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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경제=이인애 기자]금융당국이 칸막이 규제를 완화한다는 명목으로 추진한 보험복합점포가 금융지주사들에게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4대 금융지주사들은 은행, 증권, 보험 등의 업무를 한 번에 처리 가능한 복합점포를 올해 7곳이나 늘렸지만 판매 실적이 저조해 문을 닫은 보험복합점포는 4곳이나 됐다. 이는 점포 외부에선 보험영업이 불가능하도록 아웃바운드를 금지하는 당국의 규제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으며 당국의 탁상공론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21일 금융권은 지난 3월 말 기준 KB금융·KEB하나금융·신한금융·농협금융 등 4대 금융지주사가 운영 중인 보험복합점포(생명보험 기준)는 6곳이라고 전했다. 작년 말 기준 점포수인 10곳에서 4곳이나 줄었다. 이는 최근 금융지주사들이 원스톱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복합점포 확대에 들어간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으로, 이들 4개 금융지주사의 복합점포 수는 지난 2018년 말 177곳에서 현재까지 3개월 만에 7곳이나 늘었다.

앞서 금융당국은 보험복합점포 확대를 허용하도록 규제를 완화한 바 있다.

은행이 있는 금융지주사는 보험도 판매할 수 있는 보험복합점포를 지난 2015년 8월 도입하기 시작했다. 아울러 지난 2017년 11월에는 금융지주나 금융그룹에 3개까지 허용되던 보험복합점포를 5개로 확대해 은행지주사 소속이 아닌 금융사도 보험사간 복합점포 개설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은행이 없는 경우에도 계열 증권사-보험사의 보험복합점포 설립이 가능하도록 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보험복합점포 활성화가 어려운 것은 실적 개선이 뒤따르지 않는 이유가 크다.

작년 4대 금융지주 운영 보험복합점포의 생명보험 기준 계약 건수는 총 21건으로 계약금액은 총 4557만5000원이었다. 이 가운데 3882만원짜리 비월납형 계약 1건 제외 시 보험복합점포 한 곳 당 2건으로 67만원의 계약을 체결한 셈이다. 심지어 한 금융지주 보험복합점포의 경우에는 올해 질적이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보험업계 관계자는 “손해보험사가 입점한 보험복합점포는 어느 정도 실적이 있지만 생명보험사의 실적은 사실상 전무하다”며 “보험복합점포를 다른 복합점포로 전환하려고 해도 당국 눈치에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이 보험복합점포가 금융지주사들 사이에서 애물단지로 취급되는 이유로는 점포 외부에서 보험영업을 하지 못 하도록 한 규제가 먼저 꼽히고 있다.

현행 규제대로라면 복합점포를 방문한 사람이 직접 점포 내 보험코너를 찾아가야 하는 것이다. 점포 안에 있더라도 관계자가 고객에게 직접 다가가 영업하는 것은 금지된다. 또 은행·증권 간 복합점포와 달리 보험복합점포는 은행·증권과 별도의 출입문을 사용해야 하는 등 연계영업 자체가 불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보험업계 관계자는 “찾아오지 않은 이상 보험 영업을 하지 못하는 것은 보험영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지난 2년 동안 시범사업을 통해 보험복합점포의 한계를 확인했음에도 당국이 대안을 마련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런 와중에도 당국은 아직까지 보험복합점포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복합점포) 활성화가 한계가 이:T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굳이 보험복합점포를 정책적으로 활성화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소비자에게 원스톱 금융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보험복합점포가 당국의 무관심 속에서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페셜경제 / 이인애 기자 abcd2inae@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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