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 = 김봉주 기자] 정부가 제로페이 가맹점 확산을 위해 여타 금융사업자를 역차별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존 금융서비스보다 이용자 혜택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는 제로페이에 세금까지 들여 결제 스캐너를 지원하는 등의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중기부…추경까지 편성해 제로페이 지원


1일 서울시와 중소기업벤처부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기부는 최근 제로페이 가맹점 확산을 위해 가맹점 별 지원금을 늘리기로 했다. 제로페이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가맹점을 우선 확보해야 한다는 계산 때문이다. 중기부는 총 76억원을 추경까지 편성해 제로페이 인프라 지원 등에 투입할 방침이다.

중기부는 QR코드 리더기 구매와 POS(판매시점정보관리) 시스템 업그레이드 비용 등 인프라를 지원하는데 중기부의 추정에 따르면 한 점포 당 제로페이 시스템 도입에 필요한 비용은 8000원~4만5000원 정도다. 다만 중기부는 지원할 금액의 규모를 확정하지는 않았다고 부연했다.

정부가 지원하는 금액은 이 가운데 3만5000원으로, 여기에는 기존 서비스 업데이트와 리더기 금액이 들어있다. 약 1만원은 소상공인이 별도 QR코드 및 바코드 결제용 리더기를 갖추지 않은 경우에 단말기 대금 명목으로 부담한다.

편의점과 같이 POS 업데이트나 스캐너 구입 없이 바로 QR결제가 가능한 시스템을 갖춘 점포들은 QR키트 비용 8000원만 부담하면 된다.

제로페이, 아직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아​
 

문제는 정부가 추경까지 편성해 예산을 투입했지만 제로페이가 여전히 이용자를 끌어들일만한 유인 요인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중기부는 주로 공공시설 이용료 할인 혜택에 애쓴다. 서울시 등 지자체 별로 공공시설에서 제로페이로 결제하면 이용료가 할인되도록 조례를 개정하거나 이미 시행하고 있다. 또 7월부터는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 등과 결제를 연계하거나 공공요금을 납부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런 기능은 기존 결제 서비스로도 가능하다.

신용카드사들처럼 프로모션 혜택을 전폭적으로 제공할 여력도 충분하지 못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제 수수료가 신용카드사들보다 낮은 만큼 혜택 제공을 위한 프로모션 비용 조달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정부가 제로페이만 밀어붙이다보니 다른 금융 서비스가 역차별을 받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신용카드 업계는 특히 결제 리더기 보급지원 사업에 대해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가 스캐너를 보급하게 되면 QR코드를 이용한 제로페이 뿐 아니라 다른 간편결제도 가능한 리더기를 정부가 나서 보급하는 상황이 연출되기 때문이다.

결국 간편결제 서비스 전체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게다가 정작 신용카드사가 가맹점에 카드단말기를 무상 제공하는 것은 리베이트라는 이유로 금지됐다.

금융 선진화라며 내세운 정책들, 사실상 제로페이 보완책?


업계는 금융 선진화 정책들이 사실상 제로페이 보완 정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발표한 간편결제 수단에 월 최대 50만원 한도 내 신용결제 기능을 넣는다는 정책이 대표적이다.

신용결제 기능을 도입하게 되면 제로페이도 신용결제가 가능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제로페이 결제금에 소득공제 40%를 적용하겠다는 방침도 역차별 논란거리다. 신용카드 공제율은 현재 15% 수준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신용결제 기능 도입은 금융위원회가 다른 페이 서비스를 포함해 전반적인 금융 선진화를 위해 만든 정책. 금융위 정책 추진과 연동해 진행되는 사항” 이라면서 “제로페이 스캐너 지원 사업에 금융위원회가 리베이트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가맹점 수가 점차 늘어나면 결제 사업자들도 마케팅 동기가 생기고, 자연스럽게 프로모션도 늘어날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봉주 기자 seraxe@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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