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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경제=이인애 기자]금융당국이 2금융권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대출 규제에 나섰다. 이는 저축은행이 지난 2010년 부실 부동산 PF대출의 영향으로 무더기로 영업정지를 당한 후, 보험사와 증권사가 부동산 PF대출 시장을 공격한 결과 대출 잔액이 5배 가까이 늘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부동산 경기는 점점 더 침체 기조인 데 반해 최근 2금융권 부동산 PF대출 잔액과 지급보증은 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부실위험이 높아 보인다는 평가다.

9일 금융당국은 금융감독원이 2금융권 부동산 PF대출과 지급보증 관련 대출 규제를 점검하고 일부 업권에서 나타나고 있는 ‘규제차익’을 막기 위해 그 수위를 높일 것이라고 전했다.

금감원은 먼저 여신전문회사의 PF대출에 대한 규제 강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카드사와 캐피탈사 등 여전사의 경우 총 여신규모의 30% 이내에서 PF대출을 실행할 수 있다. 아울러 해당 대출 잔액은 약 10조원으로, 큰 금액은 아니지만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지급보증이 늘고 있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여전사 PF대출은 한도 규제를 받고 있지만 지급보증은 별도의 규제가 없다 보니 ‘규제차익’이 발생하게 되며, 대출 잔액과 지급보증을 합쳐서 총 여신의 30%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 등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보험사는 이달 30일부터 ‘부동산 PF대출 리스크관리를 위한 모범규준’을 처음으로 시행한다. 보험사는 기존에 PF대출 관련 별도의 규제가 없어 보험협회가 모범규준을 마련한 것이다. 모범규준에는 PF대출 신용평가모형 도입과 익스포져(위험노출액) 관리, 주기적인 위기상황 점검, 대출심사 승인절차 이행 여부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금감원 측이 최근 보험협회에 “PF대출 리스크(위험) 관리를 강화하라”고 주문한 바 있어 업계에서 자체적으로 모범규준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감원은 지난 2014년까지 부동산 PF대출 규제를 행정지도를 통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는 고금리 계약이 많은 특성상 그동안 마땅한 자금운용처가 없자, 고수익을 낼 수 있는 PF대출에 주력해온 것이다. 작년 말 기준으로 보험사 PF대출 잔액은 22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20조2000억원) 대비 10.9%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금감원 측은 “보험사 PF대출은 규모가 크지만 부실 위험은 상대적으로 낮고, 대부분 대출에 대한 지급 보증이 있어 돈 떼일 염려가 없어 연체율이나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낮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올해 고강도의 부동산금융 검사를 받게 된다. 금감원은 최근 부동산 PF대출 보증 규모가 큰 상위 15개 회사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증권사들도 보험사와 마찬가지로 부동산 PF대출 취급을 많이 하며 PF 보증 또한 큰 폭으로 늘린 바 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채무자가 원리금 상환을 하지 못해 증권사가 대신 갚아줘야 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면 저축은행은 지난 2010년 이른바 ‘저축은행 사태’를 겪은 이후 PF대출 규제 강화로 규모가 줄었다. 지난 2009년 말 대출 잔액은 11조8000억원이었으나 지난해 9월말을 기준으로 보면 5조2000억원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에 총 여신액의 20% 이내에서 PF대출을 허용했지만 지난해 저축은행 PF대출이 전년보다 약 22% 급격히 증가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업권별로 PF대출 규모나 연체율 등이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 부동산금융 부실 위험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사전에 건전성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금융연구원은 국내 부동산 관련 ‘그림자금융’이 작년 9월말 기준으로 469조7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보험이나 증권사 같은 비은행 부동산 PF대출 잔액은 41조1000억원, PF채권보증·신용보강은 22조2000억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증권사화 보험사의 PF대출 잔액은 저축은행 사태 직전이었던 2009년 말엔 각각 2조7000억원과 5조7000억원이었다가 지난해 9월말 19조4000억원과 21조7000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에 금융연구원 신용상 연구원은 “증권사와 보험사는 부동산 경기 호황을 맞아 저축은행의 공백을 메우는 방식으로 PF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려놨다”고 분석치를 내놨다.

 

스페셜경제 / 이인애 기자 abcd2inae@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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