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상경투쟁 1달만에 사태 극적 해결
롯데, 모르쇠 일관하다 노조 요구 전격 수용

 

▲ 울산롯데택배노조가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앞에서 지난달 상경농성을 펼치던 모습 (사진=스페셜경제 김민주 기자)

 

[스페셜경제=김민주 기자] 울산 남구의 롯데택배 신정대리점이 지난 8일 다시 문을 열었다. 해고됐던 13명의 택배기사들과 소장도 업무에 복귀했다. 울산롯데택배노조가 회사측의 무리한 폐업과 소장의 갑질, 수수료 삭감 등을 규탄하며 상경 투쟁을 벌인 지 한 달여만이다.

 

울산의 롯데택배 대리점에서 일어났던 폐업과 해고 사태, 극적인 타결에 이르기까지의 스토리를 돌아봤다.

 

3개 대리점서 통폐합·폐업·해고 사태

울산의 롯데택배 대리점(남울주, 서울주, 신정) 택배기사들은 지난 517일 노동조합을 출범했다. 무리한 수수료 삭감과 열악한 근무환경 등을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노조결성 후 택배기사들은 더욱 힘든 시기를 겪어야 했다.

 

노조측에 따르면 지난달 1일 롯데택배 울주대리점이 전격 영업을 시작했다. 이 대리점은 기존 남을주대리점과 서울주대리점을 통폐합한 것으로, 남을주 소장이었던 L모 소장이 책임을 맡았다. 남을주대리점의 작업장도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주대리점 소속 택배기사들과의 협의는 사실상 없었다. 서울주대리점 L모 소장은 아예 자취를 감췄다.

 

이에 반발한 서울주 택배기사들은 L모 소장의 재계약 요구를 거부하고 노조와 함께 상경투쟁을 벌였다.

 

노조 관계자는 “L모 소장은 노조를 탄압하기 위해 서울주 택배기사들을 열악한 하차작업장으로 이전시키고, 비조합원들과만 재계약을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주대리점 택배기사들이 배치된 하차작업장(울산 매암동)은 하차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물류하차 자체가 금지된 불법작업장인 것으로 산업안전공단의 조사결과 드러났다.

 

울산의 또 다른 롯데택배 대리점인 신정대리점 택배기사들은 수수료 삭감이 발단이 돼 일자리를 잃었다.

 

이들에 따르면 신정대리점 Y소장은 지난 2월부터 3차례에 걸쳐 택배기사들에게 수수료 삭감을 요구했다. 롯데택배 본사의 압박을 견디지 못한 결과다. Y소장은 “K모 울산 지점장의 강요로 그동안 수수료 삭감을 이행해 왔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Y소장과 14명의 신정대리점 소속 택배기사들은 지난달 1일 사전통지없이 전원 해고됐다. 대리점도 폐업 처리됐다. 회사측이 요구한 수수료 삭감에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Y모 소장은 내가 생각해도 더 이상의 수수료 삭감은 너무하다택배기사들에게 더 이상의 부당한 요구를 할 순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 울산롯데택배노조는 L모 소장과 K모 지점장의 악행을 롯데글로벌로지스측에 알렸지만, 회사는 이를 본사와 무관한 문제라며 외면했다.

 

노조가 당시 본사로부터 받은 대답은 롯데택배기사들은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아닌 각 지점의 대리점과 계약을 맺은 특수 개인사업자라며 노조가 제기한 문제점들은 대리점과 기사들이 협의해야할 문제라는 내용 뿐이었다.

 

1달여만에 극적 반전..택배기사 전원 복귀

지난달까지만 해도 울산롯데택배노조는 상황이 호전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Y모 소장을 비롯해 노조원 9명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양측의 대립이 격화됐기 때문이다. 손해배상 청구의 사유는 업무방해와 영업시설 및 물건 불법 점거 등이었다.

 

상황이 급반전된 것은 이달 들어서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 6일 손해배상 청구를 돌연 철회했다. 또 노조가 제기한 문제점(근무환경, 수수료)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실제 회사측은 사전통지없이 폐업처리했던 신정대리점을 재오픈하기로 했으며, 일방적으로 퇴사처리됐던 택배기사들의 전원 복직도 결정했다.

 

남울주와 서울주 대리점의 통폐합은 철회하지 않았지만, 근로자들을 위한 안전하고 쾌적한 하차터미널을 새로 짓겠다고 약속했다. 울주대리점의 새로운 하차작업장은 남울주와 서울주 사이에 조성될 예정이다.

 

무리한 수수료 삭감도 철회했다. 서울주대리점(현 울주대리점)기사들의 수수료는 940원에서 1030원으로, 신정대리점 택배기사들의 수수료는 850원에서 930원으로 원상회복시키겠다고 제안했다.

 

본사가 내민 화해의 제스처에 울산롯데택배기사들도 한발 물러섰다. 전 서울주대리점 택배기사들은 울주대리점으로 통폐합하는 것에 동의하고, 이날부로 울주대리점 소속 택배기사로 일을 시작했다. 울산의 롯데택배 대리점 3곳에서 일어났던 노사갈등이 마무리되는 순간이다.


신정대리점의 한 택배기사는 농성을 마치고 다시 돌아와 일을 할 수 있게 돼 기쁘다본사가 진작 사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 개선될 문제였지만, 이제라도 노조의 권리를 보장해 준데 의의를 둔다고 말했다.

    

스페셜경제 / 김민주 기자 minjuu0907@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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