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문(反文)·반민주(反民主)의 불편한 연합

김수영 기자 / 기사승인 : 2020-01-19 13: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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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우파, 총선 앞두고 반문재인 연대로 통합할까?
▲ 최경환 대안신당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예방, 악수를 하고 있다. 2020.01.16.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장장 9개월여 간 지속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이 검경 수사권 조정안(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 통과를 끝으로 막을 내리며 국회는 본격적인 총선 시즌에 접어들 전망이다.

자유한국당은 이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폐지를 1호 공약으로 내세웠고, 더불어민주당은 꾸준한 인재영입과 함께 최근 공관위(위원장 원혜영) 구성을 마치고 조만간 선대위 출범을 앞두고 있다. 여러 기관 및 언론들도 ‘정권 심판론’과 ‘야권 심판론’ 등을 조사하며 각지에서의 여론수집에 나서고 있다.

정권 심판이든 야권 심판이든, 합의제·대의민주주의 앞에서 의회는 결국 의석수로 모든 것을 말한다. 제 아무리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외치는 정당이라도 의석수가 부족하다면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선거철만 됐다하면 여기저기서 ‘통합’, ‘단일화’, ‘합당’이라는 말이 유독 자주 등장하는 이유다.

한국당은 황교안 대표를 필두로 두 번째 보수통합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시작한 첫 번째 통합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뒤 이번에는 시민단체까지 화력을 지원하며 범보수세력을 아우르는 ‘빅텐트’를 준비 중이다.

정의당은 명실상부 진보정당으로 민주당과는 다른 독자노선을 걷고 있지만, 제3정당의 필요성을 강조하던 군소야당들은 ‘제3지대’라는 이름으로 두 번째 안철수 돌풍을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야권의 두 통합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엿보인다. 범보수 통합세력은 ‘반문(反文)’으로 일컬어지는 정권심판을, 3지대 통합은 의석수 확보를 위한 ‘반민주당(反民主黨)’ 투쟁의 성격으로 비록 총선 한정이나마 여권과 적대적 관계를 맺는다는 점이다.

이번 주 스페셜경제는 야권의 이같은 두 통합에 초점을 맞춰 오는 4월 치러질 총선 구도를 짚어보고자 한다.

 

혁통위 출범에도 보수통합 요원…‘유승민의 몽니’
1차 통합시도…황교안의 러브콜

범보수 통합의 첫 운을 뗀 것은 한국당 황교안 대표였다. 황 대표는 지난해 11월 6일 기자간담회에서 “자유 우파의 모든 뜻있는 분들과 함께 구체적 논의를 위한 통합협의기구 구성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 메시지는 모든 우파 세력을 향하고 있지만 사실상 유승민 의원 등 바른정당계 의원들에게 보내는 러브콜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탄핵문제로 여전히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탈당파인 바른정당계에 강한 반감을 갖고 있는 친박(親朴) 세력의 반발에 부딪히며 첫 통합논의는 유야무야 끝을 맺었다.

당시 황 대표의 제의에 유승민 의원은 ▲탄핵의 강을 건널 것 ▲개혁보수로 거듭날 것 ▲새 집을 지을 것 등 세 가지 원칙을 조건으로 걸었다. 이 중 신당 창당과 개혁보수 등의 조건은 황 대표도 이미 의지를 밝힌 만큼 한국당에게 불합리한 조건은 아니었다. 문제는 당내 지분을 상당부분 확보하고 있는 친박 세력의 반(反)유승민 정서로 인해 탄핵문제 만큼은 섣불리 수용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한 친박계 의원이 지난 9일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등에 칼 꽂은 사람들(유승민계)과 어떻게 함께 할 수 있겠느냐”며 “합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바른정당 사태가 또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어디 있느냐”고 말한 것도 이러한 당내 분위기가 반영된 물음이었다.

시민단체들까지 가세한 2차 통합 논의


두 번째 보수통합 논의는 지난 9일 박형준 전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가 통합의 원칙으로 ▲자유·공정 추구 ▲대통합 원칙은 혁신·통합 ▲반문 세력 통합 ▲청년 포용 통합 ▲대통합 정신 실천할 신당 결성 ▲탄핵이 총선 승리 장애물이 돼선 안 될 것 등 여섯 가지 원칙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황 대표는 지난 13일 이에 대해 “이 원칙들에 새로운보수당에서 요구해 온 내용들도 반영돼 있다. 통합이라는 대의 앞에 함께 스스로를 내려놓고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화답했고, 같은 날 하태경 새보수당 책임대표는 황 대표의 응답을 “한국당이 3원칙을 수용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새보수당과 혁추위가 제시한 원칙은 개혁보수 구성 및 새 집 마련(신당 창당) 등에서 교집합을 이루지만, 탄핵 문제에 있어서는 여전히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 자유한국당·새로운보수당 및 시민단체들의 중도보수대통합을 위한 '혁신통합추진위원회' 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1.09. (사진=뉴시스)

 

 

‘반문’으로도 안 되나…건너지 못하는 ‘탄핵의 강’
범보수 통합 논의는 현재로서는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하태경 책임대표는 기자회견 중 이런 단서를 달았다.


“앞으로 한국당이 흔들리지 않고 6원칙을 지키는지 예의주시하면서 대화를 시작하겠다”
“혁통위 성격과 역할이 분명히 규정돼야 하고 새보수당과 합의돼야 한다”


한편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이렇게 말했다.

“탄핵 이야기가 나오면 시끄러워질 수밖에 없다. 티읕(ㅌ) 자를 꺼내지 말자.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표현 자체를 쓸 필요가 없다. 티읕(ㅌ) 자를 꺼내면 서로 갈등만 커진다”

새보수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바른정당계 의원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며 탄핵문제의 ‘극복’을 내세우는 반면, 한국당은 “탄핵의 티읕(ㅌ) 자도 꺼내지 말자”며 이를 ‘묻어두자’는 입장이다.

혁통위의 원칙 또한 “탄핵이 총선승리에 장애물이 되지 말아야 한다”며 원론적 입장만 제시했을 뿐 당초 보수세력 분열의 단초가 된 탄핵문제 해결과 관련해 ‘어떻게’는 빠져있다. 서로가 제시한 보수통합 원칙에 탄핵문제는 여집합으로 남아있는 셈이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에 대한 대법원 상고심 선고일인 지난해 11월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인근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무효- 즉각석방'이라고 적힌 우리공화당의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다. 2019.11.28. (사진=뉴시스)

지난해 황 대표가 처음 제시한 보수통합 논의도 ‘탄핵의 강’ 문제를 두고 내부 갈등만 키운 채 신경전만 벌이다 유야무야 끝났다. 이는 한국당 내 친박 세력이 그만큼 유승민계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친박계 의원들은 “유승민 만큼은 절대 받을 수 없다”며 탈당도 불사할 것이라 입을 모은다. 유승민계는 탄핵의 ‘극복’을 주장하는 반면, 친박에게 있어 탄핵은 ‘극복’이나 ‘묻어둘’ 문제가 아닌 ‘응징’의 문제다. 적어도 ‘배신자들’의 사죄가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친박 중에서도 이른바 진박(眞朴) 좌장으로 여겨지는 서청원(무소속) 의원은 13일 황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보수 대통합을 하려면 탄핵 책임자들의 사과와 정치적 책임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공동대표는 “유승민과의 통합은 껍데기”라며 “탄핵5적(한국당 김무성·권성동·김성태·홍준표, 새보수당 유승민)을 정리해야 통합의 문을 열겠다”고 했고, 홍문종 우리공화당 공동대표도 “우리는 탄핵을 묻고 가자는 사람을 묻고 가자는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실제 지난 9일 혁통위 연석회의 당시 우리공화당은 참석하지 않았다.

비록 과정에 있어서 다소 마찰음이 들리고는 있지만 보수 통합이 지향하는 방향은 혁통위가 제시한 것처럼 반문 세력을 결집해 총선에서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 대표는 14일 경기도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목표는 문재인 정권 심판, 총선 승리다. 두 가지 목표를 갖고 헌법 가치를 사랑하는 세력이 다 모여야 한다”며 “(상대방이)문재인 정권보다 미운가. 우리 상대는 정말 나쁜 이 정권”이라 강조했다.

호남연합 이합집산…제3지대 부활할까?
태동하는 호남연합 부활 조짐…공식 출범 첫 날, 대안신당의 제안


한편 보수 진영의 반문 결집시도와 별개로, 야권 일각에서도 통합의 움직임이 싹트고 있다.

지난 12일 공식 출범한 대안신당 대표로 추대된 최경환 의원은 “거대 양당이 국회를 좌우하는 시대는 종식되어야 한다”며 “준연동형 선거제 개혁은 다당제·합의제 민주주의로 가라는 국민의 명령이다. 건강한 중도개혁, 제3세력의 통합만이 이를 받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13일 최 대표의 제안에 대해 “우리 당을 포함한 제3세력 통합 추진을 제안한 것도 높이 평가한다”며 “바른미래당도 제3세력의 통합으로 우리나라 정치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민주평화당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이미 비공식 접촉을 이어오고 있으며 3지대 통합논의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14일 통화에서 밝혔다.
 

호남연합 부활할까…손학규, 도로호남 회귀 우려

이같은 3지대 정당을 줄곧 강조해온 바른미래당과 대안신당, 민주평화당은 호남 기반, 국민의당 출신이라는 공통분모를 갖는다.

실제 2016년 20대 총선 결과 국민의당은 ▲전북 익산갑(민주당 이춘석) ▲전북 완주·진안·무주·장수(민주당 안호영) ▲전북 전주을(새누리당 정운천·현 새보수당) ▲전남 순천(새누리당 이정현·현 무소속)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민주당 이개호) 등 다섯 지역을 제외한 호남 전 지역을 석권했다. 호남 외 국민의당이 차지한 지역은 ▲서울 노원병(안철수·의원직 사퇴 후 보궐선거 민주당 김성환 당선) ▲서울 관악갑(김성식) 등 두 곳 뿐이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그동안 통합 논의가 나올 때마다 ‘도로 국민의당’, ‘도로 호남당’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3지대 통합이 호남연합, 국민의당 부활로 비춰져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를 의식한 듯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중요한 것은 정치적 이합집산이 아니라 진정 국가 미래를 위한 중도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특정 지역 정치세력이 또 하나 만들어지는 것에 그치면 또 다른 구태정치의 반복이 될 것”이라 지적하기도 했다.

군소야당들은 조만간 3지대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최경환 대표는 통화에서 “가능한 빨리 상황을 담으려 설 전 부터라도 공식적 논의가 출발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 최경환 대안신당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를 예방, 악수를 하고 있다. 2020.01.16. (사진=뉴시스)

  

안철수 복귀 관건…민주당 외로운 싸움
안철수 복귀의 의미


3지대 통합을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제외한 채 말하기는 어렵다. 20대 총선 당시 국민의당은 ‘안철수 돌풍’에 힘입어 38석을 획득, 교섭단체 구성요건인 20석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원내3당이 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한 것은 1996년 15대 총선 이래 국민의당이 처음이었다.

안 전 대표는 최근 정계에 복귀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다시 한 번 중간지대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거대양당이 갈등을 지속하는 동안 국민들은 계속 고통 받는다는 것이다.

“이념에 찌든 기득권이 사생결단하며 싸우는 동안 우리 미래는 계속 착취당하고 볼모로 잡혀있을 수밖에 없다. 미래를 내다본 전면적 국가혁신과 사회통합, 낡은 정치와 기득권에 대한 과감한 청산이 필요하다”

이번 총선에 있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의 변화는 거대양당이라도 흘려 넘기기 어려운 변수가 될 수 있다. 안 전 대표가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재개하고, 3지대 통합까지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다시 한 번 불어 닥칠 수 있는 ‘중간지대 열풍’에 정치권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모습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그 분(안철수)은 정치 신인이었는데 인기에 놀랐던 건 사실이다. 새누리당과의 경쟁이 주(主)였지만 우리로서도 특히 호남에서 의석을 많이 뺏겼다”며 “3정당이 나온다면 격전지는 다시 호남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 안철수 당시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2018년 6월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동 안철수 후보의 미래캠프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06.12. (사진=뉴시스)

 

 반문·반민주 vs 與…민주당, 외로운 싸움


대안신당과 평화당은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민주당과 공조를 형성하며 정의당과 함께 소위 범여권으로 분류되기도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원내에서의 이야기다. 의석이 걸려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결국 범보수연합 및 호남연합은 여권과 반문·반민주라는 기치 아래 양보 없는 전쟁을 앞두고 있다. 특히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 고위인사 단행은 검찰개혁 법안 처리 과정에서 ‘원 팀’을 형성했던 아군조차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이전부터 미묘하게 다른 길을 걸어오긴 했지만 호남연합을 범여권 차원으로 끌어들일 가능성은 더욱 멀어진 셈이다. 여기에 정의당 또한 민주당과 타협 없이 자체 교섭단체 구성을 목표로 고군분투 중이다.

민주당과 군소야당들은 이미 호남지역을 두고 기 싸움을 시작했다.

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7일 “호남에서 민주당과 1대1 구도를 만드는데 당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정 대표의 대항마로는 14일 전북 전주병에 출마를 선언한 김성주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유력하다.

13일 이형석 민주당 최고위원도 대안신당의 3세력 통합 발언을 거론하며 “4년 전처럼 호남을 볼모로 한 호남팔이 총선용 정당으로 기억되지 않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광주 북구을에 출마해 최경환 대안신당 대표와 한판 승부를 벌일 예정이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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