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잔고, 지난해 7월 이후 내리막길
우리·신한·하나은행 순 환매중단 규모↑
라임 펀드 한해 50~51% 선지급 제시

▲금융정의연대와 사모펀드 피해자공동대책위원회 준비모임은 지난 6월 30일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사모펀드 책임 금융사 강력 징계 및 계약취소 결정 촉구 금감원 의견서 제출 기자회견’ 열었다. (사진촬영=윤성균 기자)

 

[스페셜경제=윤성균 기자]지난해 10월 라임자산운용의 펀드가 환매 중단된 이후, 이와 유사한 사모펀드 부실사태가 잇달아 벌어지고 있다. 현재 파악된 환매 중단된 피해액 규모만 5조원이 넘는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금융위원회가 전수조사에 나서기로 한 데다, 만기가 돼야 손실이 확정되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 주요 판매사별로 사모펀드 판매와 부실현황을 집계해봤다.

시중은행 사모펀드 판매 급감
4일 금융투자협회의 종합통계서비스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사모펀드 판매잔고는 지난 6월 30일 기준 21조8667억원이다. 시중은행의 판매잔고는 지난해 10월 라임사태가 발생한 이후 꾸준히 감소 추세에 있다. 지난해 7월 사상 최대치인 29조51억원을 기록한 이래 11개월 연속 내리막길이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책임으로 지난 3월부터 사모펀드 판매가 6개월간 금지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감소폭이 특히 컸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7월말 7조5533억원이었던 판매 잔액이 올해 2조8945억원을 쪼그라들었다.

하나은행은 같은 기간 3조8301억원에서 2조3621억원으로 줄었다. 신한은행도 이 기간 동안 4조8118억원에서 3조2588억원으로 32% 급감했다.

반면, 국민은행은 같은 기간 5조7757억원에서 7조5595억원으로 30% 넘게 늘었다. 국민은행이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잇단 사모펀드 사태를 비껴갔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잇달아 문제가 되면서, 사모펀드를 찾는 투자자들이 거의 없고, 은행들도 자체적으로 사모펀드 비중을 크게 줄였다”고 설명했다.

환매중단 규모…우리·신한·하나 순
윤창현 미래통합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4월말 기준 시중은행에서 판매된 사모펀드 중 약 1조3000억원어치가 현재 환매 중단된 상태다. 금감원에 분쟁조정 신청이 들어온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등 13개 사모펀드의 피해액만 산정한 수치이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우리은행이 약 5000억원으로 환매중단 규모가 가장 컸다. 우리은행은 ▲라임 계열 펀드 3577억원 ▲젠투파트너스 펀드 902억원 ▲독일 헤리티지 DLS 신탁 223억원 ▲교보로얄클래스 펀드 40억원 등이 물렸다.

특히 우리은행은 라임펀드와 관련해서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원회에서 전액배상을 결정한 플루토 TF-1호(무역금융펀드)를 총 697억원어치 판매했다.

신한은행은 우리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약 3700억원의 사모펀드가 환매 중단된 상태다. ▲라임 펀드 2769억원 ▲디스커버리 US부동산선순위 펀드 678억원 ▲아름드리 무역금융펀드 240억원 ▲교보로얄클래스 펀드 106억원 등이 환매가 묶였다.

신한은행은 라임 계열 펀드 중 특히 CI 펀드를 집중 판매했다. 이 펀드 자금 일부가 라임의 부실 펀드에 흘러들어간 정황이 포착되면서 논란이 됐다. 투자자들은 애초에 CI펀드가 라임의 부실펀드를 돌려막기 위해 기획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1500억원 ▲라임 계열 펀드 871억원 ▲독일 헤리티지DLS 516억원 ▲젠투파트너스 펀드 427억원 ▲디스커버리 펀드 241억원 등 약 3500억원의 사모펀드가 환매 중단됐다. 판매 규모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 비해 적지만, 환매 중단된 사모펀드 개수는 가장 많다.

특히 이탈리아 의료비 매출채권에 투자한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는 하나은행에서 단독 판매됐다가 환매가 중단된 펀드다. 투자자들은 하나은행이 기획단계부터 주도적으로 개입한 이른바 ‘OEM 펀드’ 아닌가하는 의혹을 제기한 상태다.

시중은행을 제외한 특수은행 중에서는 기업은행의 환매중단액이 1230억원으로 가장 많다. ▲디스커버리 펀드 914억원 ▲라임 계열 펀드 316억원 등이다. 지방은행인 부산은행과 경남은행도 각각 527억원, 276억원의 라임 펀드가 환매 중단됐다.

선지급 나선 은행들…전액배상은 보류
시중은행들은 환매가 중단된 각 사모펀드에 대해 개별적인 선지급·선보상에 나선 상태다. 선지급은 투자액 일부를 미리 지급하고, 펀드 자산 회수, 분쟁조정 결과 등에 따라 보상 비율이 확정되면 사후 정산하는 방식이다. 선보상은 투자금 일부를 조건 없이 돌려주는 것으로, 투자자가 선보상을 받으면 사적 화해가 성립돼 이후 소송·민원 등을 제기할 수 없다.

우리은행은 라임의 플루토와 테티스 약 2600억원 규모의 펀드에 대해 원금의 약 51%를 선지급하기로 했다. 단 총수익스와프(TRS)가 적용된 AI프리미엄펀드는 원금의 30%대 수준이다.

금감원 분조위가 전액 배상을 결정한 무역금융 펀드에 대해서는 우리금융 이사회에서 배상 결정을 한차례 미룬 상태다. 전액 배상이 중대한 사안인 만큼 추가적인 사실 관계 확인과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젠투·독일 헤리티지·교보로얄클래스 펀드에 대해서는 선지급안을 따로 내놓지 않았다.

신한은행은 라임CI펀드에 투자자를 대상으로 가입 금액의 50%를 선지급한다. 향후 펀드 자산회수와 분조위 결정에 따른 보상비율에 따라 사후 정산하기로 했다.

신한은행도 라임 펀드를 제외한 디스커버리·아름드리·교보로얄클래스 등 환매 중단된 펀드에 대해서는 선지급안을 따로 내놓고 있지 않다.

하나은행은 라임펀드 투자자에게 최저 회수 예상액과 손실보상액을 기준으로 원금의 최대 51%를 선지급한다. 최종 배상액은 금감원 분조위의 결정에 따라 바뀐다.

다만, 우리은행과 마찬가지로 전액 배상이 결정된 364억원 규모의 라임 무역펀드에 대해서는 전액 배상 결정을 한 달 연기했다.

하나은행은 단독판매한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 투자자에게 원금의 50%를 선지급하고 있다.

기업은행도 라임 펀드에 대해서는 시중은행과 유사한 원금의 51% 수준에서 선지급하기로 했다. 기업은행이 가장 많이 판매한 디스커버리 펀드에 대해서도 선제적으로 투자원금의 50%를 선가지급하기로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라임과 디스커버리 펀드 같은 자산운용사 측 잘못이 확실하고, 손실 복구에 오랜 시간이 걸려 빠른 대처가 필요해서 선지급안이 제시된 것”이라면서 “다른 펀드의 경우는 예측가능한 운용 상 이유가 있어서 지연된 경우라서 좀 더 지켜보고 판매사들이 선지급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페셜경제 / 윤성균 기자 friendtolife@speconomy.com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