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 = 김봉주 기자] 부동산 규제 영향으로 부동산신탁업은 고배를 마시고 있지만 사업 부문 중 하나인 ‘관리 신탁’은 종합부동산세 회피 수단으로 인기를 끌면서 매달 수천억원씩 유입되고 있다.

부동산을 신탁사에 맡기면 소유권이 이전돼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 등도 신탁사가 낸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등 부동산이 3~4개 이상인 자산가들은 신탁사에 맡김으로써 종부세 부과를 피한다. 통상 관리신탁은 수익형 부동산을 맡기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엔 전세를 내어준 아파트 등도 포함된다고 알려졌다. 부동산신탁업계 한 관계자는 “전세나 월세 아파트는 관리가 힘들지 않기 때문에 굳이 관리신탁을 할 필요가 없다. 세금을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계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자들, 종부세 피하기 위해 관리신탁 활용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7년 말 5조원대였던 관리신탁 규모는 지난 2월 7조8400억원까지 확대됐다. 아직 집계가 마무리되지는 않았지만 3월 이후 신탁사들의 관리신탁 유치전이 거세져 지금은 8조원을 넘기고 있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추정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관리신탁뿐 아니라 토지신탁이나 다른 신탁도 납세 주체가 신탁사로 바뀌게 된다. 세금을 피하기 위한 용도로 신탁이 활용되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신탁재산의 납세자가 위탁자(개인 등)에서 수탁자(신탁사)로 전환된 것은 지난 2014년 1월 1일 지방세법 개정 이후다. 당시 행정안전부가 납세 주체를 바꾼 것은 체납자들 때문으로 전해졌다. 체납자들이 세금을 납부하지 않다가 “신탁에 맡겨 처분할 수도 없다”는 경우가 많아 아예 납세 주체를 바꿨다. 신탁사는 위탁자에게서 세금만큼의 수수료를 징수하면 된다는 이유에서다.

한 부동산신탁사 관계자는 “정부가 귀찮은 일을 민간에 떠넘긴 것과 마찬가지다. 행정안전부에 제도를 다시 고쳐달라고 건의하고 있는데 아직 제도 개편 초기이니 좀 더 지켜보자는 회신이 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동산신탁사 관계자는 “재산세는 지방세인데, 지자체의 반대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안다. 조세 회피가 심해질 것으로 걱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페셜경제 / 김봉주 기자 seraxe@speconomy.com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