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쏟아내는 21대 국회…3개월만에 284건 발의
20대 국회보다 40% 증가…부작용 막을 장치 필요

▲20·21대 국회 부담법안 추이 (자료=대한상의)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경제계가 상법·공정거래법 등 기업경영에 큰 영향을 주는 법안을 신중히 논의해 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정부가 입법을 추진하는 해당 법안 개정안들이 기업 활동을 옥죄는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경제계가 입법 필요성 외에 기업현장에 미칠 영향, 경제계가 제시한 대안 등을 함께 살펴달라는 호소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21일 국회에 ‘주요 입법현안에 대한 의견’을 담은 상의리포트에서 제출했다. 이 리포트는 기업경영에 중대한 영향이 예상되는 13개 법안, 11개 과제에 대한 경제계 의견과 대안을 담았다. 

 

대한상의 조사에 따르면 21대 국회 개원 이후 3개월 동안 발의된 기업 부담 법안은 284건이다. 20대 국회와 비교하면 약 40% 늘었다. 이 중에는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기업경영에 영향이 큰 법안이 다수 포함됐다. 최근 여야 정치권 양쪽에서 입법 의견이 나오면서 기업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 21대 국회 주요 입법현안 및 과제 (자료=대한상의)

 

대한상의는 상법 개정안 중 감사위원 분리선출에 대한 보완장치 마련을 요구했다. 감사위원은 기업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구성원으로,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해 분리선출할 경우 기업의 방어권이 크게 약화된다. 해외투기펀드 등이 감사위원 후보를 주주제안하고, 이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우리 정부와 국회가 대문을 활짝 열어주는 격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한상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도를 꼭 도입해야한다면 투기펀드 등이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회에 진출하려고 시도할 경우만이라도 대주주 의결권 3%룰을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지금도 세계 각국에서 인정되는 각종 M&A 방어장치가 불허돼 제도적 공수불균형상태가 심각한 상태”라며 “추가 규제를 하더라도 최소한의 방어권만은 보장해 달라”고 말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 중 내부거래 규제대상 확대에 대해서도 대안을 제시했다. 개정안처럼 내부거래 규제대상을 획일적으로 확대하면 자회사 지분율이 평균 72.7%(상장 40.1%, 비상장 85.5%)에 달하는 지주회사 소속기업들은 대부분 내부거래를 의심받는 규제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지주회사의 경우 특성상 지분율이 높고, 소속기업간 내부거래도 상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그동안 지주회사 도입을 장려해왔는데 이제 와서 획일적으로 규제하면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한상의는 규제를 강화하더라도 지주사가 아닌 기업 및 지주사 소속기업들이 지주사 밖 계열사와 거래하는 등의 경우에 대해 적용하고 지주사 소속기업들간에 이뤄지는 거래에 대해서는 예외로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가 그동안 지주사 도입을 장려했는데 이제 와서 획일적으로 규제하면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15%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에 대해서도 기업이익의 사회환원이라는 순기능까지 약화시킬 우려를 표명했다. 기존에 출연된 주식에 대해서는 소급적용을 배제하고 사회공헌활동에 충실한 공익법인도 예외로 해달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대신 공신력있는 기관이 공익법인의 공익활동을 정기적으로 평가하게 하고, '적정' 인증을 받는 경우 규제를 배제한다면 기업의 사회공헌활동과 우호지분 유지간 선순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대한상의의 지적이다. 

 

아울러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해고자·실직자까지 노조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노조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법을 요구했다. 정부 개정안이 노동권 강화에 치중해 노사간 힘의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는 만큼, 기업의 방어권도 선진국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상의는 노조법 개정안의 보완책으로 해고자·실직자의 사업장 출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모든 모든 형태의 직장점거 파업을 금지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규정을 삭제할 경우 근로시간면제제도 틀을 유지하는 한편, 파업 시 대체근로 금지규정 삭제를 요청했다.

 

이 밖에 상의는 중대재해 발생시 사업주를 형사처벌하는 내용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한전·수은·산은·무보 등의 석탄화력발전 해외수출 지원을 금지하는 해외석탄발전 투자금지 4법, 계열사 보유주식 평가기준을 취득원가 대신 시가로 전환하는 보험업법(일명 삼성생명법) 등에 대해서도 실효성과 기업부담 등을 면밀히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

▲주요 업종별 피해상황 (자료=산업연구원, 주요 업종별 협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입은 여행·면세점·항공·자동차 등에 대한 지원과 기업투자 활성화도 주문했다. 상반기에 종료된 개별소비세 70% 감면을 연장하고 면세점 특허수수료와 항공기의 취득세·재산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할 것을 건의했따. 

 

코로나 사태로 적자가 난 중소기업들이 기납부세액에서 환급받을 수 있는 결손금 소급공제기간도 1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코로나 유급휴가를 시행하는 중소기업에게는 세액공제를 주는 한편, 설비투자를 하는 기업에게 세제지원을 확대하는 방안도 제언했다. 

 

규제개혁에 대한 제안도 있었다. 저성장 고착화냐 재도약의 기로에 서 있는 현재,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낡은 법과 제도정비가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자율주행·5G(5세대 이동통신)·AI(인공지능)·드론 등 융합신산업과 관련한 법안 정비도 요청했다. 9년째 계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 대해서는 법 제정 취지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하는 만큼 의료분야 등 개별업종을 열거하지 말고 네거티브 형식으로 입법한 뒤 의료분야 적용 여부는 정책수립 단계에서 별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정영석 대한상의 기업정책팀장은 “21대 국회에서만큼은 기업 관련 규제를 신설·강화할 때 기업 현장에 미칠 영향을 검토하고 합리적 대안을 진지하게 논의하는 입법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며 “국회가 신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낡은 법제도 조속히 정비해 변화와 혁신의 길을 열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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