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과 절실…하마평 오르던 김진표, 정세균 모두 경제통
丁 “의장출신 총리 고민…국민 위해 마다하지 않을 것”
與 “국민 하나로 모을 적임자”…野 “삼권분립 붕괴”

▲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신임 국무총리 인선발표를 하고 있다. 2019.12.17.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이낙연 국무총리의 후임으로 정세균(69) 전 국회의장을 내정했다.

이날 오후 2시 30분 청와대 기자실이 있는 춘추관 2층 브리핑룸을 찾은 문 대통령은 직접 정 전 의장을 지명한 사실을 발표하며 “정 후보자는 경제를 잘 아는 분이며 6선 국회의원으로 당 대표와 국회의장을 역임한 풍부한 경륜과 정치력을 갖춘 분”이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통합·화합으로 국민 힘을 하나로 모으고 국민께서 변화를 체감하시도록 민생·경제에서 성과를 이뤄내는 시대적 요구의 적임자가 정 후보자”라 소개했다.

이어 “입법부 수장을 지낸 분을 국무총리로 모시는데 주저함이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갈등·분열의 정치가 극심한 이 시기에 야당을 존중하면서 국민 통합·화합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국회의장까지 지낸 인사를 국무총리로 지명한다는 야권의 지적을 의식한 발언으로, 그만큼 정 후보자가 국민 통합과 경제 회생이라는 목표에 적합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장은 국가 의전 서열 2위, 국무총리는 5위에 해당된다.

문 대통령은 발표 직후 브리핑룸 대기실에서 노영민 비서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정의용 안보실장과 대화를 나누며 “정 후보자가 고마운 결단을 했다. 국회의장으로서 여야를 운영했던 경험과 협치 능력을 높게 평가했기에 비상한 각오로 모셨다”고 말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정 후보자가 총리로 임명되면 헌정사상 첫 국회의장 출신의 총리 발탁사례가 된다. 문 대통령이 이날 춘추관에서 직접 국무총리 지명을 발표한 것도 이낙연 총리 때의 전례를 따른 것과 함께 국회의장 출신임을 고려한 예우를 갖춘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경제 전문가로 정평이 난 정 후보자를 국무총리로 내세운 것은 문재인 정부 최대 난제로 지적되는 경제동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정 후보자에 앞서 총리 후보자로 지목되던 김진표 의원 역시 경제통으로 이름 나 있다. 게다가 야당과의 협치가 중요한 시점에서 6선 국회의원에 국회의장까지 지낸 정 후보자만한 적임자도 없다는 평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전북 진안에서 태어난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는 전주 신흥고를 거쳐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다. 대학생 시절에는 총학생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후 미국 뉴욕대 행정대학원과 페퍼다인대 대학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경희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쌍용그룹에서 상무이사를 지내고, 참여정부 당시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내는 등 행정부처 통솔 및 현장 경험까지 갖춘 ‘경제총리’라는 평가다.

15대 국회부터 20대까지 내리 6선을 달리는 국회의원이기도 하다. 고향인 전북 진안·무주·장수(임실)에서 4선을 지내고, 19대 총선부터는 정치1번지라 불리는 종로를 텃밭으로 하고 있다.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당시 총재의 특보를 지냈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의장, 민주당 대표 등 당 중직을 도맡아왔다. 20대 국회 전반기인 2016~2018년에는 국회의장을 지냈다.

 

▲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19.12.17. (사진=뉴시스)

정 후보자는 이날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어려운 시기에 총리라는 중책에 지명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국민에게 힘이 되는 정부가 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할 작정”이라 밝혔다.

이어 “저는 원래 종로에 3선 도전을 할 생각을 갖고 있었다”면서도 “많은 분과 대화를 하고 저 자신도 깊은 성찰을 통해 국민에게 힘이 되는 일이라면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는 판단으로 총리 지명을 수락했다”고 말했다.

 

▲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소감을 밝히고 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2019.12.17. (사진=뉴시스)

한편 여야는 정 후보자의 지명 소식이 전해지자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민생과 경제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 때 통합화 화합으로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을 적임자라 판단하며 정 후보자 지명을 환영한다”며 “엄중한 시기에 정 후보자가 하루 속히 국민들 삶 속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야당은 인사청문회 절차에 적극 협조해달라”고 말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성일종 원내대변인은 “전직 국회의장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대통령은 국회를 행정부 하위기관으로 본 것이고, 이를 수락한 후보자는 국회의 권위를 스스로 허무는 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삼권분립이 무너졌다는 논리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도 “입법부를 행정부의 견제기관이 아닌 부속기관으로 전락시킬 셈이냐”며 “입법부 수장이던 정 전 의장을 행정부 2인자인 총리로 세우겠다는 것은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 기본 원칙을 흔드는 전례 없는 발칙한 도발”이라 지적했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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