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지난달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안(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과 관련해 검찰과 경찰이 지속적으로 대립구도를 형성하는 가운데 현직 지검장이 해당 조정안을 작심 비판하고 나섰다.

송인택 울산 지검장은 26일 오후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국회에서 논의 중인 검찰개혁의 진단과 처방이 틀렸음을 지적했다.

이날 공개된 송 지검장의 메일은 경찰은 물론 국회와 청와대, 검찰총장 등 수뇌부까지 모두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먼저 송 지검장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논란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검찰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저도 개혁 대상인 검사지만 그런 개혁이 이뤄지길 누구보다 열렬히 응원하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국회에서 추진 중인 개혁안이 도입되면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이 저절로 확보되느냐”며 “검사들조차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밀어붙인다면 이는 위선이거나 평소 검찰에 갖고 있던 불편한 감정을 풀기 위한 정치권의 보복”이라 강조했다.

그는 “(검찰개혁이)공안·특수 분야에 대한 개혁방안은 없이 검사의 직접 수사와 검사제도 자체가 문제였던 것처럼 변질돼 버렸다”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시비와 권력의 충견이라는 비판을 초래한, 가장 시급히 개혁해야 할 분야인 공안·정치·특수사건 수사에 대한 개혁은 어디로 갔느냐”고 지적했다.

검찰에 대한 비판 : 수뇌부가 청와대와 연결돼 수사 개입해

송 지검장은 검찰이 개혁 대상이 되고 가장 비판 받도록 하는 정치·하명사건 수사에서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 이유로 수사과정에서 청와대와 검찰 수뇌부의 개입이 있음을 알렸다.

그는 “특수·공안사건 중 국민적 이목이 집중되는 주요 사건에서 수사의 개시와 진행 및 종결에 대한 결정은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대검의 사전지휘를 받게 돼 있다”면서 “그런 사건에서 대검은 일선의 수사상황을 법무부에게 보고하고, 법무부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보고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치권을 겨냥해 “내 편에 대한 수사 진행상황을 보고받고,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가 진행되도록 놔뒀던 적이 있는지 정치권력 스스로 반성하고 국민에게 양심고백을 해야 한다”며 “민정수석실이 우리는 보고받지 않는다거나 보고는 받아도 사건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초등학생도 믿지 않을 위선”이라 비판했다.

아울러 검찰총장 인사와 관련해서는 “검찰총장 후보들이 거론될 시점이면 누가 충성맹세를 했다는 소문이 돈다”며 “현 시스템이라면 태생적으로 검찰 내부의 신망과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분이라기보다 코드에 맞거나 최소한 정권에 빚을 진 사람이 검찰총장이 되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즉 정권에 빚을 진 검찰총장을 필두로 한 대검의 사전지휘를 받는 검찰이 여권과 관계된 공정한 수사를 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치권·경찰에 대한 비판 : 수사권 조정과 선거제 관련 없어…경찰 책임성 강화해야

송 지검장은 검찰에 이어 국회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그는 “수사구조 개혁이 엉뚱한 선거제도와 연계시킨 정치적 거래의 대상으로 전락해 무엇을 빼앗아 누구에게 줄 것인지로 흘러가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수사권 조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는 과정을 문제 삼았다.

구체적인 언급을 하진 않았지만 이는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판인 것으로 보인다.

일찍이 이러한 비판은 바른미래당 측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사법개혁(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과 아무 관련성 없는 선거제 개편안을 같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저의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이들에 따르면 민주당 측이 실제로 원하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공언하기도 했던 사법개혁안이다. 반면 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 등 야3당에게 간절하던 것은 선거제 개편안이었다. 따라서 선거제 개편안을 볼모로 삼아 사법개혁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려 한다는 것이다.

송 지검장은 또한 경찰에 대해 “경찰이 수사권 발동에 아무 제약 없이 언제든 수사를 개시하고, 계속 수사하고, 증거 없이도 기소의견으로 송치하거나 덮어버려도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그것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라 꼬집었다.

그러면서 “경찰수사에 대한 정당한 사법통제를 강화하고, 수사결과에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 덧붙였다.

이날 송 지검장이 검찰개혁을 위해 제시한 방안은 △법무부·청와대에 수사정보 사전보고하는 현 시스템 개선 △정치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상설특검회부 요구 장치 마련 △부당·인사권 침해 수사를 한 검사 문책 방안 △권력기관에 검사파견 금지 △검찰불신 야기한 정치적 사건·하명사건 수사 경찰이 주도 △대통령·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된 검사 인사제도 등이다.

<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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