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이시아 기자]금리 인하기에 경기 전망까지 불투명하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예금으로 몰리고 있다. 예금회전율도 낮은 수준을 보이면서 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4대 은행(신한‧KB‧KEB하나‧우리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작년 말 대비 8% 상승한 504조9084억원을 기록했다. 우리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127조4103억원으로 전년 말과 비교해 12% 증가했고, 신한은행은 118조7940억원으로 11% 올랐다. 같은 기간 KEB하나은행도 125조7896억원으로 5% 증가했고, KB국민은행도 4% 상승한 132조9145억원을 나타냈다.

최근 은행권은 국내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예적금 상품 금리가 줄줄이 인하했지만, 예금은 오히려 늘어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은행권의 예금 금리는 1% 중‧후반대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기존 1.75%에서 0.25%포인트 인하했다. 시중에 출시된 예금을 가입할 경우 각종 세금을 제외하고 물가상승률까지 계산하면 실질금리는 제로에 가까운 상황이다.

예를 들어 200만원 한도로 1년 만기 1.8% 예금에 가입한다고 가정하면 만기 때 돌려받는 이자는 3만6000원 정도이다. 여기서 세금으로 5544원을 제외하면 실제 손에 쥐는 이자는 3만456원(연 이자 1.5% 수준)이다. 한은은 올해 물가성장률을 0.7%로 전망했고, 세금을 뗀 연 1.5%에서 이를 제외하고 나면 소비자가 받게 되는 연 이자 혜택은 0.8%에 그친다.

이 같이 투자 매력이 감소한 상황 속 예금이 확대됐다는 것은 그만큼 경기 전망이 어둡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 저금리가 지속되면 여유자금의 성격인 부동자금은 채권, 증시 등 고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처로 빠져나가게 되는데 최근 증시 전망이 어둡고 부동산 투자처도 마땅치 않아 시중에 돈이 풀리지 않는 모습이다.

예금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면서 금융권의 예금회전율도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요구불예금은 17.3회, 저축성예금은 1.1회까지 감소했다. 낮은 회전율을 보일수록 가계나 기업이 은행이 돈을 맡겨두고 꺼내 쓰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정기예금이 확대된 추세의 경우 은행마다 내년 도입될 신 예대율 규제에 대비해 특판 마케팅에 나서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퇴직연금 포트폴리오에 정기예금을 편입할 수 있게 되는 등 수요가 확대된 것도 잔액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 / 이시아 기자 edgesun99@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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