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 숄더백 대신 명품 클러치백을 택하는 사람들의 차

[스페셜경제 = 김은배 기자]
“실용적인 중저가 숄더백을 살 것인가 감성 충만한 명품 클러치백을 살 것인가”


사람들의 소비관은 다양하다. 공간적인 활용성을 가장 중요시 하는 사람들이 있는 가하면, 한 눈에 알아보기 어려운 곳까지 신경 쓴 정밀한 품질의 물건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올 뉴 레인지로버 이보크’를 눈 여겨 보는 소비자들은 후자에 해당한다.

소비관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대개 후자에 대해 비판이 나오는 경우는, 사치가 아니냐는 것이다. 같은 돈이면 공간적인 안락함과 여유를 줄 수 있는 다른 선택지를 충분히 누리고도 남는다는 논리다. 반론하고 싶다면 답은 간단하다. 질적인 우수함이 지불한 비용 이상의 가치를 가지며, 공간적 측면 이외의 실용성은 충분하다는 것을 증명하면 된다. 그리고 이보크는 시승 내내 그 가치를 충분히 보여줬다.

날렵하고 매끈한 바디라인, 쉽게 상상하기 힘든 골드로즈 색상의 장식을 전면부 에어인테이크 위치에 드러내는 등 럭셔리한 외관의 자신감을 차치하고라도 이 차는 매력적이다. 눈, 진흙, 모래 등의 험로 주행까지 상정한 7가지 주행모드와 스포츠모드 격인 S모드, 미니 하이브리드 시스템인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보닛 아랫부분까지 보여주는 ‘그라운드 뷰’ 시스템 등 다양한 첨단주행안전기능이 탑재됐다. 비싼 옷만 걸친 줄 알았던 신사가 재킷을 벗으니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실루엣을 드러낸 것이다.

뿐만 아니라, 힘 있는 디젤이면서도 진동과 소음을 상당부분 잡아냈고, SUV치고는 부드러운 승차감이지만, 고속주행과 코너링 등에서도 평균이상의 성능을 보이는 등 얼핏 한 데 어우러지기 힘든, 상반된 장점들을 한 테두리 안에 적절히 조합했다. 도심형 스타일 또는 오프로드 스타일 등 무 자르듯이 분류된 성향 중 하나로는 규정하기 어렵다. 다 갖춘 ‘럭셔리’이기 때문이다.
 

정석적인 오프로드 모드와 정숙한 디젤
넓은 디스플레이와 직관적인 물리 버튼

“고민되면 짬짜면!” 세련 된 도심형 외모와 오프로드 피지컬

이번 올 뉴 이보크는 2세대 풀체인지 모델이다. 1세대의 출시년도는 2011년으로 8년만의 완전변경인 셈이다. 국내에는 디젤 모델 2종과 가솔린터보모델 1종으로 들어왔으며 모두 9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린다.

구체적으로 직렬 4기통 1,999㏄ 디젤 터보 엔진은 각각 최고출력 150과 180마력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됐다. 1,997㏄ 가솔린 터보 엔진은 249마력이며 현재 인증절차를 진행 중이다.

우리팀이 시승한 차량은 D180 R-다이내믹 SE다. 이름에서 묻어나오듯 2.0L 디젤 엔진이며 최고출력 180마력(2,400rpm)을 낸다. 최대 토크는 43.9kg.m(1,750~2,500rpm)이다.

이보크 R-다이내믹 트림은 ▲20인치 전용 휠과 ▲범퍼, ▲사이드 벤트, ▲보닛, ▲테일파이프 등이 적용된 버전이다.

이보크는 비교적 최근 출시된 벨라의 디자인이 많이 적용된 모습이다. 좀더 얇고 길어진 전면 LED 램프와 ▲1개에서 2개로 늘어난 후면 LED램프 디자인 ▲그릴과 ▲히든 도어핸들 등이 대표적이다.

주간주행등은 슬림하고 긴 직사각형 형태이며, 방향지시등의 역할도 겸한다. 방향지시등이 작동할 경우 노란색 빛이 안에서 바깥방향으로 고급스럽게 움직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헤드라이트 부분이 충분한 광원확보와 함께 방향지시등까지 포함하면서 통상적으로 범퍼 근처에 위치하는 안개등 부분은 장식적인요소로 활용됐다. 발전된 기술로 즐길 수 있는 여유로 느껴진다. 로즈골드 색감으로 코팅된 장식이 좌우 각각 두 개씩 자리하고 있는데 멀리서 보면 호랑이의 수염 같은 느낌도 든다. 우리팀의 시승차는 강렬한 붉은색 차량이었는데 특히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휠 아치를 감고 들어가는 가니시 부분을 바디와 동일한 철판재질로 처리한 부분도 인상적이다. 일반적으로 오프로드의 느낌을 강조하려는 차량들은 이 부분을 플라스틱 재질의 가니시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휠 아치의 경우도 좀더 높게 파인 느낌을 내기위해 마름모꼴인 경우가 많은데 이보크는 이마저도 둥글다.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오프로드의 강자로 꼽힌다는 자신감을 드러내는 것으로 느껴진다. 최근 우리매체가 리뷰한 지프 체로키 2.2 디젤의 경우와 느낌이 비슷하다.

하지만 실용성 측면에서는 오프로드의 형태가 강조됐다. 이같은 가니시가 오히려 외부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실용적인 곳에 작은크기로 배치된 것인데, 예를 들면 문을 열었을 때 보이는 2열 측면 등이다. 또 도어의 경우에는 차체하부까지 스커트형태로 감싸는 모양으로 돼 있는데 진흙이나 모래 등이 승객이 타고내리면서 닿는 부분에 묻지 않도록 처리됐다. 전형적인 오프로드 스타일이다. 도어 손잡이가 주행 중 안으로 들어가는 히든 타입인 것도 손잡이의 보호차원이나 위생차원에서 험지주행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랜드로버 측은 공기역학적인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랜드로버 브랜드가 오프로드차량에서 출발한 역사 깊은 모델인 만큼 오프로드 성향을 강조하기보다 자연스럽게 느끼게끔. 그리고 더 실용적이게 디자인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럼 난 탕볶밥” 도회적 실내디자인 & 오프로드의 실용성

실내디자인은 도회적이지만 오프로드의 실용성을 함께 갖춘 형태로 느껴진다. 거대한 디스플레이들의 눈에 띤다. 클러스트 디스플레이는 12.3인치이며, 센터페시아에는 무려 10인치
디스플레이가 위아래 두 영역으로 나뉘어진 ‘터치 프로 듀오(Touch Pro Duo®)’가 신규적용됐다.

클러스터의 경우 넓은 화면을 운전자의 취향에 맞게 계기판을 듀얼로 쓸지, 싱글로 쓸지를 결정할 수 있고, 아예 네비게이션 화면만을 꽉 채울 수도 있다. 스티어링 휠의 스위치가 터치 방식과 버튼식 방식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점도 사용자의 선택지를 넓히는 요소다.

센터페시아의 듀오 디스플레이는 다이얼 버튼의 배치가 상당히 조화롭다. 대개 센터페시아의 디스플레이를 크게 키운 경우 물리버튼의 강점인 직관성이 결여되는 경우가 많은데 하단 양 끝에 배치된 다이얼이 이를 보완해준다. 많은 경우 조작이 디스플레이 터치와 다이얼조작을 함께 사용가능해 사용자의 취사선택 폭이 넓다.

화면이 두 영역으로 나뉘어져 하단부분이 주로 버튼의 역할을 전담하는 경우가 많게 디자인 된 점도 직관성을 보완해주는 요소다.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의 시인성도 좋은 편이며 네비게이션과 연동되는 부분에서 그림이 큼지막하게 나오는 부분도 인상적이다. 특히 이 차량의 경우 다양한 주행모드가 있는데 주행모드와 관련한 유용한 정보들을 HUD에서도 바로 확인가능하게 디자인 됐다. 특히 스모츠 모드 격인 S모드를 사용하면 RPM게이지가 함께 출력된다든가, 오프로드 기능을 켰을 때 구동배분 등에 관한 정보가 나타나는 점은 매우 유용하다.

‘럭셔리’에 걸맞게 실내 곳곳간접조명은 10가지 컬러와 밝기를 나타낸다. 가죽의 마감도 상당히 좋은 편이며 대시보드 상단을 우레탄 재질을 적용하는 등 소재의 다양성을 꾀한 부분도 특이할만하다.

공간성은 전작대비 약간의 향상이 있었다. 기존대비 ▲휠베이스가 21㎜ 늘었는데 이 중 많은 부분이 뒷 좌석에 할애됐다. ▲뒷좌석 무릎공간은 11㎜ 늘어났는데 실제로 콤팩트 SUV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넓은 레그 룸이 확보됐다. 실내 수납공간도 26L 추가됐다.

다목적용 차량의 편의성도 갖췄다. 뒷좌석 폴딩의 경우 통상적인 6:4 폴딩이 아닌, 4:2:4로 나눠 접을 수 있는 형태를 지원한다. 트렁크 공간은 591L이 기본으로 넓다는 느낌은 들지 않지만 정사각형에 가까운 트렁크 형태는 다부지다. 폴딩시 1,383L까지 확장가능하며 물건을 걸거나 지지할 수 있는 장치도 충분하다.

기자가 개인적으로 매력적으로 느낀 부분은 트렁크 윗부분을 마치 세단처럼 완전히 밀봉하는 형태로 차단할 수 있는 막이 있다는 점이다. 짐을 많이 실을 경우에는 제거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짐과 승객을 분리시켜 승차감 확보에 주력할 수 있는 형태인데 럭셔리에 걸맞는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만두는 서비스입니다” 편안한 승차감과 충분한 주행능력

앞서 언급했듯 이번 신형 이보크는 직렬 4기통 2.0L 터보의 ‘인제니움’ 시리즈가 탑재됐다. 우리팀이 시승한 D180 R-다이내믹 SE 기준으로 최고출력 180마력과 최대 토크43.9kg.m를 갖췄다. 적당한 수준의 출력으로 크게 스트레스 없는 가속성능을 보인다. S모드의 세팅으로 변환할 시 민첩해지는 엑셀의 감촉이나 단단해지는 셋업 등은 체감도 상당히 높다. 제로백은 9.3초, 최고속도는 시속 205㎞다.

변속기는 9단 자동이 쓰이는데, 변속도 자연스럽고 민첩한 편이다. 단점이라면 저단에서의 울컥거림은 다소 있는 편이다. 다만, 저단변속만의 문제라기보다는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17Km 즈음에 엔진을 껐다가 출발 시 다시켜는 과정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이보크가 하이브리드 차로 분류될 수 있게 해주는 지점이다. 작은 배터리가 추가로 달려있어 저속구간에서의 출발과 감속 시 엔진대신 동력을 제공하는 원리다. 일반적인 하이브리드 차량의 연료효율과 배기가스 저감효율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상당히 영리한 장치라 할 수 있겠다.

차량이 디젤인 만큼 특유의 엔진소음은 존재한다. 다만 소리가 매우 부드럽고 진동을 상당히 잘 차단해주다보니 일반적인 디젤차량에 비해서 체감이 훨씬 덜하다. 아울러 엔진 이외의 잡음 차단이 평균이상이고 차체의 움직임이 부드럽다보니 장시간 주행 중에는 디젤차라는 걸 가끔 잊을 정도다.
“같이 먹어도 맛있나요?” 온로드 VS 오프로드 정말 모두?

스티어링 감각은 민첩하고 부드럽지만 가볍지 않은 것이 최대 장점으로 생각된다. 핸들을 돌리기 시작했을 때보다 돌리는 중간에 더 부드러워지는 타입이다. 이 자체로도 신뢰성이 나쁘지 않으며 S모드에서는 좀 더 안정적인 핸들의 감각을 준다.

이보크는 4WD차량인 만큼 상황에 맞춰 네 바퀴로 구동력 분배해주는 토크 벡터링 기능도 작동한다. 특히 차체가 이전보다 13% 더 단단해진 부분도 영향이 있는 지 코너에서의 움직임이 날 서 있다. 다만, 편안한 승차감까지 생각해야 하는 시트다 보니 바디롤을 잘 잡아주는 느낌은 아니다. 그렇다고 시트가 푹신한 스타일은 아니다 다양한 상황을 상정한 적당한 수준의 단단함으로 느껴진다. 실제로 여유있는 주행에서의 승차감은 상당히 편안하다.

오프로드에서의 셋업도 평균이상이다. 앞 스트럿, 뒤 멀티링크 방식 서스펜션은 방지턱을 부드럽게 잘 넘기는 편이다. 다만, 작은 요철에서는 다소 튀는 느낌이 있다. 이 경우 자갈밭 모드를 쓰면 한층 부드러워지는 느낌이 든다. 진흙 모드의 경우에는 속도대신 힘을 선택해야하는 상황이다보니, 묵직해지면서 토크가 치솟는다. 당연하게도 출발 시 주행모드로는 부적합하다.

오프로드 성향 모드들의 경우 휠 드라이브 상태화면에 더해 나침반까지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며, 헤드업디스플레이에서도 보인다.

주행모드로는 ▲다이내믹(S모드) ▲에코 ▲컴포트 ▲잔디밭/자갈길/눈길 ▲진흙 및 요철 ▲모래 ▲암반 저속주행 ▲오토가 있다.

어떤 모드를 선택하든 지 차량의 움직임은 상당히 안정적인데 노면을 읽어주는 시스템 전트림에 기본적용 된 부분이 한 몫 하는 듯 보인다. 해당 기능은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2(Terrain Response®2)과▲전지형 프로그레스 컨트롤(ATPC)로 주행 중을 노면을 분석해 엔진과 변속기, 전자제어를 조절해준다.

험로 주행 시 시속 30㎞ 이하의 속도를 유지해 조향 집중할 수 있는 기능도 기본적용됐으며. 도강 능력도 전작대비 100㎜향상 된 600㎜다.
“딤섬이 짜장보다 비싼 이유” 플래그십 뺨치는 첨단기술

이보크가 비싼 콤팩트 SUV이면서도 제값을 한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다양한 첨단기술의 적용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클리어 사이트 룸 미러’ 기능은 거울을 화면으로 전환해 높게 쌓인 짐이나 악천후 등으로 후방시야가 차단된 상황에서도 이를 볼 수 있게 해주는 기능으로, 캐딜락의 플래그십 모델인 리본 CT6 정도는 돼야 탑재되는 수준의 장비다.

후방화면은 천장에 위치한 소위 샤크 안테나 형태의 박스 뒷면에 1.1MP 화질의 카메라로 찍어 송출하는 것이다.

‘클리어 사이트 그라운드 뷰’ 역시 일반 차량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첨단기능이다. 보닛 아래쪽의 지형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장치인데, 노면이 불규칙한 험로 주행 시 바닥의 돌출부위 등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상당히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주차 보조 기능도 충실하다 ▲파크 어시스트(평행/직각 주차 및 탈출), ▲360° 주차 센서, ▲탑승객 하차 모니터링, ▲후방 교통 감지 기능이 적용됐다.

주행 안전 사양으로도 ▲차선 유지 어시스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사각지대 어시스트 기능이 기본으로 적용됐다. 차선 유지 기능의 경우 일반적인 수준의 감응능력을 보였다. 당연하게도 현시대의 기술단계에서 완벽히 믿고 의지할 수준은 되지 않는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의 경우 작동 중 속도값을 높일 때 순차적으로 속도가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현재 달리는 속도를 즉각적으로 반영해주는 세팅으로 사용 중 상당히 편리했다.

기타, 스마트폰을 이보크 디스플레이에서 조작할 수 있는 ‘인컨트롤 앱’도 있는데 USB포트로 연결해야 하는 점은 다소 아쉬웠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운전자가 선호하는 시트 위치와 음향, 온도를 파악하는 스마트 설정도 있다.

“후식은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기자는 이번 시승에서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신 느낌이었다. 온로드와 오프로드. 섞일 수 없을 것 같은 두 가지가 실제로 조화를 이룬 장면을 목도한 것이다.

같은 세그먼트 내에서 온로드와 오프로드의 감성과 성능을 이만큼 적절히 뒤섞은 차량을 다시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사실 비싼 값 한다고도 볼 수 있다. 이보크가 세그먼트에 비해 상당히 비싼 차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다만 동시에 주행감성이나 다양한 첨단장비 측면에서 질적인 만족도를 상당히 채워주는 차량이라는 것 역시 인정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이보크에게 있어 ‘럭셔리 엔트리카’는 단순한 미사여구가 아니라 적절한 설명에 가까운 수사다.

스페셜경제 / 김은배 기자 silvership@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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