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올 여름부터 시작돼 장기화에 들어선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영향력을 몸소 느낀 일본 맥주회사들이 ‘납품가 인하’라는 고육지책을 꺼내들었다.

최근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 지난 8월 무역통계를 보면 일본 맥주의 한국 수출은 전월과 비교해 92.1% 줄었다. 지난달에는 99.9%까지 감소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지난달 30일 자국 맥주의 대(對)한국 수출이 급감한 데 대해 “한국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유감”이라고 밝히기기도 했다.

그는 “우리나라(일본) 기업에 대해 경제적인 악영향을 주려는 불매운동이 한국에서 행해지는 것은 유감이다”라며 “한일 양국 정부의 관계가 엄중한 상황이어도 국민 간의 교류와 경제 활동은 계속해서 제대로 행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불매운동으로 한국 내에서 일본 맥주 판매량이 급감하자 일본 맥주들은 재고 소진 차원으로 일시적인 편의점 납품가 인하에 나섰다.

앞서 CU와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미니스톱 등 국내 주요 편의점들은 일본 불매운동이 시작된 직후 ‘4캔의 만원’ 등 수입맥주 행사 품목에서 아사히와 삿포로, 기린이치방 등 일본 맥주를 제외했다.

이에 따라 일본 맥주(500ml 기준)는 할인가보다 최소 500원 더 비싸게 판매됐으며, 소비자들의 소비욕구는 더 줄어들었다.

현재 주요 편의점에서 일본 맥주 매출은 행사 제외 전과 비교해 최대 약 90% 가량 급감했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아사히주류는 세븐일레븐에 납품하는 맥주 제품 가격을 인하했다. 납품가 인하 대상은 ‘아사히 수퍼드라이’ 캔 제품 등으로, 인하율은 30%대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세븐일레븐은 본사 차원 수입 맥주 ‘4캔에 만원’ 행사에 일본 맥주는 계속 제외한다는 계획이다.

일본 맥주 납품가가 낮아졌더라도 본사 차원의 행사가 재개되지 않으면 당장의 매출 회복은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가맹점주가 납품가 인하를 반영해 가격을 낮출 경우 일본 맥주 가격은 2000원대 초반으로 형성돼 행사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될 가능성은 있다.

다른 유명 일본 맥주 브랜드 삿포로 역시 최근 납품가를 소폭 낮춘 것으로 전해졌다.

삿포로를 수입하는 엠즈베버리지는 이미 납품가를 조정한 일부 편의점 외에 다른 곳과도 조율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업계에서는 아직까지 국민들이 일본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고 불매운동의 여파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가맹점주들이 일본맥주를 발주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92ddang@speconomy.com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