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박사급 인력 1000명 통 큰 고용
시스템반도체·AI 등 핵심인력 확보
고용창출에 초격차 가속화 ‘일거양득’

▲지난해 10월 이제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충청남도 아산시 탕정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에서 열린 신규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기업의 본분은 고용창출과 혁신, 투자다. 제일 중요한 것은 고용창출이다. 제가 직접 챙기겠다.”(213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고용창출을 통해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보탬이 되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켰다.

 

삼성전자는 연말까지 대규모 석·박사 인력 채용을 진행한다. 이미 상반기에만 반도체 설계와 인공지능(AI) 분야에서 박사급 인력 500여명을 채용했다. 하반기에도 지속적으로 늘려 역대 최대 수준인 1000여명 규모의 석·박사급 인력을 채용할 방침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매년 수만여명이 응시해왔던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를 올 상반기엔 사상 최초 '온라인 시험'으로 대체하며 대졸 신입사원 채용을 진행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실적 부진, ·중 무역분쟁과 세계 주요국의 보호무역주의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많은 그룹들이 채용에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인재 중심+동행경영의 성과

 

삼성전자가 경영여건이 악화된 가운데에서도 인재 확보에 적극 나선 것은 이 부회장 인재 중심 경영철학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로 인류사회에 공헌한다는 삼성전자 경영이념을 구체화시킬 전략으로 인재 확보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사람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20189월 삼성종합기술원 방문 당시 "세계적 수준의 연구 역량 확보를 위해 내부 인재를 육성하고,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고, 지난해 10월 디스플레이 신규투자 협약식에서도 "세계 경기가 둔화되고 여러 불확실성으로 인해 어려운 시기지만 저희는 흔들리지 않고 차세대 기술혁신과 인재양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월 대국민사과를 통해서는 앞으로도 성별과 학벌, 나아가 국적을 불문하고 훌륭한 인재를 모셔 와야 한다. 그 인재들이 주인의식과 사명감을 가지고 치열하게 일하면서 사업을 이끌어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지난달 19일 경기 화성사업장의 반도체연구소를 방문해 연구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는 미래 준비를 위해 더 많은 인재를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일환으로 이 부회장은 세계적 인공지능(AI) 석학인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출신 세바스찬 승(승현준) 사장을 삼성리서치 소장으로 직접 영입하며 글로벌 인재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채용은 인재 확보는 넘어 사회와의 동행을 통해 같이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실현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은 수차례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피력해왔다. 지난해 1월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채용은)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고 지난 2월 문재인 대통령과 국내 6대 그룹 총수 및 경제단체장을 만난 자리에서는 최선을 다해 경제활력을 되살리고 국민에 희망을 줄 방법을 노력하겠다며 고용 창출을 직접 챙기겠노라고 약속했다.

 

반도체 비전 2030’ 가속화

 

이 부회장은 미래 기술을 얼마나 빨리 우리 것으로 만드느냐에 생존이 달려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신기술을 선점해야 기업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채용은 시스템반도체, AI, 소프트웨어 등 차세대 신기술 분야 핵심 인재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글로벌 IT기업들과의 기술 격차를 벌리겠다는 초격차 전략이 힘이 받을 전망이다.

 

특히 이 부회장의 ‘2030년 시스템반도체 1구상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메모리 분야인 시스템반도체 시장 규모는 메모리반도체의 약 2배에 달한다. 사물인터넷(IoT), 전기차, 5G, 증강현실(AR) 및 가상현실(VR) 등과 맞물려 수요는 더욱 급증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설계와 공정 부문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평가다. 미국 인텔, 퀄컴 등 미국 업체의 점유율이 70%에 달하는 반면, 국내 업체는 3.4%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이 부회장은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확보와 생태계 확장을 위해 공들이고 있다. 지난 201818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AI·5G·전장용 반도체 등을 미래 성장 사업으로 선정, 집중 육성해 왔다. 지난해 4월에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133조원을 투자하고 15000명을 채용하는 내용의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며 육성 의지를 밝혔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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