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황교안 낙마 노리고 직무대행→총선승리→대권?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스페셜경제=신교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 비유해 한 때 정치권과 언론을 뒤집어 놓았던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지지자들은 그가 마치 프랑스의 여전사 잔다르크와 같다며 ‘나다르크’라는 별명과 함께 ‘보수 여전사’라는 호칭을 붙여줬건만, 지금은 이 타이틀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나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 정국 때 당의 투쟁 본능을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긴 하지만, 이후 국회 정상화 협상과 등원에서 오락가락했던 모습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리더십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양파남’이라 불리는 조국 청와대 전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에 내정되자 보수우파 일각에선 ‘나경원의 삭발’까지 요구하며 결기 있는 항전을 주문했다.

‘예쁜 외모에 가려 능력이 묻힌다’고 평가를 받는 제1야당 원내대표가 이때 뭔가 결기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본인에게도 좋았건만, 이슈에 밝은 또 다른 ‘여전사’ 이언주 무소속 의원이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직후인 지난 10일 이를 먼저 선점하고야 말았다.

나 원내대표는 ‘자신은 하겠다고 했는데 측근들이 말렸다’며 뒤늦게나마 둘러댔지만, “나경원은 뭔가 야성이 부족하다”는 일부 한국당 지지자들의 아쉬움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어느덧 4선 중진의 제1야당 자칭타칭 ‘예쁜누나’로 꼽히는 나 원내대표가 리더십 부재를 만회하고 ‘정치력’과 ‘결기’를 보여 보수우파의 미래가 될지, 아니면 그냥 ‘실패한 원내대표’란 주홍글씨가 찍힐지 그를 둘러싼 ‘위기론’에 대해 들여다봤다.

“원내대표로써의 역할을 넘어서고 있다”
“혹시…다른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민주당 586운동권들은 나경원 약간 무시해”

나경원 원내대표는 조국 법무부 장관과 서울대 법학과 82학번 동기로 같은 586세대(1960년대 출생·1980년대 학번)이다.

요즘 조 장관으로 인해 20대로부터 ‘위선과 꼰대’의 상징이라 비판을 받는 86세대는 1980년대 ‘반독재·반미투쟁’으로 민주화(?)에 기여한 세대로 불린다.

대학시절 공부하느라 반(半)운동권이었던 조 장관은 지난 2010년 저서에서 나 원내대표에 대해 이렇게 회상했다.

“대학 시절 사회문제에 관심이 없는 모범생이었다.” 물론, 이로 인해 사법고시까지 패스하고 판사까지 됐다.

‘모범생’이라는 평가가 현재 나 원내대표의 ‘카운터파트너’이자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초대 의장을 지냈던 같은 586세대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도 작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야당 사정에 밝은 정치권 한 관계자는 24일 <본지>에 “민주당 쪽의 586운동권들이 나 원내대표를 약간 무시하는 정서가 있다”며 “별 다른 고민 없이 학교를 다니고, 얼굴 예뻐서 정치하는 그래서 약간 한국당의 약한 고리로 보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공안검사로서 586세대들이 자신들의 투쟁 대상으로 삼는 반면, 나 원내대표는 좀 약 올리는 대상으로 보고 접근하는 면이 있다”며 “그런 부분이 협상력에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의 ‘원내 협상력 부재’는 지난 6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대치 정국 당시 국회 정상화를 위한 3당 원내대표 합의문에서부터 불거져 나왔다. 나 원내대표가 3당 원내대표와 협상한 이 합의문이 당 의원총회에서 퇴짜를 맞으면서다.

이후 각종 당내 잡음으로 리더십 위기론이 대두됐는데, ‘조국 인사청문회’ 때는 사전 협의 없는 청문회 합의로 한국당 법제사법위원들의 빈축을 산 바 있다.

다만,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선도 있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24일 <본지>에 “나 원내대표가 ‘조국 사태’와 관련해 최근 재평가되는 측면도 있다”며 “어쨌든 이걸 장기전으로 끌어 검찰의 수사 시간을 벌어줬다는 평가도 있다”고 말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유승민 러브콜’부터 ‘충칭 방문’까지…황교안 패싱?

나 원내대표는 4번씩이나 금배지를 달은 중진 의원이다. 여의도 정치권에선 ‘3선 이상의 국회의원이라면 누구나 대권욕심을 낸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리기도 한다.

이런 맥락에서 나 원내대표의 최근 행보가 원외인사인 황교안 대표를 패싱하고 대권욕심을 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는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에 대한 러브콜과 지난 8월 15일 광복절 일정이었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8월 7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과 통합 안하면 한국당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나경원발(發) ‘보수통합론’이었다.

이 같은 발언이 나온 시점은 황 대표가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리다 이낙연 국무총리에 밀려 2위로 꺾였을 때였다. 또 당내에선 ‘황교안으로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있겠느냐’는 기류가 확산되던 시기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국당 관계자는 “황 대표와 사전협의가 되지 않은 사안”이라며 “나 원내대표의 독자적인 견해”라고 일축했다.

황 대표가 내세우고 있는 ‘보수 빅텐트론’은 중도보수부터 태극기세력까지 끌어 앉는 구상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나 원내대표가 유 전 대표에게 먼저 러브콜을 보낸 것은 자칫하면 황 대표의 보수대통합 계획을 틀어지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나 원내대표는 황 대표가 광복절 전날 문재인 정부의 국정 대전환을 요구하며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는 자리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원내부대표단 10여명을 이끌고 중국 충칭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를 방문했는데, 여기서 본인만의 메시지를 발표했다. 자칫하면 당대표의 메시지가 묻힐 수도 있는데 말이다.

이에 대해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25일 <본지>에 “당대표가 광복절 메시지를 하겠다고 분명히 사전에 통보를 했을 것”이라며 “그것을 무시하고 독자적으로 원내대표단과 함께 본인의 광복절 메시지를 발표하기 위해 그 장소를 간 의도와 목적, 행동 이 세 가지 모두가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행동은 원내대표로써의 역할을 넘어선 다른 의도가 있다고 봐야 된다”며 “혹시 본인이 다른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반증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해석도 나온다. 한국당 관계자는 “나 원내대표가 아마 ‘친일프레임’을 던져버리기 위해 충칭에 간 것 같다”면서도 “임시정부 방명록에 적은 대한민국이 ‘대일민국’처럼 보이는 바람에 일이 좀 꼬여버렸다”고 전했다.

당시 나 원내대표는 임시정부 방명록에 ‘대한민국’이라 적었는데, 보는 이에 따라선 ‘대일민국’처럼 보여 논란이 된 바 있다.

 

▲(오른쪽부터)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오직 사람이 시험을 받는 것은 자기 욕심에 끌려 미혹됨이니”
“일선에 의하면…나경원, ‘한국당에 대권후보 누가 있냐’ 말해”

여의도 정치권에 따르면,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권 실정과 관련해서도 장외투쟁을 하느냐, 원내투쟁을 하느냐를 놓고 대립각을 세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나 원내대표 측은 ‘민생 법안을 챙겨야 한다’는 표면적인 이유로 원내투쟁을 원했지만, 당 일각에서는 황 대표를 견제하려고 이 같은 결정을 했다는 후문이다.

원내투쟁을 하게 되면 황 대표가 전면에서 나설 기회가 적어지지만, 장외투쟁이 길어지면 언론에 비춰지는 나 원내대표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좁아질 수밖에 없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지난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나 원내대표가) 황 대표가 낙마하길 기다리며 직무대행을 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의 임기는 오는 12월까지인데,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지만 만약 황 대표가 도중에 낙마라도 한다면 나 원내대표가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렇게 되면 당 간판 없이 총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위기론이 부상하면서 원내대표 경선을 건너뛰고 나경원 당대표 권한대행 체제로 내년 4·15 총선을 치를 수도 있다.

즉, 나 원내대표가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한 결과, 범여권의 과반을 저지하는데 성공한다면 대권주자로 뜨는 그림이 연출될 수도 있다는 것.

이와 관련, 장성철 소장은 “나 원내대표가 사석에서 지인들에게 ‘한국당에 대권 후보로 누가 있냐’ 이런 식으로 얘기한 것이 일선에서 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최근 ‘삭발 돌풍’으로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를 제치고 다시 1위를 거머쥔 황 대표다. 민주당과의 지지율 격차를 좁히는 것은 물론 한국당 지지층이 결집되는 모양새도 연출됐다.

장 소장은 “나 원내대표가 불협화음이라는 비판이 많이 나오니 황 대표가 삭발하고 난 후 ‘당대표 중심으로 해야 된다’, 황 대표가 ‘민부론’을 발표하자 ‘원내에서 확실하게 뒷받침 하겠다’ 이런 식으로 얘기한다”며 “잠깐이나마 비판을 피해가고자 하는 의도가 아닌 진정성 있는 얘기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목적과 의도냐’ or ‘정권탈환 밀알이냐’

나 원내대표는 지난 패스트트랙 법안 과정과 장외투쟁에서 국회로 복귀하는 과정, 조국 인사청문회 과정 등에서 자신의 정치적 지도력과 리더십에 대해 당내로부터 의심을 받은 바 있다.

이에 장 소장은 “다른 원내대표였으면 열 번도 더 스스로 사퇴를 했을 것”이라며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 원내대표의 저런 모습은 다른 목적과 의도가 있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나다르크’라고 불렸던 나 원내대표가 지금은 ‘원내 협상력 부재’ 등으로 정치적인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성경은 “오직 각 사람이 시험을 받는 것은 자기 욕심에 끌려 미혹됨이니”라고 말한다.

나 원내대표가 받고 있는 비판이 혹시 욕심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면, 한번쯤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보인다.

지난 2014년 7월 29일 서울 동작(을) 재보궐 선거에 나서며 “삭발하겠다”고 외친 정치인 나경원. 


이러한 결기 덕분인지 () 노회찬 후보와 접전을 벌이며 1.2% 차이로 신승한 나 원내대표는 그 어렵다는 세월호 정국을 뚫고 국회로 복귀할 수 있었다.


당시 승리를 간절히 원했던 나 원내대표의 ‘결기’가 지금도 남아 있을까. 남아 있다면 ‘다른 목적과 의도가 있을 것’이란 의심 살만한 행동은 하지 말고, 정권탈환의 밀알로 남는 결기를 보여줘야 한다.

아마도 그게 국민들의 삶을 영위하게 하고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정치’의 사전적 의미를 실천하는 진정한 정치인이 아닐까 싶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삭발한 박인숙 한국당 의원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신교근 기자 liberty1123@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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