “환율 변동이 큰 폭으로 이뤄지면 기업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고지하지 않은 은행은 없었을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키코 상품을 취급했던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들은 환율이 폭등하면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는 있었지만 환율이 하락할 가능성을 높게 봤다. 그래서 가입한 기업이 많았다. 파산한 기업이 많아 안타깝지만 동정 여론에 휩쓸린 분쟁조정 결론이 나와선 안 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봉주 기자 seraxe@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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