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홍찬영 기자] 미국 마이크론이 싱가포르에서 낸드플래시 공장을 신규 가동한다.

공급업체들이 자발적·비자발적 감산을 이어가며 최근 회복기미를 보이던 낸드 시황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만 올 하반기부터 양산에 들어간다 해도 생산능력을 끌어올리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공급량 증가 효과는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16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싱가포르에 위치한 신규 생산라인 ‘팹10A’건설을 완료했다. 150억 달러(약 18조2천억 원)의 자금이 투입된 이 4만6천㎡규모의 생산라인에서 마이크론은 하반기부터 96단 이상의 3D낸드를 양산하겠다는 방침이다.

3D 적층기술로 웨이퍼 투입량을 늘리지 않고도 낸드 비트그로스(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를 늘린다는 것이 마이크론의 계획이다.

앞서 마이크론은 낸드 웨이퍼 투입 감축량을 5%에서 10%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감산의 효과는 크지 않을 수도 있다. 저용량 제품을 주로 생산하는 구 공정의 웨이퍼 투입량을 줄이고, 첨단 공정의 웨이퍼 투입량을 유지하면 비트 기준 생산량은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증가할 수도 있다.

이는 이제 막 회복되기 시작한 낸드 시장에 공급과잉에 대산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감산과 도시바 요카이치 공장의 정전사고 등으로 공급량이 감소하며 낸드 고정거래가격(128Gb MLC 기준)은 지난달 4.01달러로 2년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문제는 도시바가 최근 생산라인 가동률을 정상화함 낸드 공급량이 늘어나고 있는 점이다. 도시바는 정전사고로 정지된 공장을 복구하고 이전부터 15~20%가량 줄인 가동률까지 회복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론과 도시바는 낸드시장에서 줄어든 입지를 회복하기 위해 이 같은 선택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2·4분기 낸드시장 규모가 전 분기 대비 34%가량 줄었지만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오히려 늘었다. 낸드시장 1위인 삼성의 점유율은 전 분기 대비 5%p, 5위인 하이닉스 점유율은 0.8%p 증가했다. 마이크론과 도시바를 비롯한 상위업체들의 점유율이 모두 하락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에서도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제한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반도체 업체들을 견제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마이크론 신규공장 가동의 영향은 내년부터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하반기 램프업(본격 양산)한 생산라인에서 정상 수율이 나오려면 내년은 돼야 한다”며 “단기적 영향은 미미할 것이고 전체적 메모리 업황 회복에 대비한 중장기 대비책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D램과 달리 낸드 시장에서는 마이크론의 비중이 크지 않아 국내 업체에 직접 영향이 크진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실제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데이터센터·자율주행차·5세대(5G) 이동통신 등으로 장기적인 메모리 수요에 낙관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올해 중반부터 고객사 재고가 정상수준으로 회복되기 시작했고, 하반기에는 낸드 시장이 비교적 정상화될 것”이라 말했다.

마이크론은 메모리 수요에 대비해 앞으로도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사진 뉴시스>

스페셜경제 / 홍찬영 기자 home217@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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