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홍찬영 기자]지방자치단체가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한다는 이유로 고로(용광로) 중단 통보 등 철강업계에 조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철강업계는 이 같은 조치는 부적절하다며 입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정비를 위해 ‘고로 브리더’를 무단 개방했다는 이유로 지자체로부터 10일 조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충남도는 최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 대한 합동점검을 실시하고 10일 조업정지를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도는 오는 18일에 포스코 광양제철소 행정처분 청문회를 열어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지자체의 이번 처분은 대기환경보전법 제31조 ‘대기배출시설 가동 시 반드시 방지 시설을 가동해야 한다’는 조항에 따른 처분이다.

다만 화재나 폭발 등의 사고를 예방할 필요가 있어 시도지사가 인정하는 경우에는 예외를 두도록 했다.

고로는 쇳물을 생산하는 설비로, 제철소는 고로를 운영하면서 화재, 폭발 사고 등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1~2개월 간격으로 보수 작업을 한다.

쇳물 생산을 일시적으로 중지한 채, 통기장치인 블리더를 통해 수증기와 가스를 주기적으로 배출한다.하는 ‘휴풍’ 공정이다. 공정에 이상이 발생하면 고로 폭발을 막기 위해 가스를 배출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환경단체는 제철소들이 예외규정을 악용해 대기오염을 방지할 의무를 피하고 있다며 지난 4월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포스코를 고발했다.

이에 철강업계는 조업 중단 처분이 적절하지 않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과 일본, 중국 등 다른 나라 제철소들도 모두 동일한 방식으로 휴풍을 하며, 블리더를 개방한다"며 " 환경 당국이 해당 공정을 문제 삼아 조업을 중단시키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일반적인 대기배출시설이 아닌 고로 브리더(고로 내부에 공기를 드나들수 있도록 하는 장치), 즉 안전밸브를 문제로 삼았다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환경 당국이 문제 삼은 브리더 개방은 폭발 등 대형사고를 막기 위한 필수 공정으로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게 업계 측의 설명이다.

세계철강협회도 "세계적으로 환경 당국이 휴풍 시 고로 블리더 개방을 문제 삼은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회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민철 한국철강협회 부회장은 4일 ‘20회 철의 날’ 기념식을 앞두고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해외의 주요 고로 엔지니어링사와 (고로의 안전밸브인) 고로 브리더 문제의 기술적 대안을 찾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면서도 "세계적으로 가장 선진화된 설비를 갖추고 있음에도 지금 상황에선 뾰족한 해법이 없다"고 말했다.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도 이날 "용광로에서 브리더(안전밸브)를 여는 것 외에 정비나 비상시에 다른 기술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어 안 사장은 "전세계 철강협회와 고로사, 엔지니어사들과 고민을 해서 대안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며 "현재로서는 조업정지 후 재가동을 한다고 해서 개선되는 방법이 없는 것이 고민이다"고 토로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곧 협회 차원에서 철강업의 절박한 상황을 호소하는 입장문을 낼 계획"이라고 답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홍찬영 기자 home217@speconomy.com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