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1분기 미국 자동차시장 SUV 부문에서 총 15만5082대를 판매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7만5971대, 7만9111대를 팔아 시장점유율 8%를 돌파했다. 현대·기아차의 1분기 전체 차량 판매량 가운데 SUV 판매 비중도 53.8%를 기록했다. 두 회사가 전체차량 대비 SUV 판매 비중을 50% 이상으로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기아차의 SUV 판매 비중은 2013년 30.9%에서 작년 49.7%까지 지속적으로 늘어왔지만 50% 이상을 찍지는 못했다. 특히 현대차의 미국 SUV 시장점유율은 3.9%로 싼타페를 통해 처음 시장에 진입한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셈이다. 다만, 금년 1분기에 세단을 포함한 현대·기아차 전체 차량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각각 3.8%, 3.4%로 총 7.2%를 나타냈다.

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가 SUV가 대세가 된 미국시장의 트렌드에 맞춰 소형부터 대형까지 SUV 라인업을 정비하면서 모색한 미국시장에서의 활로를 연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는 2017년에 소형SUV 코나를 선보이기 전까지 중형SUV 싼타페와 준중형SUV 투싼이 사실상 라인업의 전부였다. 2007년 대형SUV 베라크루즈를 출시했만 5만 대가량 팔리는 수준에 머물며 도리어 이미지를 깎아먹었다. 기아차도 소형SUV 쏘울과 중형SUV 쏘렌토, 스포티지가 라인업의 전부였다.

다만, 기아차가 2017년 소형SUV 니로에 이어 금년 2월 대형SUV 텔루라이드를 출시하면서 반등의 기회를 포착했다.. 텔루라이드는 본격 판매에 돌입한 전월에만 미국에서 5395대를 팔았다. 현대차도 2017년 소형SUV 코나에 이어 금년 하반기엔 대형SUV 펠리세이드를 미국에 출시할 계획이다.

그간,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SUV보다는 엘란트라(한국명 아반떼)와 쏘나타 등 세단을 중심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의 진영을 꾸렸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 연비를 강조한 중소형 세단 중심의 판매 전략은 유효타를 냈다.

다만, 미국시장은 2010년을 기점으로 자동차소비 트렌드를 SUV로 급격히 내줬고, 현대·기아차는 이러한 흐름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했다. 미국 시장이 저유가 시대를 거치면서 패밀리카와 물건의 적재가 용이한 SUV로 소비흐름이 급격히 변하는 동안 현대·기아차는 세단위주의 판매전략을 유연하게 수정하지 못했다는 지적인 셈이다.

현대·기아차가 한발 늦게나마 SUV 라인업에 투자한 것은 자동차시장 불황에 대비한 미국시장 영향력 확보로 풀이된다.

금년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수요는 전년대비 0.1% 성장에 머문 9249만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4차산업혁명과 맞물린 자동차 공유경제의 확대와 중국의 판매부진 속에 유럽 시장의 경기불황마저 가시화되면 자동차 수요는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현대·기아차가 상대적으로 경기 상황이 나은 미국의 수출의존도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스페셜경제 / 김은배 기자 silvership@sp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