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 ’인문가치포럼‘서 이 같이 밝혀
“기업 대한 부정적 인식에 큰 책임감 느껴”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30일 경북 안동시 소재 전통리조트 ‘구름에’에서 열린 21세기 인문가치포럼 개막식에서 초청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SK)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기업인으로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기업에 주어진 새로운 책임과 역할을 적극 실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기업, 특히 재벌에 대한 우리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바꾸고 새로운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차기 회장설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는 만큼, 최 회장의 발언은 자못 의미심장하다.

 

최 회장은 30일 한국정신문화재단 주관으로 경북 안동시 전통리조트 구름에에서 열린 제721세기 인문가치포럼에 참석해 우리 기업들이 덩치를 키우고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경제발전에 기여했다는 긍정적 시선도 있지만 부정적 인식 역시 컸던 것이 사실이다. 기업인으로서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있으며, 큰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최 회장이 과거 벌목회사를 예로 들면서 기업에 필요한 가치와 함께 사회가 필요로 하는 가치를 만들어 낼 때 기업의 지속가능성도 담보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엔 저렴한 비용으로 최대한 많은 나무를 베어 비싸게 파는 것이 최고의 가치였지만, 삼림보호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속할 수 없게 됐다삼림보호, 이산화탄소 감축, 안전한 근로환경 조성 등 인류의 편의를 돕는 방식으로 사회가 원하는 가치를 함께 만들어야 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특히 세대·지역·성별·국가·인종 등 다양성을 존중하려 기업인들이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 회장은 멸종생물이 늘어나면 생태계가 무너져 아마존 열대우림도 황폐한 사막으로 바뀐다면서 기업도 다양성과 공감을 바탕으로 새로운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저 역시 기업인으로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기업에 주어진 새로운 책임과 역할을 적극 실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SK그룹 측은 이날 발언에 대해 “‘SK 회장자격이 아닌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뜻이라며 그동안 강조해온 사회적 가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모든 이해관계자의 행복 등의 경영철학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SK그룹의 설명과 달리 최 회장이 경영계에서 모종의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바탕으로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거나, ESG 경영 성과 측정 및 표준화에 앞장서는 등 그의 행보는 심상치 않다. 사회적 가치 실현과 사회적 경제 영역 활성화를 위해 매년 정기행사를 열고 행복나래재단을 통한 사업 및 교육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기업인으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행보다.

 

게다가 5대 그룹 총수끼리의 만남을 주선하며 재계의 형님 노릇을 자청하고 있기도 하다. 이에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박용만 회장의 뒤를 이어 대한상의 회장을 맡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재계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최 회장에서 회장 자리를 맡아달라고 권유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대한상의 회장은 관례에 따라 서울상의 회장이 겸직해 맡는다. 서울상의 회장은 삼성전자, 현대차, LG, SK 5대 기업을 포함한 주요 그룹 서울상의 회장단이 선출해 총회에서 추대한다. 상의 회장 임기는 3년이며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 역대 대한상의 회장은 두산, CJ, 쌍용 등이 맡았다.

 

수차례 추대설이 보도될 때마다 SK그룹은 최 회장의 대한상의 차기 회장 추대설에 대해 제안 받은 바 없다고 손을 내저었다. 대한상의도 연말 회장단 회의에서 논의할 사항으로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된 바 없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세대교체가 가속화된 재계에서 최 회장만큼 중량감 있는 인물이 없는 데다 최근 들어 광폭 행보에 나선 점,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소신 등을 고려할 때 최 회장이 수락쪽으로 마음을 굳힌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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