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자유한국당 김광림 경제실정백서특위원장 등 소속 의원들이 ‘文(문) 정권 경제 실정 징비록’을 청와대에 전달하기 전 현재 경제 실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지난 10일 자유한국당이 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판하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한 ‘징비록’이 보수성향 매체의 칼럼이나 시민단체의 토론회 발제문 등을 베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9일 연석회의 발언에 따르면 ‘문 정권 경제실정백서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광림 최고위원은 징비록 출간 직전 인쇄소를 찾아가며 직접 교정작업에까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해당 백서는 각종 매체와 시민단체 토론회 발제문을 그대로 옮겨 쓴 것은 물론, 사실관계가 다른 정보나 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장도 여과되지 않은 채 “김정은에게 혼나지 않으려면 뜻을 잘 헤아려 행동해야 한다”는 등 과격한 표현까지 실린 것으로 드러났다.

‘경향신문’의 16일자 보도에 따르면 징비록은 1장1절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모두 극우매체인 펜앤드마이크의 칼럼 ‘한국의 소득주도성장 집착과 2018년 韓美경제성장률 역전’과 똑같은 것으로 확인됐다.

몇몇 문단은 극우성향 인터넷매체 미디어펜이 지난해 5월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를 인터뷰한 내용을 그대로 옮겨 싣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1년 전 한국경제, 매일경제, 동아일보 등에서 작성한 기사들도 문장 그대로 발췌됐지만 출처 표기는 없었고, 2017년 동아일보에 실린 칼럼 등도 무더기로 옮겨졌다고 경향신문은 보도했다.

한편 사실관계가 다르거나 논란의 소지가 있는 주장도 그대로 제기됐다.

일자리 안정자금 집행률과 관련, 징비록은 ‘2019년 4월 기준 실제 지급액은 2,440억 원으로 10%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했지만 이는 1년 전 수치다. 2019년 일자리 안정자금은 지난 4월을 기준으로 217만 명이 신청해 올해 연간 지원 목표인 238만 명의 90%를 넘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최저임금(9,045원, 주휴수당 포함)이 일본(8,497원), 미국(7,25달러)보다 많다고 주장했지만 각 주나 지역마다 달리 적용되는 미국 최저임금제도의 특성은 고려하지 않기도 했다.

일방적인 색깔론에 기댄 주장도 빠지지 않았다.

징비록은 4대강 보 해체를 제안한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를 겨냥해 “빨치산 인민위원회 같은 조직을 만들어 조작과 허구를 바탕으로 조사하고 결정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이어 “문재인 정권은 김정은이 싫어하면 안한다”, “김정은이 4대강 보를 허물면 왜 보를 제거했느냐고 화낼지도 모른다”, “나중에 혼나지 말고 김정은의 뜻을 잘 헤아려 행동해야 하지 않겠나”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심지어 “미세먼지 핵심은 중국으로부터 ‘나라오는’ 황사”, “4대강 보만 자신들의 이념에 어긋나는 ‘적패’”, “보수정권 9년간 공무원 임금인상을 최대로 ‘억재’했다” 등 오탈자도 속속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17일 브리핑에서 “국민들 보기 부끄럽지도 않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황 대표는 ‘이 백서가 디딤돌이 될 것’이라 말했지만 디딤돌 보다는 걸림돌이 될 판”이라며 “표절과 가짜뉴스로 범벅된 기록을 한 글자 한 글자 돌볼 정성으로 민생을 더 돌보는 편이 나았을 것”이라 지적했다.

아울러 “불과 2년 전 대통령에 직언하지 않아 사상초유의 탄핵사태를 유발시키고 국가적 혼란을 가중시킨 것도 모자라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에는 기념시계 제작으로 세금을 낭비하고, 황제의전 놀이를 했던 지난날을 스스로 징비(懲毖)하는 글을 써도 부족할 판에 정부여당 비난에만 골몰하니 한심할 따름”이라고도 전했다.

<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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