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최문정 인턴기자]경영난으로 국책은행에서 1조원 지원을 받게 된 두산그룹이 자구안을 내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전날 채권단에 두산중공업 재무구조 개선계획을 전달했다.

두산그룹은 최근 두산중공업이 마주한 자금 유동성위기를 넘기기 위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각각 5000억원씩 총 1조원의 지원을 받기로 한 바 있다. 그러나 두산중공업의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 규모가 4조 2000억원에 달해 위기 극복을 위해선 추가 지원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채권단은 두산그룹이 1조원에 달하는 자구안을 마련해야 추가지원을 고려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 또한 경영정상화와 신속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매각 또는 유동화 가능한 모든 자산에 대해 검토를 진행 중”이라며 “계획의 성실한 이행을 통해 두산중공업 경영 정상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 전했다.

두산그룹이 내놓은 개선안의 자세한 내용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두산그룹은 과거 OB맥주, 콜라(두산음료), 의류(두산상사) 등의 소비재 위주 기업이었지만 지분 매각을 통해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을 인수했다. 이후 두산중공업을 그룹 전체의 중간지주회사로 삼아 중공업을 핵심사업으로 체질개선에 성공했다. 이후 두산중공업은 두산그룹 전체의 자금줄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난 2008년 미국 발 글로벌 경제위기의 영향으로 국내 부동산 시장이 경색돼 두산건설이 자금난에 처하자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난 2013년 3000억원을 시작으로 자금 지원에 나서왔다.

거기에 더해 두산중공업은 핵심사업인 석탄화력발전사업이 침체된데 이어 원자력발전사업도 탈원전 담론이 확대돼 매출이 줄어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두산중공업의 영업 이익은 1조 769억원이었지만 당기 순이익은 1044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여기에 올해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더욱 상황이 어려워졌다.

두산중공업은 가스터빈 등의 신에너지 사업 개발에 착수했지만 연구를 거쳐 상용화되기까진 시간이 필요해 단기간 수익창출 전망은 어둡다. 이 기간에 안정적으로 자금을 대줄 캐시카우 사업이 남아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두산중공업의 위기가 두산그룹 전체의 위기로 거론되는 이유는 그룹의 수직적인 구조 때문이다. 두산그룹 산하의 두산중공업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두산중공업의 자회사인 두산건설, 두산인프라코어와 손자회사인 두산밥캣까지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두산그룹이 내놓은 재무구조 개선안에 대해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두산그룹의 연료전지 사업인 두산퓨얼셀과 전지박 생산, 유기발광다이오드, 바이오 등을 담당하는 두산솔루스 등의 핵심 계열사 매각설이 제기되고 있다. 두산솔루스의 경우 국내 사모펀드인 스카이레크인베스트먼트와 매각 협상 진행중이다.

또한 두산그룹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던 수직적인 계열사 운영구조에 대한 개선안도 대두되고 있다. 이 경우 현재 두산중공업의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와 손자회사인 두산밥캣의 법인을 분리해 한 계열사의 위기가 그룹 전체로 번지는 사례를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정원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 인력 구조조정 등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두산그룹은 이와 같은 업계의 추측에 대해 “금일 채권단에 제출한 재무구조 개선계획은 향후 채권단과의 협의 및 이사회 결의 등을 거쳐 최종 확정할 예정”이라며 “본 계획이 확정될 경우 추후 상세한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라 덧붙였다.

 

[사진출처=두산그룹]

 

스페셜경제 / 최문정 인턴기자 muun09@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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