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게 왔다’ 구조조정 태풍 앞에 불안한 항공업계

변윤재 기자 / 기사승인 : 2020-09-08 16: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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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계 연이은 M&A 무산‥인원 감축 본격화 우려
이스타, 605명 정리해고‥아시아나도 인원 감축 불가피
티웨이 등 LCC 재무건전성 악화‥“구조 개편 가시화” 전망

▲8일 서울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영종특별지부 주최로 진행된 인천공항 ‘9월 실업대란’1,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운반·탑재 ACS 노동자 대량해고·폐업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김태인(오른쪽 두번째) 영종특별지부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항공업계에 구조조정의 시간이 다가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기까지 최소 2년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며 항공업 불황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수익성 악화에 따른 경영난이 해소될 기미가 요원해지자, 항공사들이 너나없이 몸집 줄이기를 통해 버티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유휴 자산 매각과 비주력사업 정리 뿐 아니라 고정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인원 감축 등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인수합병 무산으로 기로에 놓인 이스타항공이 대규모 인력조정에 나서면서 돈줄이 마른 항공업 전반에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전날 오후 임직원 605명애게 이메일로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항공업계에서 처음으로 이뤄지는 대규모 인력조정이다.

 

제주항공과 매각 협상이 무산된 이스타항공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 6대를 운항하는 데 필요한 인력 420명을 제외한 나머지 인력을 감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스타항공에 잔류할 직원은 약 590명으로, 항공기 6대 운항에 필요한 인원과 항공운항증명(AOC) 발급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력만 남기고, 운항승무직 외 직군은 직위 구분 없이 평가 기준에 따라 정리해고 대상으로 선정했다. 다만 정비인력의 경우 향후 국제선 재운항 등을 고려해 제외했다. 해고 예정일은 1014일로, 8일부터는 내용증명 등기발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스타항공은 1분기 기준으로 1680명의 직원이 근무했다. 그러나 제주항공과의 매각 협상이 결렬되자 계약해지, 권고사직 등으로 1100여명으로 인원을 줄었고, 다시 3분의 1로 줄였다.

 

사측은 재매각을 위해서는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스타항공에 따르면 인수 의사를 나타낸 곳은 기업 4곳과 사모펀드를 포함해 10여곳이다. 인수 의향을 밝힌 대상이 모두 조직 슬림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단 매각이 순조롭게 마무리되고 경영이 정상화되면 재입사를 시키겠다는 게 이스타항공의 계획이다. 이미 딜로이트안진과 법무법인 율촌, 흥국증권을 매각 주간사로 선정한 이스타항공은 조만간 예비 투자자에게 투자의향서를 발송하고 이르면 이달 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양해각서(MOU) 체결 등을 거쳐 법정관리를 신청해 채무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이스타항공 노조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앞서 노조는 1달 근무 2달 무급 휴직의 순환근무를 제안했지만, 사측은 거부했다. 경영난의 책임을 직원들에게 돌리며 일방적으로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날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는 임금삭감과 체불임금 일부 포기 등 기업 회생을 위해 고통을 분담해왔는데도 경영진은 사모펀드와의 매각협상을 철저히 숨기고 정리해고까지 강행했다이 모든 과정은 이상직의원의 매각대금을 챙겨주기 위해 이스타항공을 이윤을 남기는 기업으로 구조조정하겠다는 단 하나의 목표뿐이라고 성토했다.

 

당초 이스타항공 직원 내에서는 희망퇴직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기류가 강했다 지난달 희망퇴직을 신청한 직원은 98명에 그쳤다. 정리해고 대상이 되더라도 위로금을 커녕 미지급 임금, 퇴직금, 실업급여를 기대하기 어렵다. 우선 사측은 체당금(국가가 사업주를 대신해 체불 임금의 일정 부분을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제도) 수령과 재입사 약속으로 노조 달래기에 나섰지만, 노조는 끝까지 갈 태세다. 법정관리의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재입사는 불가능하다는 게 노조의 판단이다. 노조는 해고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국회 앞 농성을 진행하는 한편 부당해고구제신청 등 법적 대응도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대형항공사(FSC)도 실업대란의 불안감이 감돈다. HDC현대산업개발과의 M&A가 불발된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 관리 아래 몸집 줄이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에 약 2조원의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을 투입하고, 경영을 정상화시킨 뒤 재매각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인력 감축과 경영진 교체,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등을 통해 경영 효율화가 불가피하다. 특히 기존에 추진했던 통매각 대신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자회사를 분리 매각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아시아나항공의 2분기 부채비율은 2291%, 자본잠식률은 50%에 육박한다. 아시아나항공 근무자 1만여명을 건사하기도 벅차다. 실제 아시아나항공은 4월부터 전 직원이 15일 이상 무급휴직을 쓰며 전체 인력의 50%만 근무한다. 다만 기안기금을 지원받을 경우, 6개월간 근로자의 90% 이상 고용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대규모 인력감축은 유예될 수 있다.

 

시장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항공업계의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FSC보다 상황이 좋지 않은 저비용항공사(LCC)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의 속도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LCC들은 화물 없이 여객을 근근히 버티기 위해 출혈 경쟁까지 감수하면서 부채비율이 급증했다. 상반기 기준 부채비율은 에어부산 1884.5%, 제주항공 876%, 진에어 592%, 티웨이항공 560%로 나타났다. 에어부산은 지난해 말보다 무려 1000%가 치솟았고, 제주항공도 500% 이상 늘어났다. 진에어와 티웨이항공 역시 200% 이상 증가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항공업계는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업체가 설립되면서 과당 경쟁을 벌여왔다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업황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체질개선, LCC를 중심으로 한 합병 등 개편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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