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애플이 5G 모뎀칩을 공급해줄 업체를 찾지 못해 신제품 출시가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기업인 화웨이가 자사의 모뎀칩을 팔 수 있다고 밝혔다. 물론 애플이 이미 자체 개발 계획을 세워놓은 만큼 화웨이의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더욱이 미국 정부가 화웨이의 보안을 문제 삼고 있는 상황에서는 애플이 부품을 공급받기는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15일(현지시간)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주 및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가 방송한 인터뷰를 통해서 “우리는 (애플에게 모뎁칩을 판매하는 문제와 관련해) 애플에게 열려있다”고 밝혔다.

CNBC는 애플이 화웨이가 개발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AP)인 ‘기린 980’을 원하지 않겠지만 화웨이가 개발한 5G 모뎀칩 ‘바롱5000’에는 관심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애플이 화웨이와 거래할 수 있다는 추측은 지난 8일부터 외신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하게 떠돌았다.

5G 모뎀칩 시장에서는 미 퀄컴이 지난 2016년 세계 최초로 모바일용 제품을 선보인 이후 반도체 설계 능력을 갖춘 수많은 경쟁자들이 앞다퉈 경쟁이 뛰어들었다. 화웨이 역시 지난해 자체 개발한 5G 모뎀칩 바롱5G01을 공개하고, 지난 1월에는 후속작인 바롱 5000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8월 자체개발한 5G 모뎀칩인 ‘엑시노스 모뎀5100’을 공개한 바 있다.

지금까지 타사에서 부품을 공급받던 애플은 지난 2010년부터 자체 AP를 사용했지만, 2016년까지는 퀄컴의 모뎀칩을 이용했다. 하지만 2017년 퀄컴과 특허소송이 발생하면서부터는 인텔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 인텔의 5G 모뎀칩 개발이 지지부진해, 2020년이 되어야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때문에 애플은 5G 스마트폰을 생산하기 위해서 삼성전자나 화웨이에서 제품을 공급받아야 한다. 대만 미디어텍도 5G 모뎀칩을 만들기는 하지만 성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애플은 지난 4일 삼성 측에 5G 모뎀칩 구입을 문의했으나 물량 문제로 인해서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현재 애플이 부품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은 화웨이 밖에 없다. 일단 애플도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자체 개발도 염두하고 있다. CNBC 등은 지난해 2월에도 애플이 5G 모뎀칩 개발을 위해 조직개편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이 개발에 성공한다고 해도 상용화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다.

결국 애플은 5G 경쟁에서 최소 몇 년 간 뒤처지거나 화웨이 제품을 써야한다. 하지만 애플이 화웨이의 제품을 구매해 쓰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안부 등을 내세워 화웨이를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기 때문에, 화웨이의 부품을 쓰기엔 정치적인 부담이 너무 크다는 점 때문이다.

화웨이의 이번 제안은 애플의 구매 여부와는 상관없이 다른 모뎀칩 제조사들을 긴장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화웨이가 이제까지 다른 경쟁사에게 자사의 모뎀칩을 팔겠다고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화웨이가 애플 외 다른 휴대전화 제조사와 협력을 모색할 경우 5G 모뎀칩 시장에서는 인텔이 시장에 진입하기 전까지 퀄컴과 삼성, 화웨이간의 불꽃 튀는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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