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정기 임원인사 단행…무선사업부 사장 유임
혁신·효율 집중…갤럭시A 등 라인업 다각화 추진
웨어러블·태블릿 강화…모바일 사업 영역 확대 기여
신흥시장 공략할 중저가 제품 정비·폼팩터 경쟁 ‘숙제’

▲ 갤럭시언팩2020에 참석한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사장 (사진=삼성전자)

 

[스페셜경제=최문정 기자]“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갤럭시’를 이끌게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미중무역갈등, 스마트폰 사업 성장 둔화 등 여러 불확실성의 위기 속에 이미 리더십이 증명된 노 사장 체제를 유지해 안정을 다지며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2일 삼성전자는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사장 승진 3명, 위촉 업무 변경 2명 등 총 5명 규모의 2021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기존에 삼성전자를 이끌던 김기남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장(부회장)과 김현석 CE(소비자가전)부문장(사장), 고동진 IM(IT·모바일)부문장(사장) 등 대표이사 3인은 유임됐다. 이에 따라 올해 1월부터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를 이끌어 오고 있는 노태문 사장도 직위를 유지하게 됐다.

삼성전자 측은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환경 속에 기존 3인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하면서 안정을 도모하는 동시, 혁신과 성장을 지속하기 위한 과감한 쇄신을 추진해 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노태문 사장의 유임은 예정된 결말이었다. 1968년생인 노 사장의 별명은 ‘미스터 최연소’다. 그는 1997년 삼성전자 연구원으로 입사한 후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 지난 2007년에는 최연소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차세대제품그룹장(상무) 자리에 올랐다. 이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를 일으켜 세운 역작인 ‘갤럭시S’ 개발 등의 공을 인정받아 지난 2018년엔 무선사업부 개발실장(사장)이 됐다. 그리고 올해 1월 고동진 전 사장의 뒤를 이어 최연소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에 임명됐다.

노 사장은 '이재용의 남자'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최연소에 최연소를 거듭한 그가 회사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노 사장에게 무선사업부 개발실장을 맡기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부문으로 나뉘어 있던 개발실을 통합했다. 사실상 ‘노태문 1인 체제’를 위한 포석을 닦았다는 평가다.


‘혁신’과 ‘효율’을 앞세운 노태문 호는 코로나19에도 올해를 모바일 경쟁력을 다지는 한 해로 만들었다. 노 사장은 ‘갤럭시S’와 ‘갤럭시노트’로 양분돼 있던 삼성전자 스마트폰 라인업을 대대적으로 손봤다. 보급형 제품군인 ‘갤럭시A’ 시리즈는 인도‧중국 등의 신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종류도, 가격도 다양해졌다. 폴더블폰은 ‘갤럭시Z’라는 이름을 얻었다.

모바일 업계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웨어러블 기기와 코로나19로 인해 호황을 맞은 태블릿PC도 강화했다. 지난 8월 제품공개행사를 통해 선보인 무선이어폰 ‘갤럭시버즈라이브’는 액티브노이즈캔슬링, 삼성 모바일 기기 간의 멀티 페어링 등의 기능을 탑재해 인기를 끌었다. ‘비싼 만보기’라는 오명에 시달리던 스마트워치는 심박수‧혈압 등을 측정해 주는 건강관리 기기로 개편됐다. 2종으로 출시한 태블릿PC는 예약판매와 동시에 품절될 정도였다.

실제로 올해 3분기 삼성전자의 IM(모바일 사업) 부문은 매출액 77조2471억원을 달성했디. 이는 회사 전체 매출의 44.1%에 해당하는 규모다. 점유율도 확대됐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분기 340만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했고, 국내 시장점유율 72.3%을 차지했다.

그러나 내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앞에 펼쳐진 2021년은 녹록치 않다. 경쟁사인 애플도 ‘아이폰12’를 내며 5G 대열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삼성전자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던 프리미엄 5G 제품군에 강력한 경쟁자가 생긴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시작된 미중무역갈등은 바이든 행정부로 계승됐다. 또한 코로나19의 재확산 등으로 인한 경기 침체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미중무역갈등으로 궁지에 몰린 화웨이가 결국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업인 ‘아너’를 매각하는 등,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의 급변이 예상된다. 중국과 인도 등 규모가 큰 신흥 시장을 잡기 위한 대대적인 제품군 정비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다. 폴더블을 넘어 ‘롤러블(Rollable, 돌돌 말리는)’로 이동하고 있는 스마트폰 폼팩터 전쟁에도 대비해야 한다.

혁신에 뒤따르는 품질 관리도 과제로 제시됐다. 올해 삼성전자가 출시한 모바일 제품들은 ▲자동초점 불량(갤럭시S20울트라) ▲카메라 결로현상(갤럭시노트20 울트라) ▲녹조액정(갤럭시탭S7) ▲고스트터치(갤럭시S20FE) 등의 크고 작은 기기 결함이 보고된 바 있다. 삼성전자는 대부분의 문제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의 방식으로 바로잡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품질을 둘러싼 잡음을 해결해야 한다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스페셜경제 / 최문정 기자 muun09@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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