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주류업계의 ‘이견’으로 무기한 연기됐던 주세법 개편이 맥주나 탁주 위주로 우선 종량세를 적용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소주업계에서 종량세를 소주까지 확대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더 고민해야 한다는 의사를 표현한 만큼 소주와 위스키 등 증류주는 일정기간 유예는 둘 것으로 예상된다.

맥주 위주로 세제가 전환될 경우 캔맥주와 수제맥주는 싸지지만, 생맥주는 가격이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 3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주류 관세 체계의 개편에 관한 공청회’를 열고 3가지 주세개편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이 시나리오는 ▲맥주만 종량세로 전환하는 방안 ▲맥주와 탁주를 종량세로 전환하는 방안 ▲전 주종을 종량세로 전환하되, 맥주와 탁주를 제외한 나머지 주종은 시행기간을 유예하는 방안 등이다.

당초 모든 주종에 종량세를 적용하면 희석식 소주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때문에 조세연은 주류의 가격 인상을 유발하는 않는 범위 내에서 종량세 개편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조세연이 제시한 3가지 시나리오는 세부 내용에서 차이가 있으나, 모두 ‘맥주 우선 전환’이라는 데에서는 맥을 같이 한다.

조세연 관계자는 “현재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간 과세표준이 다른 것은 조세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문제”라며 “세제당국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맥주의 경우 현행 국산맥주는 856원, 수입맥주는 764.52원 매겨지는 ℓ당 납부세액을 840.62원으로 통일하는 방식이 제시됐다. 이 경우 국산맥주의 ℓ당 주세납부세액은 1.8% 감소한다.

특히 소규모 맥주업체의 ℓ당 납부세액은 513.70원에서 442.39원으로 13.88% 줄어든다. 수제맥주의 경우 그만큼 가격인하 효과가 생긴다는 것이다.

수입 맥주의 경우 저가 상품은 기존보다 세부담이 오르겠지만 고가 상품은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때문에 개별 브랜드 간 경쟁, 대형마트와 편의점 간 경쟁 등이 지금과 같다고 가정하면 ‘4캔에 만원’ 기조는 유지될 것이란 게 조세연의 전망이다.

다만 캔맥주와 같은 용량 대비 출고가격이 낮은 생맥주의 경우, 전반적인 세부담 수준은 동일하더라도 최종 소비자 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생맥주에 한해 세율을 한시적으로 경감해 가격 인상 가능성을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이 고려된다.

맥주뿐 아니라 막걸리 등 탁주도 종량세로 전환되면 고품질 탁주가 늘어 소비자의 선택권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탁주의 경우, 역시 현행 납부세액과 비슷한 수준인 ℓ당 40.44원으로 적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조세연 관계자는 “탁주는 타 주종에 비해 교육세를 부과하지 않고 주세 및 제세금 비율이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라 현행 세부담 유지하는 수준에서 전환하는 데 큰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탁주 업계도 다양한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세율 체계 전환에 찬성하고 있는 입장이다.

이날 조세연은 맥주와 탁주를 제외한 나머지는 시행 시기를 5년 정도 유예하는 것도 내놓았지만 ‘중장기적 과제’라는 단서를 달았다.

사실상 맥주만 종량세로 전환하거나, 또는 맥주와 막걸리를 종량세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셈이다.

조세연은 “희석식 소주의 세부담을 늘리지 않으면서 종량세로 전환할 수 있는 방안은 21도를 기준으로 세율을 차등화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1도 이하는 현행 납부세액인 ℓ당 947.52원을 기준으로 삼고, 21도 초과시엔 1도·1ℓ당 45.12원을 추가로 과세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희석식 소주의 세부담은 동일하겠지만 위스키 및 브랜디, 일반증류주 등 다른 증류주의 세부담은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소주업계 관계자는 ‘소주에 대한 종량세 적용은 반대한다’는 뜻을 불명히 했다.

지방 소주회사인 무학의 이종수 사장은 희석식 소주업계 입장과 관련해 “50년간 이어져오던 구조를 갑자기 종량세로 하겠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곤혹스럽다”며 “종량세에 소주까지 포함시켰을 때 산업 파급력이 좀 더 연구될 시점에 소주를 포함하는 게 맞다”고 입장을 전했다.

조세연은 여러 의견을 듣고 6월말까지 최종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기획재정부는 조세연의 최종보고서를 토대로 7월 중 정부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7월말로 예정돼 있는 2020년도 세법개정안 발표 전에 주세 개편안을 먼저 내놓는 방안도 유력하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92ddang@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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