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도쿄 인근 가와사키의 한 버스 정류장에서 28일 오전 흉기난동사건이 발생한 후 구급차들이 몰려 있다. 이 사건으로 어린이 등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1923년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 관동지역에서 발생한 대지진으로 사회 혼란이 극에 달하자, 당시 일본 정부는 국민들의 불만을 돌리기 위해 ‘조선인들과 사회주의자들이 폭동을 조장한다’는 낭설을 퍼뜨렸다.

이러한 내용이 현지 언론에 보도되자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풀고, 방화·약탈을 일삼으며 일본인들을 습격하고 다닌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그 결과 수천 명의 조선들이 억울하게 학살당했다.

그런데 100여 년이 지난 현재 이러한 광신적인 집단 히스테리 반응이 일본사회에서 다시 대두되고 있다.

28일 일본 가와사키 시내 노보리토 공원 부근 주택단지에서 일어난 칼부림 사건의 범인이 자이니치(在日·재일 한국인) 소행이라는 악성 루머가 일본 우익세력을 중심으로 역병처럼 퍼지고 있는 것.

일본의 진보성향 온라인 매체 ‘리테라’는 28일 ‘가와사키 칼부림 사건 이후 ‘범인은 자이니치’라는 근거 없는 루머가 횡행하고 있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다.

해당 매체는 “(28일 사건 당시)범인이 누구인지는 물론 범행 동기와 피해 전모조차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익세력을 중심으로 자이니치를 범인으로 몰아가는 근거 없는 주장이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리테라가 소개한 억측들은 △범인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 건 자이니치라서 △가와사키라면 또 자이니치 범죄인가 △가와사키는 자이니치 범죄가 많은 곳 △다문화 정책을 추진해 유럽처럼 이런 참극이 다반사인 국가가 됐다 등이었다.

리테라는 이 같은 주장들을 모두 근거 없는 주장으로 일축했다.

“가와사키에서 발생했다는 이유로 자이니치를 범죄자로 단정하는 것은 아무 근거도 없다. 가와사키에 자이니치가 많다 해도 재일 외국인 범죄보다 일본인 범죄 건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현실이다. 어떤 범죄든 국적이나 민족, 출신 등의 특성을 일괄해 악성 딱지를 붙이는 건 차별적 선동이고 헤이트스피치(hate speech·의도적 증오발언)임이 분명하다”

리테라에 따르면 일본 우익들은 흉악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자이니치의 소행이라는 유언비어를 퍼뜨렸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2016년 4월 구마모토 지진, 2016년 7월 사가현 장애인시설 대량 살인사건 당시에도 자이니치를 혐오하는 악성 루머가 퍼졌다. 심지어 ‘지진으로 혼란한 틈을 타 자이니치가 열차를 탈선시켰다’거나 ‘자이니치들이 주요 문화재를 약탈하려 한다’는 허무맹랑한 루머까지 SNS를 중심으로 전파됐다.

일본 정부는 구마모토 지진 이후 헤이트스피치 억제법을 통과시키고 차별적 언동을 불허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처벌 조항은 없는데다 헤이트스피치의 정의와 예시가 분명하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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