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달 2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진행한 인터뷰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매각 대상이나 구조조정 등 예민한 사안과 관련해 ‘금호산업’을 고려하지 않는 발언했다는 것이다.

이에 재계 일각에서는 이 회장과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의 주인행세를 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날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해 “아직까지 결정된 건 없다. 언급하는 것도 시기상조”이라면서 “다만 인수가격과 함께 어떤 기업이 아시아나항공을 잘 키울 수 있을지도 핵심적인 고려 요소가 될 것이다. 우선 ‘먹튀’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나항공은 대한민국의 중요한 자산이다. 대주주가 아닌 기업을 지키기 위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려는 거다. 그렇다면 제시한 인수가격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어 하는 기업이 되야 한다. 경영에서 성공한 경험도 있어야 하고, 항공업과 연계할 수 있는 그룹 시너지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5000억원 규모의 영구채와 함께 한도대출(크레디트 라인) 8000억원, 보증한도(스탠바이 L/C) 3000억원 등 총 1조6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면서 “넉넉한 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채권자들에게 이 회사가 재무적으로 안정됐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두 번째는 조종사와 안전관리를 맡고 있는 정비인력 등 핵심 인력의 동요를 막기 위함이다. 지금도 경쟁사와 15~20% 정도 임금 차이가 있는데, (자금 부족으로) 이들 인력까지 대거 이직하면 아시아나항공은 큰일난다. 우리가 이 회사를 회생시킬 테니 동요하지 말라는 신호를 주기 위해 충분한 자금을 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인력 구조조정 문제와 관련해서는 전혀 필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오히려 “핵심 인력이 이직할까봐 걱정”이라며 “이들이 회사를 떠나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신뢰는 더욱 떨어지게 된다. 새 주인을 찾기 전까지 재무구조 안정화 뿐 아니라 핵심 인력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 애쓰려고 한다”고 말했다.

 

매각에서 배제된 '금호산업'

인터뷰를 통해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대한 생각과 차후의 계획에 대해서 풀어놓았다. 문제는 이 인터뷰에서 정작 매각의 주최인 금호산업은 완전히 배제됐다는 것이다.

현재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과 금호그룹의 정상화를 위한 ‘집도의’라는 중책을 맡고 있긴 하지만, 인터뷰에서 언급됐던 매각 조건이나 가격 구조조정 등의 예민한 사안은 어디까지나 금호산업과 인수후보자가 결정해야 하는 사안이다. 하지만 모든 사안에 대해서 산업은행이 마치 주체인 것처럼 나서면서, 정작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은 쏙 빠져버린 이상한 모양새가 됐다.

실제로도 이동설 산업은 회장의 인터뷰 이후 아시아나 내부적으로도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감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아시아나는 비수익 노선 정리를 결정했으며, 희망퇴직과 무급 희망유직 등 구조조정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말한 구조조정은 인위적인 정리해고 등을 의미한 것으로 풀이되지만, 어쨌든 아시아나 내부에서는 인력감축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도 산업은행이 지나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한 재계의 고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마치 아시아나항공이 마치 자신의 회사인 것처럼 대하고 있다”면서 “금호산업이 산업은행에게 자금을 빌린 것이지 아시아나항공을 통째로 넘겨준 것은 아니지 않나. 그런데 현재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있어서 금호산업이 들러리고 마치 산업은행이 주체가 된 것 같은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장이 나서서 앞으로의 매각 계획이나 조건 등을 이야기 하게 되면 금호 입장에서도 난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재계 일각에서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대우조선해양, 아시아나 등 3개 회사를 특별관리 하는 산은의 자회사를 만들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면서 “이들 회사의 가치를 키워서 비싸게 팔겠다는 야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도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인터뷰를 통해서 ‘남북경제협력이 활성화되면 대우건설의 가치가 올라갈 것이다. 당초 매각에 실패했던 가격 1조 6000억원의 최소 두 배 이상은 받아내겠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부분만 봐도 현재 이동걸 회장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단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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