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신 조직 출범…조직 체질 개선
KT·네이버·카카오와 합종연횡 전략

▲ 우리금융그룹 디지털전환 핵심전략

 

[스페셜경제=윤성균 기자]“디지털 혁신은 그룹의 생존 문제다. 앞으로 금융그룹 회장이자 우리금융의 디지털 브랜드인 WON뱅크 CEO라는 각오로 직접 디지털 혁신의 선봉에 서서 1등 디지털 금융그룹으로 변모시킬 것이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9월 18일 그룹 CEO들이 한 자리에 모인 자리에서 한 말이다.

디지털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은 모든 금융지주가 당면한 문제지만, 우리금융의 경우는 절박함이 다르다. 우리금융의 올 3분기 실적은 5대 금융지주(신한, KB, 하나, 우리, 농협) 가운데 최하위에 머물렀다. 코로나19 여파로 은행 실적이 저조해지면서, 은행 수익 비중이 높은 우리금융이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당연히 1차적인 해결책은 M&A를 통한 비은행 부문을 확대하는 것이겠지만, 우리금융은 디지털 부문에서도 생존전략을 찾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금융 환경에서 디지털 역량이 회사의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은 지난해부터 디지털 혁신을 5대 핵심 이슈 중 하나로 인식하고, 디지털 역량을 키우기 위한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의 디지털 전략 핵심은 크게 ▲내부 조직의 체질 개선과 ▲외부 업체와의 협력 강화로 요약할 수 있다.

‘블루팀·레드팀’ 혁신 조직 신설
우선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올 초 조직 개편으로 디지털 혁신에 승부를 띄웠다. 우리금융은 지난 5월 15일 그룹 디지털 비전 ‘Digital for Better Life’를 새롭게 선포하고 컨트롤타워인 ‘디지털혁신위원회’를 구축했다.

디지털혁신위의 가장 큰 특징은 ‘톱다운(top-down)’식 리더십을 확보하는 동시에 ‘바텀 업(bottom-up)’식 혁신체계를 갖췄다는 점이다. 손 회장이 디지털혁신위의 위원장을 맡고, 산하에 권광석 우리은행장을 총괄장으로 하는 ‘디지털혁신총괄’ 조직을 구성해 리더십을 확보하는 동시에, 그룹사의 젊고 혁신적인 직원들로 구성된 ‘블루팀’를 참여시켜 현장주도 소통체계를 구축했다.  

 

▲ 우리금융그룹은 지난 5월 15일 그룹 '디지털비전' 선포식 및 '디지털혁신위원회' 출범식을 진행했다.

블루팀은 고객 관점의 아이디어나 급변하는 트렌드를 제안하고 반영하기 위해 젊고 패기 있는 차·과장급의 직원 20여명으로 구성된 혁신 조직이다. 지난 7월에는 손 회장을 비롯한 그룹 디지털 담당 임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블루팀과 함께하는 디지털혁신 포럼’이 처음 개최됐다. 이날 포럼에서 블루팀 직원들은 바텀업 방식으로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했다. 그룹 디지털혁신 추진 방향이나 대고객 핵심 플랫폼인 뱅킹 앱 개선 등을 주제로 임원들과 격의없는 토론이 펼쳐졌다. 


블루팀이 혁신금융서비스를 위한 과제를 발굴하고 제안하기 위한 혁신조직이라면, 최근 출범한 레드팀은 ‘반대 의견 제기’를 위해 마련된 조직이다. 레드팀은 블루팀과 마찬가지로 그룹사 디지털·IT부문 차·과장 급 실무 담당자로 구성된 디지털혁신 조직으로, 다수 의견과 상반되는 목소리로 정제된 보고서보다는 생생한 의견 전달의 역할을 맡았다. 손 회장은 레드팀에 “일방향으로 흐르는 조직 논리에 대응해 상반된 관점에서 오류를 제거하고, 최적의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도록 고민해 달라”고 주문했다.

제2본사의 변신…디지털 전초기지 탄생
우리금융은 디지털전환을 혁신 조직에만 의존하지 않고 그룹의 체질 자체를 디지털화하고 있다. 우리금융 제2본사를 그룹 디지털 헤드쿼터로 삼은 것이 대표적인 변화다. 

 

▲ 서울시 중구에 소재한 우리은행 본점 맞은편 제2의 본사인 '우리금융디지털타워'의 전경 (사진제공=우리금융)


우리금융은 지난달 본사 맞은편에 있는 ‘우리금융남산타워’ 사옥 이름을 ‘우리금융디지털타워’로 변경했다. 기존에 우리은행 디지털금융그룹이 입주해 있던 이곳에 우리금융지주 디지털·IT부문과 IT 자회사인 우리에프아이에스 디지털 개발본부가 옮겨와 둥지를 틀었다. 또 손 회장의 ‘디지털 집무실’도 이곳에 마련했다. 명실상부 ‘그룹 디지털 헤드쿼터’가 완성된 것이다. 우리금융은 “지난 4월 ‘Digital First, Change Everything’으로 시작된 우리금융의 디지털 혁신은 이제 우리금융디지털타워에서 혁신의 제2막을 시작하게 됐다”고 자평했다.

손 회장은 “매월 회의를 열고 수시로 보고를 받아 왔지만 디지털 환경의 변화 속도는 일일 단위로 점검해도 부족할 정도”라며 “그룹 전체가 한 몸처럼 협업해 디지털 혁신 과제들을 속도감있게 추진하고 획기적인 성과도 이끌어 내달라”고 당부했다.

또 다른 생존 전략, 협업
우리금융은 내부적으로는 조직 개선을 통해 디지털 혁신을 앞당겼다면, 밖으로는 다른 업체와의 협력 관계를 넓히고 있다. 업종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빅테크들과의 디지털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합종연횡’의 지혜를 발휘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의 주주로 인연을 맺은 KT와의 신사업 동맹이 대표적인 사례다.


▲ 우리금융그룹은 지난 8월 19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우리은행 본점에서 KT그룹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손태승(왼쪽에서 세번째)우리금융그룹 회장과 구현모(왼쪽에서 두번째) KT그룹 대표이사, 권광석(왼쪽에서 첫번째) 우리은행장, 이동면(왼쪽에서 네번째) BC카드 사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 8월 KT와 금융-ICT 융합을 위한 전략적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업무협약은 지난 6월 손 회장과 구현모 KT 대표이사가 공동 제안했던 금융-ICT 융합을 통합 협력 약속에 대한 후속 조치다. 두 CEO는 “디지털 혁신에 그룹의 미래가 달렸다”라는 말에 동의하며 AI, 데이터, 클라우드 등 다양한 분야의 디지털 협업 과제를 마련하는 등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획기적인 수준의 MOU를 체결했다.

그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마이데이터 사업을 위한 합작 회사 설립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합작회사 설립은 중장기 과제라서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 것은 아니다”라며 “양사가 TF를 꾸려 협력에 관한 실무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KT에 이어 기존 금융사의 경쟁자로 지목되고 있는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업체와도 잇따라 협업하며 이색 행보를 보였다. 지난 9일 우리은행은 카카오페이의 ‘내 대출 한도’ 서비스에 ‘우리WON하는 직장인대출’ 상품을 오픈했다. 카카오페이에서도 대출상품 한도 및 금리를 직접 조회하고, 우리은행의 모바일뱅킹인 ‘우리WON뱅킹’으로 연동해 대출신청이 가능하다. DT추진단을 통해 디지털 전환 과제를 적극 발굴하고 있는 권광석 은행장은 “디지털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카카오페이와 비대면 신규서비스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8월에는 네이버 지도 앱에서 우리은행 영업점의 대기 번호표를 미리 발급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개시해 눈길을 끌었다. 자사 채널이 아닌 외부 채널로 영업점별 실시간 대기 고객 수 확인이 가능한 것은 국내 금융권 최초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플랫폼 업체와의 협업은 채널 증가의 의미가 크다. 은행 입장에서 신규 고객의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는 것”이라며 “이종업종과의 협업은 앞으로도 계속 늘려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스페셜경제 / 윤성균 기자 friendtolife@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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