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국내 맥주시장 1위 가도를 달리는 오비맥주가 기습적으로 가격 인상을 단행한 지 6개월 만에 돌연 ‘가격 인하’를 선언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비맥주는 21일부터 카스 맥주 전 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4.7% 내리고, 내년 말까지 인하된 가격에 공급하기로 했다.

카스 병맥주 출고가는 500ml 기준 현행 1203.22원에서 1147.00원으로 내려간다. 캔맥주의 경우 1753원에서 1690원으로 3.6% 하락한다.

이번 가격 인하는 지난 4월 오비맥주가 카스·프리미어OB·카프리 등 주요 맥주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5.3% 인상한 지 6개월 만에 이뤄졌다.

오비맥주는 6개월 만에 가격을 원상복귀한 이유에 대해 “내년 종량세 시행을 앞두고 국산 맥주의 소비 진작을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내년부터 맥주세금 체계가 현행 종가세에서 양·도수 기준에 따라 변하는 종량세로 전환되면 맥주 세율이 일괄적으로 1리터 당 830.3원이 부과된다. 이에 따라 국산 캔맥주(500ml) 평균 기준으로 세금이 약 207원 하락한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종량세 도입을 촉구하고 국산 맥주 중흥의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가격인하를 단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에만 ‘4번째’ 가격변동…테라 견제가 목적?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번 가격인하에 표면적으로 드러난 ‘종량세’ 이유보다 그 이면에 숨겨진 의도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9년간 눈에 띄는 경쟁자 없이 맥주 시장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던 카스의 자리를 위협하는 경쟁자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카스는 2011년 이후 지금까지 분기별 판매량 기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분기 매출액 기준 카스후레쉬·카스라이트의 맥주시장점유율은 41.2%로, 여전히 공고한 시장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경쟁업체인 하이트진로가 지난 3월 21일 신제품 테라를 출시하면서 무섭게 카스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테라는 8월 27일 기준 출시된 지 5개월 만에 2억204만병이 팔리는 등 맥주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초당 14.6병이 팔린 셈이다.

실제로 맥주시장에서 하이트진로의 점유율이 높아지는 동안 오비맥주의 점유율은 점점 하락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테라의 공세에 쫓기는 카스가 가격 인하로 맞불을 놨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오비맥주는 올해에만 벌써 4번이나 출고가격을 변동하면서 이같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오비맥주가 가격 변동을 한 시기도 단순히 시장상황 대응이라는 측면으로 보기에는 테라의 행보와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지난 4월 이뤄진 가격 인상은 테라가 출시된 지 2주 만에 이뤄졌다.

일반적으로 업체가 가격인상 계획을 발표하면 도매상에서는 해당 업체의 맥주제품을 대규모로 사재기 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이 경우 신제품이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워 질 수 있다.

이후 테라가 인기를 끌자 7월에는 카스와 발포주 필굿의 출고가를 한시적 인하하기로 했다. 당시 오비맥주 관계자는 “여름 성수기를 맞아 국산맥주의 소비촉진과 판매활성화 차원에서 소비자와 소상공인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판촉행사를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가격 인상 6개월 만에 다시 가격을 원상복귀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92ddang@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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