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국내 항공업계가 불황에 허덕이는 가운데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항공업계가 경영악화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수 년간 유럽 항공업계에서는 대내외적인 악재에 과당경쟁까지 벌어지면서 파산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한 달 사이 벌써 유럽항공사 3개가 문을 닫은 상황에서 한국에서만 항공사를 늘리는 역주행을 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유럽 항공사들은 저비용항공사(LCC)를 중심으로 파산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유럽연합(EU)에선 ▲독일 게르마니아 항공▲아이슬란드 와우항공▲영국 토마스 쿡 항공▲프랑스 에이글 아주르, XL 에어웨이즈 등 7곳이 연이어 파산했다. 겨울 시즌을 앞두고, 파산 행렬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앞서 2017년엔 유럽 제3의 LCC 에어 베를린이 파산했고, 지난해에도 5개 LCC들이 문을 닫았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파산사례의 원인으로 ‘과당경쟁’을 꼽는다.

늘어난 항공수요와 저유가 추세에 따라 LCC가 크게 늘었는데, 단일 항공시장인 유럽연합(EU) 특성상 국경없는 경쟁에 돌입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EU는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운항 횟수나 취항지를 제한하지 않고 항공사가 시장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도록 한 항공 자유와 프로그램을 시행해 유럽 항공사들을 무한경쟁으로 몰아넣었다.

이로 인해 같은 노선에서 여러 항공사가 경쟁하고 항공권 가격은 점점 내려가게 됐다.

과당 경쟁으로 ‘문 닫는’ 유럽…LCC ‘더’ 늘리는 한국

경기 악화, 한·일 갈등, 연료비·인건비 증가로 이미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한 국내 항공업계 상황도 유럽과 별반 다르지 않다.

더욱이 일본의 경제보복에 따른 불매운동을 계기로 ‘공급과잉’ 문제가 급부상하면서 국내에도 위기설이 돌고 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 등에 따르면 최근 3년(2016~2018년)간 국적항공사 8개사의 국제선 공급좌석 증가율은 22%에 달했다. 그러나 전체 국제선 여객수 증가율은 18% 선에 그쳤다.

공급과잉의 과당경쟁으로 유럽 항공사들이 잇따라 파산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당장 올해 말부터 신규 항공사 3개사가 차례로 취항을 앞두고 있다.

국적 항공사가 모두 11개로 늘게 되면 좌석 공급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인구 5170만명의 한국에서 LCC만 9곳으로 늘게 돼 인구 3억2900만명 미국의 LCC 숫자와 같아지게 된다.

때문에 곧 국내에서도 도산하는 항공사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업게 관계자는 “노선 포트폴리오가 한정적이라 같은 곳에 여러 항공사가 취항하고 있다”며 “국내 항공수요가 점차 정체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항공사들이 해외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사업을 다각화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92ddang@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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