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재구속 기로
LS·효성도 사법리스크

▲오너를 둘러싼 사법리스크로 인해 재계 안팎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한국 재계에 먹구름이 끼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미국·유럽연합(EU) 등의 봉쇄조치와 글로벌 경기침체, ·중 간 패권경쟁으로 경영 환경이 악화되고 실적은 부진하다. 이 와중에 삼성그룹을 비롯해 LS, 효성 등 재계 순위 30위권 안 그룹 오너는 사법리스크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오너 향한 사정의 칼 날앞에 초조한 삼성·LS·효성

 

재계 1위 그룹 삼성에는 위기감이 감돈다. 그룹 최고결정권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잉여의 몸에서 풀려난 지 14개월 만에 재구속의 기로에 놓인 탓이다.

 

4일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측 인사 3명에 대해 자본시장법위반(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석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고의로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리고 삼성물산의 가치를 떨어뜨려 결과적으로 이 부회장이 지주회사인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검찰 소환조사에서 보고를 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삼성 측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변경은 바이오산업의 성장 가능성이라는 특수성이 반영된 것이며 인위적으로 기업 가치를 조작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반박해왔다. 그러나 검찰의 생각은 달랐다. ‘최종결정권자인 이 부회장이 보고받지 않았을 리 없다는 것이다. 특히 삼성 측이 타당성을 검찰이 아닌 외부 전문가에게 판단받고 싶다며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을 내자,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강수를 뒀다.

 

재계 순위 16위인 LS그룹도 사법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처지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4일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과 구자엽 LS전선 회장, 구자은 LS엠트론 회장 등 총수 일가 3인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LSLS니꼬동제련, LS전선 법인과 함께 도석구 LS니꼬동제련 대표, 명노현 LS전선 대표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는 같은 혐의로 2018260억원의 과징금 부과와 함께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했었다.

 

검찰은 2005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국산·수입 전기동 거래에 LS글로벌을 끼워넣어 중간 이윤을 취하는 통행세방식으로 부당 지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14년 간 LS글로벌에 국산 전기동 시장 물량의 40, 수입 전기동 중계시장 물량의 약 19%에 달하는 일감을 몰아주며 255억원을 지원했다는 것이다.

 

부당지원 덕에 LS글로벌이 성장하자 총수 일가가 시세차익을 남겼고 이는 승계 자금으로 쓰였다는 게 검찰의 의심이다. 총수 일가는 201149%의 보유 지분 전량을 LS에 매각했다. 출자액 49000만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93억원 상당의 차익을 봤다. 검찰은 이 돈이 총수 일가의 경영권 유지와 승계 자금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26위 그룹 효성 역시 사법리스크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지난해 말 조현준 회장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조 회장은 총수익스와프(TRS) 거래를 통해 계열사인 발광다이오드(LED) 제조사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를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의 상장이 무산되자 주식을 다시 매수하는 데 필요한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의 유상감자와 자사주 매입을 하도록 지시해 179억원의 손해를 입혔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여기에 2008~2009년 개인이 구매한 미술품 38점을 효성 아트펀드에서 비싸게 사들이도록 해 12억원의 차익을 취한 혐의를 더해졌다.

 

이처럼 재계가 사법리스크에 휘말리면서 중장기 투자계획, 조직 혁신, 신사업 발굴과 같은 경영 활동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은 2018년 이 부회장이 석방된 이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선제적 경영행보를 보이고 있다. 인공지능(AI)5G바이오반도체 중심 전장부품 등 4대 성장사업에 180조를 투자하기로 한 데 이어 시스템 반도체 1위로 도약하기 위해 133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퀀텀닷(QD) 디스플레이 투자(131000억원), 파운드리와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구축(18조원) 등도 추진 중이다. LS도 자율주행 트랙터, 스마트공장, 태양광단지 조성 등 디지털 전환을 꾀하며 그룹 체질 개선과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잰걸음에 나서고 있다. 효성 역시 산업용 가스 전문 글로벌 화학기업 린데그룹과 손잡고 울산에 세계 최대 규모의 액화수소 공장을 짓기로 결정하며 수소경제 활성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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