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국회에서 소비자가 카드 결제를 원하면 보험사가 의무적으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스페셜경제=이정화 기자]"드디어 카드로 보험료 낼 수 있는 건가", "21세기에 카드결제가 안된다는 게 놀랍다", "카드 납부하려고 보험사에 전화하니까 굉장히 싫어하더라", "해외 기반 보험사는 카드로 내고 국내 기반 보험사는 현금으로 내고 있어 번거롭다", "어떤 데는 되는데 대부분이 안된다고 한다", "중복 공제 안해도 되고, 실적에도 포함되니까 연말정산 때 다 돌려받을 수 있겠네"


현금으로 보험료를 납부하는 소비자들의 말이다. 국회가 보험료에 대한 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보험사를 처벌하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소비자들은 '드디어 카드로 낼 수 있다'며 환호하지만 보험사와 카드사는 수수료 부담을 둘러싼 보험료 인상 등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카드로 납부해도 보험료가 비싸지면 법안의 핵심인 '고객 편의'가 되려 위축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국회에서 소비자가 카드 결제를 원하면 보험사가 의무적으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보험사는 현금이나 신용카드·직불카드·선불카드 결제를 보험료 납부 방식으로 허용해야 한다. 보험사가 이를 거부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명시돼 있다. 소비자들의 결제 편의성을 한층 높이겠다는 취지다.

현재 카드결제 자동 납부를 허용하는 보험사가 있는 반면 카드로 결제하기 위해 소비자가 매달 별도로 요청해야 하는 보험사가 있다. 대개 생명보험사들이 카드 결제를 아예 받지 않고 있다. 상품가가 높고 비교적 장기보험을 취급하는 특성상 수수료 부담이 크다는 설명이다.

교보·한화·오렌지라이프 등은 과거 카드납을 허용한 상품 외엔 카드 납부가 불가능하다. IBK연금·ABL·KDB·메트라이프·푸르덴셜·교보라이프플래닛 등 7개 보험사는 상품에 대한 카드결제를 아예 안 받고 있다.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AXA손보·에이스손보·하나손보 등 대부분 국내 손보사들은 생보사에 비해 카드결제를 어느정도 허용하고 있다. 손보상품은 1회성 상품이 대부분이라 카드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OO카드사 고객 A씨는 "메리츠화재는 카드 자동 결제가 되는데 oo손보사는 본인 명의 통장으로 자동이체 하거나 설계사가 매달 카드정보를 이용해 직접 따로 결제 해준다. 카드 결제가 된다고 해도 보험사마다 표준이 없고 제각각이라 달달이 번거롭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처럼 번거로운 카드 결제 절차에 따른 불편을 줄이기 위해 당초 보험사에 '저축성 보험 제외한 보험 상품에 대한 신용카드 납부'를 추진한 바 있다. 보험사들의 반발로 관련 법안은 무산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 카드, 고객의 입장이 서로 다르다. 카드사들은 수수료 면에서 원가 수준 이상을 얻어야 하고, 보험사들은 업계 불황 추세에 수수료 부담을 짊어지기 어렵고, 소비자들은 편의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 편익 제고를 위해 강제화하는 취지 자체가 나쁘진 않다. 다만 진짜 소비자에게 좋으려면 카드 결제가 허용되고 보험료도 오르지 않아야 한다. 부작용이 야기될 가능성이 많은 걸 고려해 정책 면에서 더욱이 삼자간 이해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업계에 따르면 생활 전반에 카드 결제가 만연하지만 보험사 카드납 비율은 저조하다. 국내 18개 생보사가 상반기 기준 카드결제로 받은 수입보험료는 7176억원이다. 전체 수입보험료 중 4.5%다. 같은 기간 15개 손보사의 카드 납부 수입보험료는 5조6315억원으로 전체의 28.8%를 차지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해당 법안이 발의되기 전에는 카드업계에서 보험료 결제를 거의 취급하지 않던 추세였다. 고객 편의를 위해 법안이 나온 만큼 시행이 되면 양상이 바뀌면서 카드 결제 비중이 전보다 늘어날 가능성은 열리지만, 아직 확실하게 결정된 사안은 아무 것도 없다"며 "가맹점 수수료 조정 등 법안 통과 여부에 따라 거론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지켜봐야 알 것 같다"고 전했다.

OO생명보험사 고객 B씨는 "카드로 내려면 지점에 방문해 일일이 현장납부해야 하거나 매달 콜센터에 전화하라고 해서 번거로워서 카드 결제가 일반화되길 원한다"며 "다만 보험료 인상 등 부작용의 여파가 고스란히 내 몫이 될 거라고 생각하니까 끔찍하다. 다른 대안은 정녕 없는 건가 싶다"고 말했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