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오리온은 프리미엄 미네랄워터 ‘오리온 제주용암수’를 출시하고, 글로벌 미네랄워터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하기도 전에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오리온이 지난 1일부터 오리온 제주용암수 가정배송을 시작한 반면 제주도에서는 국내 시판을 계속하면 염지하수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제주도와 사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오리온은 수천억원을 투자한 제주용암수 사업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이미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자칫 법적공방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리온 “국내 판매 강행” VS 제주도 “공급 중단”

현재 양측은 ‘제주 염지하수(용암해수)’를 두고 치열한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도는 오리온이 국내사업이 아닌 국외사업용(해외수출)으로 판매 의사를 밝혀 사업권을 허가하고 취수량을 늘리는 등의 조치를 했지만 기존 약속을 깨고 국내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오리온은 국내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한 부분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제주도의 반발에도 사업을 강행했다.

오리온은 지난 3일 제주시 용암해수산업단지에서 오리온제주용암수의 공장 준공식을 개최했다.

오리온은 지난 2016년 제주용암해수단지에서 나오는 제주용암수에 대한 지분 60%를 21억2400만원에 인수했고 1200억원을 투자해 제주용암수 공장을 건설했다. 이에 따라 오리온은 연간 2억4000여병의 제주용암수를 생산할 능력을 갖추게 됐다.

이 자리에서 오리온그룹 허인철 총괄부회장은 “제주용암수를 인수하고 원희룡 지사를 두 차례 면담했으며, 국내 판매 불가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리온그룹과 용암해수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이라며 “국내 판매를 제한하고 경쟁을 막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그러자 바로 다음날 제주도는 오리온이 국내 시판을 계속하면 염지하수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제주도 박근수 환경보전국장은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오리온이 해외판매를 주목적으로 추진한다고 했고, 원 지사는 국내 판매 불가에 대해 분명히 이야기했으며 오리온 쪽이 수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오리온 쪽에서 염지하수가 공급되는 것은 시제품 생산을 위한 최소한의 공급일 뿐 판매용 제품 생산을 위한 공급이 아니다”라며 “염지하수의 국내 판매를 지속하면 공급은 불가능하다”며 ‘공급 중단’의 뜻을 내비쳤다.

애초 오리온은 염지하수 관정개발을 계획했다가 지난 2017년 4월 개발·이용허가 신청을 취하하고, 제주도가 개발한 염지하수를 받아쓰기로 했다.

그러나 오리온은 자체 관정개발 취하에 따른 신규 사업계약서를 용암해수 공급지침에 따라 새로 제출해야 하지만 제출하지 않았다.

이에 현재 제주테크노파크와 오리온 사이에는 용수공급계약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 제주도는 오리온에 대한 용수공급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이날 제주도는 지난해 10월 19일 오리온에 세부사업계획서 제출을 요청하면서 보낸 “국내 시장에서 유통·판매할 제품 생산용 용암해수의 공급은 불가하다”는 내용의 공문도 공개했다.

박 국장은 “제주도는 염지하수를 국내 판매용으로 공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왔고, 오리온은 도지사와 만나서도 중국 수출만을 강조했다”면서 “최근에야 중국 수출을 위해서는 국내 판매가 필요하다는 일방적인 주장을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제주도는 협의 시점을 연내로 가이드라인 잡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공급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수 제주도 환경보전국장이 4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오리온에 염지하수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제주산 용암해수가 뭐길래?

현재 제주도와 오리온 간 진실공방의 중심에 서있는 것은 ‘제주 염지하수’다.

용암해수는 바닷물이 화산섬 제주도의 현무암층에 의해 자연 여과돼 땅속으로 스며들어 쌓인 물을 말한다. 여기에는 마그네슘과 칼슘, 칼륨 등 유용 미네랄과 바나듐, 셀레늄, 게르마늄 등 희귀 미네랄 성분을 함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이 물은 염분으로 인해 쓸모없는 지하수로 취급을 받았으나 2008년 제주도의 ‘산업단지 조성 기본계획’을 시작으로 먹는물관리법·제주특별법 개정 등을 거쳐 제조·판매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제주도가 오리온 ‘제주용암수’의 국내 판매를 강력하게 반대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제주도개발공사가 사실상 독점 판매하는 먹는 물인 ‘제주삼다수’의 판매에 영향을 받을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용암해수는 염분 제거, 미네랄 분리 등의 공정을 거치면 제주개발공사 ‘제주삼다수’처럼 음용할 수 있다.

그러나 법·조례상 먹는샘물이 아닌 혼합음료로 분류되기 때문에 환경부와 협의하면 제주도의회 동의 없이도 취수량을 늘릴 수 있다.

오리온은 2016년 11월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제주토착기업 제주용암수를 인수해 3년여의 준비과정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2017년 8월 제주도의회는 용암해수 취수량을 늘릴 경우 제주도의회 동의를 얻도록 한 ‘제주도 지하수 관리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입법예고했으나 실제 입법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사진제공=오리온·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92ddang@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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