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유럽이 전기차 배터리 격전지가 되고 있다. 최근 빠르게 커지고 있는 유럽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해 테슬라를 비롯한 중국 CATL, 독일 완성차 기업들이 현지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미 유럽에 나가있는 국내 배터리 업체인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도 공장 증설에 박차를 하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독일 정부는 24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남서부 카이저슬라우턴에 건설한다고 밝혔다. 이 공장은 독일 자동차 회사 오펠과 프랑스 에너지 기업 토탈의 배터리 자회사 사프트가 세운 합작법인 ‘오토모티브셀 컴퍼니(ACC)’가 추진 중인 유럽 전기차 배터리 개발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총 20억유로(약 2조 6000억원)가 투입된다. 프랑스에도 연간 24GWh의 생산 능력을 갖춘 자매 공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2030년까지 두 공장에서 연간 100만대의 전기차에 공급할 배터리를 생산하는 게 목표다. 이는 유럽 전기차 배터리 생산량의 10~15%에 이른다.

이와 관련해서 페터 알트마이어 독일 경제산업부 장관은 “독일과 프랑스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를 만들고자 한다”면서 “가격보다 품질로 승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저렴한 가격에 배터리를 공급하면서 유럽 시장을 선점한 중국 경쟁사들과 차별화를 두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는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중국 CATL이 독일에 첫 해외 공장 증설을 하고 있다는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에서는 올해 유럽의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서, 전기차 시장이 약 2.5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장 폴크스바겐만 봐도 2023년까지 연간 전기차 100만대 양산 계획을 발표하면서, 국내 배터리 3사의 성장 기대감도 같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백영찬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유럽 전기차 판매량은 150만대로 지난해 대비 194% 증가할 것”이라며 “이러한 수요 확대는 한국 배터리 업체의 매출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2018년부터 유럽시장을 겨냥한 공장 증설 해왔으며, 올해 말 기준 한국 기업의 유럽지역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은 82.5GW로 전망되고 있다. 때문에 유럽시장을 선점하는 데 있어서 국내 기업들이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유럽 연합이 배터리를 대량 생산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이고, CATL 독일 배터리 공장 역시도 2021년 하반기에나 공장이 완공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내 배터리 3사는 유럽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 올해 역시도 설비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LG화학은 폴란드 공장 증설과 수율 정상화 등을 통해 올해 100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설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미국 제네럴모터스(GM)와는 올해 하반기 합작 투자를 본격화해 연간 30GWh 이상의 생산 능력을 확복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올해 전기차 사업을 전년에 비해서 70%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일환으로 헝가리 배터리 공장을 증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미 헝가리에서 배터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2공장 증설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유럽을 중심으로 수주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공격적인 설비투자를 통해서 배터리 사업에서 2조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 배터리3사는 점유율 확대하면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며 “다만, CATL과 파나소닉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향후 양사의 공채를 극복하기 위한 시장 전략 수립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분석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CATL이 27.9%로 1위를 차지했다. 파나소닉(24.1%)과 LG화학(10.5%)이 각각 2, 3위로 뒤를 이었다. 삼성SDI(3.6%)는 5위, SK이노베이션(1.7%)는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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