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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화웨이 제재 동참 여부를 두고 미국과 중국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중간에 낀 한국 정보기술(IT) 업계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지난 5일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는 페이스북코리아 본사에서 주최한 ‘클라우드의 미래’ 콘퍼런스를 통해 “5세대(5G) 이동통신 보안 측면에서 신뢰할 수 있는 공급자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IT업계에서는 해리스 대사가 화웨이를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국내 이동통신 업계에 ‘화웨이를 배제하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반(反)화웨이’전선에 한국 정부와 기업의 동참을 요구하는 동시에 앞서 중국 정부가 한국에 앞박 수위를 높인 것에 대한 반격으로도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중국 외교부 당국자는 베이징에서 한국 취재진에게 화웨이 사태에 대한 질문을 받은 후 “미국의 바람에 따라 (제재에) 동참하는 것에 대한 옳고 그름은 한국 정부와 한국 기업이 판단해야 한다”며 노골적인 압박을 가한 바 있다.

이처럼 한국을 향한 양국의 ‘공개 압박’ 수위가 높아지자 국내 IT업체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위험성을 안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기업들의 미·중 의존도가 높아 섣불리 어느 한쪽의 목소리를 따라갈 수 없다.

가장 상황이 심각한 곳은 LG유플러스다. 국내 구축된 5G망 가운데 서울과 수도권 북부, 강원 지역에서 화웨이 장비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화웨이 장비의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활용해 2012년 3월 이통3사 중 가장 먼저 LTE 전국망을 구축해 가입자를 끌어 모으는 등 2위 사업자 KT를 바짝 추격했다.

LTE 무선 기지국 3분의 1을 화웨이 장비로 채운 LG유플러스는 장비 호환성을 감안해 5G 기지국에도 3분의 1 이상은 화웨이 장비로 채울 계획이다.

다만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서울 주한미군 지역에서만 예외적으로 유선과 무선 모두 화웨이 장비를 채택하지 않았다.

이같은 상화에서 LG유플러스가 미국 정부가 원하는 대로 화웨이 제재에 동참하려면 5G 서비스를 일시 중단해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게다가 막대한 금액도 추가로 필요하다.

때문에 미국의 화웨이 제재 목소리가 높아진 올해 초 이후로 LG유플러스 주가는 지난 1월4일 1만8700원에서 지난 5일 1만4400원을 기록했다. 5개월 사이에 20% 이상 떨어진 것이다.

LG유플러스뿐 아니라 SK텔레콤과 KT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무선 장비는 아니지만 기간망 등 유선 장비에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화웨이 제재는 5G 장비에 국한돼 있지만 상황이 점점 치닫는 가운데 언제 그 여파가 미칠지 모르기 때문에 상황의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중국 IT기업 화웨이 때리기가 점점 더 수위를 높여가면서 우리 기업들도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며 “양국의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화웨이뿐 아니라 중국과의 관계 전체로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92ddang@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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