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일본이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 7월부터 수출규제 조치를 내렸으나 정작 한국 경제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 정부는 지난 7월4일 고순도 불화수소·플루오린 폴리이미드·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 이어 8월 28일에는 한국을 수출 우대국인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오히려 이번 경제보복으로 한국 국민들이 ‘일본 불매운동’을 전개하면서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 업종이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발간한 ‘일본 수출규제 100일의 경과, 영향 및 향후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한국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지만, 첫 조치 후 100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영향은 제한적이다.

가장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 고순도 불화수소는 국내기업이 확보한 재고, 국산화를 포함한 공급처 다변화 등으로 아직 큰 영향이 없다고 봤다.

이날 교도통신이 일본 재무성 자료를 분석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반도체 세정 과정에 사용하는 불화수소의 지난 9월 한국 수출액은 372만3000엔(약4000만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99.4% 줄었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역시 일본기업이 생산하는 것은 소재 자체가 아니라 소재의 재료 물질이기에 역시 영향이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포토레지스트도 일본기업의 해외공장, 대만 등에서 조달할 수가 있다고 분석했다.

KIEP 측은 “현재까지 국내 기업의 생산이나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라며 “일본계 자금이 유입된 국내 기업들이 재무구조가 나아진 상태여서 일본계 자금 유출에 따른 파급 효과 가능성도 작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불매운동의 여파로 의류·맥주·자동차 등 일본산 제품의 국내 매출이 급감해 일본이 타격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 지난 8월 무역통계를 보면 일본 맥주의 한국 수출은 전월과 비교해 92.1% 줄었다. 지난달에는 99.9%까지 감소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30일 자국 맥주의 대(對)한국 수출이 급감한 데 대해 “한국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유감”이라고 밝히기기도 했다.

그는 “우리나라(일본) 기업에 대해 경제적인 악영향을 주려는 불매운동이 한국에서 행해지는 것은 유감이다”라며 “한일 양국 정부의 관계가 엄중한 상황이어도 국민 간의 교류와 경제 활동은 계속해서 제대로 행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이날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이 나온 지 1년이 된 것과 관련해서는 한국이 ‘국제법 위반’ 상황을 시정해야 한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스가 장관은 “한일 간 재산 청구권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의해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이 끝났다”고 거듭 주장하며 “(일본) 정부가 계속해서 일관된 입장에 기초해 한국 측에 현명한 대응을 요구해 갈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거듭 한국 탓으로 돌렸다.

다만 아직 한국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피해가 뚜렷하게 관찰되지 않았지만, 일본의 조치가 계속되면서 실제 피해가 발생할 경우 나타날 구체적인 영향도 살펴봤다.

소재 수출 규제로 한국의 반도체 생산이 10% 감소하면 국내총생산(GDP)은 약 0.320∼0.384% 줄어들고, 수출도 약 0.347∼0.579%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백색국가 제외와 관련해 화학·전자·기계 산업에서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이 5% 감소하면 한국의 GDP는 0.015∼0.020%, 수출은 0.026∼0.036% 각각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KIEP 측은 “한일 갈등이 장기화하면 동아시아 전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떄문에 갈등을 해소할 출구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는 일본의 조치 장기화에 대비해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국산화와 공급망 안정화를 통한 체질 개선 강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92ddang@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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